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법 개정 5만 입법청원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2일, 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CCTV) 설치를 막기 위한 입법청원 참여자가 4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이하 궤도협의회)는 지난 2월 5일부터 운전실 CCTV 설치 제한을 골자로 한 ‘철도안전법 개정 5만 입법청원’(링크)을 시작했다.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철도안전법을 개정해 국토부의 CCTV 의무화 시도를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은 청원 마감일인 3월 7일까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다.
블랙박스 있는데 CCTV? "탁상행정"
그동안 철도안전법 시행령 부칙에 따라, 열차 운전실에서는 CCTV가 운영되지 않았다. 기관사가 한 평 남짓한 운전실에서 식사부터 용변까지 해결하기에 인권침해 우려가 크고, 애초 운행기록장치에 모든 운전 내역이 기록되므로 CCTV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운전실 CCTV 설치를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반복되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와 국정감사 지적 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감사보고서에 대해 “현장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며, “철도 공사의 입장도 사고 조사를 하는데 있어 현재 아무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운행정보기록장치가 있는 열차는 전방 영상이 모두 녹화되고, 무전·제동·가속 정보 역시 초 단위로 저장되므로 CCTV는 과잉감시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조사에서 항공·철도 분야는 영상이 아닌 기계 기록 데이터가 중심인 것이 통상적이다.
정주회 철도노조 운전국장은 “CCTV로 찍었는데 속도가 98km/h이면, 블랙박스에도 98km/h로 적혀 있는 것”이므로 “CCTV로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덧붙여 “(감사원이 말하는 것은)간혹 옛날에 나온 차량의 경우 제동 압력 등 기록이 안 되는 항목 일부에 대한 것”이라며, “그러면 센서를 교체하거나, 해당 열차에 한해 계기판만 찍으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철도안전법 개정 5만 입법청원에 나선 철도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휴대전화 사용 막겠다? CCTV는 대책 아냐
2025년 1월 한국철도공사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한 ‘2024년도 국정감사 지적사항 조치결과 및 향후계획’에는 시행령과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운전실 CCTV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오봉역 사고가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 때문이라며, 국정감사 지적사항으로 운전실 CCTV 운영을 촉구한 데 따른 조치다.
한국철도공사가 공시한 2024년도 국정감사 지적사항 조치결과 및 향후계획
그러나 사고 당시 열차를 운전했던 기관사는 과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동승했던 선임기관사 역시 휴대폰을 사용했지만 사고와의 관련성이 없어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애초 기관사가 수십대의 차량 뒷 편을 확인할 수 없는 탓에 근무환경 자체가 위험한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강철 위원장은 “자그마한 사고가 나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철도사법경찰에서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데이터 등이 통신사에서 조회”되고 “만일 자료 제출에 동의하지 않으면 압수수색 영장으로 집행한다”고 말했다. CCTV가 아니라도 이미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철 위원장은 업무 중 휴대전화 사용 방지를 위해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열차 운전 시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한 별도의 보관 케이스를 만들기로 합의”했고, “서울교통공사는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는 앱을 만들어서 사용 중”이라고도 전했다. 정주회 운전국장 또한 “휴대전화 문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억지로 도입해 반발심만 초래하는 대책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잉감시는 안전이 아니라 위협
장시간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운전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오히려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안전법 개정 5만 입법청원의 취지 또한 “감시와 불신 속에 작은 실수에 매몰될 때 오히려 더 큰 상황적 위험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며, “모두가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철도는 감시가 아닌 시스템의 혁신으로 만들어”진다고 언급했다.
미국심리학회(APA)의 ‘2023년 미국 내 노동 조사’(Work in America 2023) 결과보고서를 봐도, ‘근무 환경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감시받는 노동자(45%)가 감시받지 않는 노동자(29%)보다 더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미국심리학회(APA)의 'Work in America 2023" 보고서 발췌
강 위원장은 “운전실은 용변을 보기도 하고 식사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그런 감시 속에서 노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에 위배”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기관사 개인을 처벌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시스템을 개선하고, 실수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하는 것에 인색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진정한 안전을 향해
윤재옥 의원이 언급한 2022년 오봉역 사고는 입환(차량 연결 및 분리)작업을 기존 3인 1조가 아닌 2인 1조로 수행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선로전환이 되지 않은 열차의 화차에 노동자가 치여 발생한 참사였다. 3인 중 줄어든 1인은 선로전환기가 있는 지점(포인트)에서 열차가 선로에 올바르게 진입했는지 확인하는 역할이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는 당시 성명으로 “노사 공동 직무진단 결과 1,865명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연구조사가 있었지만, 국토부와 기재부가 이를 묵살해 단 한 명의 인력도 증원되지 않았던 결과”라며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짚기도 했다.
2024년 철도노조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참여자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강 위원장은 “열차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기관사의 실수를 방지하려면 감시가 아닌 인력 충원과 휴식시간의 충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노조가 안전을 위해 “열차가 다니는 선로에서 하는 상례작업을 중단할 것”과 “선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할 것”, “인력충원 등으로 적정한 작업시간 확보”를 요구해왔다고도 밝혔다.
2015년 한국산업안전공단이 발간한 ‘인적에러 방지를 위한 안전가이드’는 인적 오류 방지 대책의 1번으로 “상황을 검토하여 실수를 증가시키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철도노조가 휴대전화 사용 방지에 단호히 나섰듯, 적정한 관리·감독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정주회 운전국장은 "(CCTV 문제는)노동자를 대화의 주체나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주체로서 사고하지 않고, 사물 혹은 짐덩어리처럼 보니 일어난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위험을 양산하는 구조를 방치하고 대화는 거부한 채, 노동자의 과실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 탁상행정으로는 철도안전 실현이 요원해보인다. 한편, 해당 입법청원은 국회전자청원 온라인 페이지(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철도안전법 개정 5만 입법청원 홍보물. 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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