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월 24일)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전쟁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군인 수와 민간인 사상자 수에 대해서는 추정치가 크게 엇갈린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은 러시아군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는 반면,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10만 명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 측은 그와 반대의 비율을 주장하며, 2025년 한 해에만 약 3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에 기반을 둔 기관인 ‘미디어조나’(Mediazona, 2014년 러시아에서 설립된 독립 언론 매체)의 최신 추정치는 그 중간 수준으로, 러시아군 사망자는 약 16만 명,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그보다 약간 더 많다고 본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재앙이 되었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주요 도시들의 에너지 및 난방 전력 체계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대부분 파괴되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4년간의 전쟁 동안 수백만 명이 해외로 피신했고, 그보다 더 많은 수백만 명이 국내에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우크라이나의 인구는 소련 붕괴 이후 37% 감소했고,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만 20% 줄어들었다. 실질 국내총생산은 1991년 이후 37% 감소했으며, 전쟁 발발 이후에도 21%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인구(백만 명)>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가해진 신체적·정신적 피해는 막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학력 저하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한 개인이 생애 첫 5년 동안 전쟁을 겪을 경우, 그가 60~70대에 이르렀을 때 정신 건강 점수가 약 10% 낮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 문제는 전쟁 사상자 수나 경제적 피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남을 손상에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사이 우크라이나 경제에는 일정한 회복이 있었다. 적어도 국내총생산 기준에서는 그렇다. 흑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의 항구들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무역은 다뉴브강을 따라 서쪽으로 흐르고 있다. 다만 철도를 통한 운송은 그보다 규모가 작다. 한편 농업 부문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철강 생산은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의 일부에 머물러 있다. 전쟁 전 월 150만 톤이던 생산량은 현재 월 60만 톤에 불과하다. 2025년 말 기준 우크라이나의 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산업 생산(%)>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tradingeconomics.com)/우크라이나 국가통계청
우크라이나는 점점 생산에 종사하거나 전쟁에 투입될 수 있는 신체 건강한 인구가 부족해지고 있다. 독립적인 분석에 따르면 실업률은 변동성이 크지만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 말에는 22.8%로 정점을 찍었다.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여성이다. 남성들은 대부분 군에 징집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징집되지 않은 35세 이하 청년의 절반이 일하지 않고 있다. 숙련 인력의 대규모 부족도 심각하다. 이들 대부분이 이미 해외로 떠났다. 정부는 남성들의 입대를 절실히 원한 나머지, 거리 곳곳을 밤낮으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붙잡아 전선으로 보내는 이른바 ‘강제 징집조’를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전적으로 서방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 기능을 유지하고, 국민을 지원하며,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매년 최소 4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연간 400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이후 국가 예산의 절반 이상, 즉 국내총생산의 26%가 국방에 사용되었다. 우크라이나는 민간 재정은 유럽연합에, 군사 재정은 미국에 의존해 왔다. 말 그대로 ‘분업’ 구조였다. 그러나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은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대폭 축소했고, 민간 및 군사 재정 모두에서 유럽이 그 역할을 넘겨받으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배정, 2022–2025년(국가 그룹별)>
주: ‘유럽’은 EU 회원국과 EU 기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영국을 포함한다. ‘기타’는 트래커에 집계된 나머지 공여국, 즉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 뉴질랜드, 대한민국, 대만, 튀르키예를 의미한다. 모든 수치는 2021년 실질 유로 기준으로 물가 조정되었으며, 2025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WEO) 자료를 사용했다. 출처: 트레베슈 외(2025) ‘우크라이나 지원 추적기’, 킬 세계경제연구소
2025년 유럽의 지원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군사 지원 배정액은 67% 늘었고, 재정 및 인도적 지원은 59% 증가했다. 전체 민간 지원에서 유럽연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쟁 초 약 50% 수준에서 90%로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 철회로 인해 2025년 전체 군사 지원은 여전히 13% 감소했고, 민간 재정 지원도 실질 기준으로 5% 줄었다.
