인공지능(AI)이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과 금융권 콜센터를 중심으로 AI 고객응대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노동 환경 악화와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공공운수노조와 사회공공연구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공·금융 콜센터 AI 도입 실태와 문제점, 개선 과제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콜봇·챗봇·STT(음성텍스트변환)·AI 자동평가(QA) 등 AI 기술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인사말을 통해 “콜센터는 회사와 고객을 잇는 핵심 소통 창구이자, 고객의 중요한 정보를 다루고 사기 대응을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비용축소를 이유로 한 콜센터 상담사들의 일자리 불안정은 결국 소비자에 대한 필수 서비스 소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AI 도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정책과 제도의 공백을 분명히 짚고, 노동과 시민을 보호하는 공적 기준과 국회의 역할을 분명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AI가 어떻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AI는 노동자의 업무 성과를 넘어 감정과 행동, 관계까지 예측·분석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현행 법제는 집단적 알 권리와 교섭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하늬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완전 자동화처럼 보이는 시스템 뒤에도 여전히 노동이 존재하지만, 그 노동은 보이지 않게 가려지고 책임만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AI 도입이 노사 협의 없이 진행될 경우 고용 축소와 노동 통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조지현 철도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단순한 문의는 AI가 처리하고, 복잡하고 책임이 큰 민원만 상담사에게 남는다”며 “통화 시간은 늘고 감정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AI 도입 이후 상담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AI 오류로 화가 난 고객을 감당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사례도 있었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콜당 단가로 임금을 받는 구조인데 AI가 콜을 가져 가면서 임금은 급격히 줄고 대규모 해고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도입한 이후,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 AI 도입 이후 서비스의 질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훈 코넬대학교 노사관계 대학 박사과정은 토론회에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업무를 자동화하는 AI보다 상담을 보조하는 AI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긍정 평가가 나타났다”며 “무분별한 자동화가 오히려 현장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공공·금융 콜센터 7곳, 상담사 382명을 조사했으며, AI 도입 이후 상담 품질이나 업무 속도가 개선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콜봇과 보이스봇에 대해서는 70~80%가 고객 서비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조지현 철도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상담 영역에서도 충분한 검증이나 설명 없이 AI가 먼저 도입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 “금융 콜센터는 민간 서비스가 아니라, 정부 정책과 국민 생활을 직접 전달하는 공공서비스의 일부”라며 막무가내 AI 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콜센터 AI 도입 시 △AI 도입 전 사전 협의와 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감시·통제 목적의 AI 활용을 제한하고, △AI 오류에 대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며 △원청 책임 강화와 직접고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