유럽의 군사 지원은 서유럽의 소수 국가들, 특히 독일과 영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서유럽 전체 군사 지원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현재 EU는 올해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동결된 러시아 외환 자산을 활용하려던 계획은 벨기에의 유로클리어(Euroclear,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국제 중앙예탁결제기관)가 국제 법원에서 막대한 손실을 우려하면서 무산되었다. 약 1,000억 달러를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새로운 EU 계획도 여전히 보류 상태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금융 지원을 제안했지만,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장기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과 EU 국가들로부터의 양자 차관, 그것도 대부분 무상 원조가 아니라 대출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 IMF는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없다. IMF는 2026년을 위해 약 8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대출 분할 지급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 모든 상황은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날 경우 우크라이나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라는 문제로 다시 돌아간다. 세계은행의 최신 추정에 따르면, 전쟁이 올해 종료된다는 가정하에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의 복구 및 재건 비용은 5,88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현재 국내총생산의 세 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역시 과소 추정일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총 1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이 가운데 약 4,000억 달러는 에너지 부문 복구에, 3,000억 달러는 주택 및 도시 기반 시설에, 2,000억 달러는 운송 회랑과 물류에, 1,000억 달러는 사회 서비스와 공공 기관에 필요하다고 본다. 이 총액은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연간 GDP의 6년치에 해당한다. 이는 EU GDP의 연간 약 2.0%, 주요 7개국(G7) GDP의 연간 1.5%에 해당하는 규모를 5년간 투입하는 것과 맞먹는다. 재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의 모든 자원이 복원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동부 우크라이나의 산업과 광물 자원은 현재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경제(GDP)는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보다 15% 낮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회복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을 위해 대규모 공공 및 민간 투자를 동원하겠다는 이른바 유럽 플래그십 펀드(European Flagship Fund)를 발표했다. 이는 EU,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폴란드, 그리고 유럽투자은행이 지원하는 공동 ‘지분 투자 기구’로 제시되었다. 사실상 이는 서방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 경제와 자원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러시아에 병합되지 않고 남은 우크라이나 자원의 상당 부분은 이미 서방 기업들에 매각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경작지의 28%는 우크라이나 과두 재벌, 유럽 및 북미 기업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혼합해 소유하고 있다. 네슬레(Nestle)는 서부 볼린 지역에 4,600만 달러를 투자해 신규 시설을 설립했고, 독일의 제약·농약 대기업 바이엘(Bayer)은 중부 지토미르 지역의 옥수수 종자 생산에 6,000만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최대 가금류 기업인 MHP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포로셴코의 전 보좌관이 소유하고 있다. MHP는 최근 몇 년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전체 대출의 5분의 1 이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2만 8,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내 약 36만 헥타르의 토지를 통제하고 있다. 이는 EU 회원국 룩셈부르크보다 넓은 면적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후 경제에 대해 ‘자유시장’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EU의 최소 노동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노동시장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것, 즉 열악한 노동 조건을 허용하는 것과 법인세 및 소득세를 대폭 인하하는 것, 그리고 남아 있는 국유 자산의 전면 민영화를 포함한다. 그러나 전시 경제의 압력으로 인해 정부는 현재 이러한 정책을 뒤로 미뤄두었고, 군사적 요구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EU, 미국 정부, 다자 기구, 그리고 재건 자금을 조달하고 배분하는 책임을 맡은 미국 금융 기관들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일종의 특별 경제 구역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는 민간 자본의 잠재적 손실을 공적 자금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우크라이나는 노동조합, 강력한 기업 과세 체제와 규제, 그리고 서방 자본이 우크라이나 과두 재벌과 결합해 수익성 있는 투자를 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러시아: 전시 경제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떠한가. 2022년 초 동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어 사용 4개 주를 장악하기 위해 시작한 러시아의 침공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동안 러시아 경제에 활력을 주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견뎌냈고, 예산의 거의 3분의 1을 국방비로 투입했다.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배제되었음에도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했다. 서방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유조선 선단을 활용해 서방 국가들이 전쟁 자금 축소를 기대하며 설정한 가격 상한제를 우회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 전체 석유 수출의 45%를 수입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 되었다.
<2025년 11월 러시아 화석연료 구매국> 출처: CREA 분석(Kpler, Marine Traffic, ENTSOG 및 세관 자료 기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60% 이상 급증했고, 2025년에도 26% 증가했다. 중국은 자동차와 전자기기 등을 포함한 상품을 꾸준히 공급하며 서방 제품 수입 공백을 메웠다.
그러나 전쟁은 러시아 내부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더욱 악화시켰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이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다만 그 원인은 다르다.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의 노동 인구는 인구 구조적 요인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2022년 전쟁이 시작되자 정보기술(IT), 금융, 경영 분야에 종사하던 중산층을 중심으로 러시아인과 외국인 노동자 약 75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동시에 러시아군은 매달 1만 명에서 3만 명을 새로 모집해야 했고, 이는 국내 생산 부문에서 노동력을 빨아들였다. 병력 확충을 위해 러시아는 수감자와 계약직 인력도 모집했다. 대규모 국방 지출로 인한 초기의 경기 및 임금 상승 효과는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러시아의 재정 균형에 필요한 손익분기점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기간 중 세금 산정을 위한 우랄산 원유 가격> 출처: 러시아 경제개발부
국가 재정 수입의 최대 50%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 고점에서 내려와 약 8% 수준이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은 여전히 기준금리를 16%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은 투자나 고가 소비를 위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 지출은 현재 연간 GDP의 7%를 넘어섰다. 세수를 늘렸음에도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재정 적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러시아의 국부펀드가 소진되고 있고, 통화 당국은 적자의 화폐화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 국부펀드 잔액 변화, 매월 1일 기준 유동 자산 부분> 출처: 러시아 재무부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상당한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으며,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도 낮은 수준이다. 수출 수입이 감소하더라도, 대부분 국유인 은행 시스템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2024년 말 그랬던 것처럼 은행들에 국채를 매입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다른 수단이 모두 여의치 않을 경우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부채를 화폐화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루블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그에 따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러시아 외환보유액(미국 달러, 백만 단위)>
러시아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유가가 예산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가운데, 1년 전보다 더 약한 상태로 2026년에 접어들었다.
<러시아 경제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연방, 분기별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출처: 러시아 연방 국가통계청
서비스업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급격히 하락해 현재는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 2025년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1% 미만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러시아과학원 산하 경제예측연구소는 2025년 성장률을 0.7%, 2026년을 1.4%로 전망하며, 2027년에는 약 2%로 가속될 것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0.6%, 2026년 1.0% 성장을 예상한다.
사실상 러시아 경제는 OECD 다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 물가 상승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생산은 정체되는 상황이다. 러시아식 ‘군사적 케인스주의’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움직임은 무자비하게 탄압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반전 인사는 마르크스주의자 보리스 카갈리츠키(Boris Kagarlitsky)로, 그는 2023년 7월 체포되어 현재 5년형을 선고받고 교정 식민지에서 복역 중이다. 그 밖에도 사례가 있다. 2025년 11월 우파(Ufa)시의 소규모 마르크스주의 학습 모임 구성원들은 마르크스의 저작을 읽었다는 이유로 “테러리즘”과 “정부 전복 음모” 혐의로 기소되어 2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압박과 러시아 국민에 대한 긴축 강화에도 서방의 많은 논평가들이 주장하듯 금융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이러한 기대 섞인 전망은 지난 4년 전쟁 기간 내내 서방의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는 버텨냈고, 2026년 이후에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견고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아 추가 차입이 가능하며, 세금을 다시 인상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를 발행할 수 있고, 정부는 전시 경제 강화를 위해 기업을 계속 국유화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전쟁 생산은 장기적인 자본 축적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비생산적이다.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 경제는 민간 자본 축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때 러시아의 생산 부문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전후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근본적으로 천연자원 의존적이다. 제조업보다는 자원 채굴에 의존한다. 러시아는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으며 첨단 기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공지능에서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러시아는 주요 행위자가 아니다. 무기와 원자력 에너지를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수출 시장에 적합한 기술을 아직 생산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무기는 이미 제재 대상이며, 원자력 분야도 제재 위기에 놓여 있다.
인구 감소 국면, 대학 교육의 질 저하, 국제 학계와의 단절, 그리고 두뇌 유출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며, 러시아는 점점 더 중국산 수입품과 역설계(복제)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낮은 투자와 생산성으로 인해 러시아의 잠재 실질 GDP 성장률은 연 1.5%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으로 러시아는 이번 10년 내내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평화는 어떠한가
가까운 장래에 어떤 평화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이맘때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주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026년이 된 지금도 끝없는 협상이 이어질 뿐 합의의 기미는 없다. 현재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크림반도를 포함한 어떠한 영토 상실도, 향후 NATO 가입에 대한 거부권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전쟁 자금을 계속 지원하며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돈바스와 크림반도가 이제 러시아의 일부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을 탄압과 차별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하며 군대는 방어 수준으로만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유럽은 이른바 ‘휴전’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 상황은 공식적으로 아직도 종전되지 않은 1950년대 한국전쟁과 유사한 교착 상태다. 전쟁은 외교가 아니라 전선에서 결판이 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더 많은 수천 명의 병사들이 희생되고, 우크라이나 국민은 계속 궁핍에 시달리며,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의 생활 수준도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러시아산 저가 에너지 수입이 끊기면서 생산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기 및 에너지 비용을 기록하고 있으며, 독일도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영국 산업연맹(CB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산업용 에너지 가격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간값보다 거의 3분의 2 높으며,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다. 영국의 전기 요금은 EU 중간값의 약 두 배다. 현재 영국 기업이 부담하는 전기 비용은 위기 이전보다 약 70% 높고, 가스 비용은 60% 이상 높다. 기업 10곳 중 4곳은 그 결과 투자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5억 kWh를 소비하는 제철소>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결국 발을 빼더라도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조금만 더 지원하면 러시아의 손실이 지나치게 커지고, 러시아 경제가 붕괴하며, 푸틴이 평화를 구걸하게 되고, 결국 축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무릎을 꿇은 상태이며 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유럽은 러시아가 약하고 패배 직전에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물리친 뒤 유럽을 침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명백히 모순된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리는 향후 10년 안에 유럽 주요 경제권이 G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를 두 배 가까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이른바 러시아의 임박한 침공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브론웬 매독스(Bronwen Maddox)는 영국 안보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며 국방 지출이 “모든 공공 지출 가운데 가장 큰 공공의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은 시급히 필요한 국방비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더 많은 차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내년과 그 이후 정치인들은 질병 수당, 연금, 의료비 삭감을 통해 재원을 되찾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국방비를 위해 일부 복지 혜택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절실히 필요한 공공 서비스와 복지, 그리고 기술 투자에서 막대한 자금을 빼내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인 무기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유럽이 향후 10년과 그 이후에도 주요 경제 주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중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된다.
[출처] Ukraine- Russia four years 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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