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 머저르와 빅토르 오르반이 약수를 하고 있다. 출처 : 유럽연합
국제 자유주의 논객들은 또다시 환호하고 있다. 헝가리의 장기 집권 우파 지도자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이 2026년 4월 선거에서 패배했고, 세련된 이미지와 대중적 매력을 앞세운 야권 지도자 페테르 머저르(Péter Magyar)가 불과 몇 달 만에 권력을 장악했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승리”, “오르반 체제의 종식”, “유럽의 새로운 새벽”을 외친다. 그러나 이런 말은 믿을 가치가 없다.
이것은 좌파, 노동자, 또는 어떤 진정한 진보 세력의 승리가 아니다. 이는 부패한 헝가리 정치 엘리트 내부에서 벌어진 비열한 궁정 쿠데타일 뿐이다. 지배계급 내부의 한 파벌에서 다른 파벌로 권력이 이동했을 뿐이며, 이를 영웅적인 민중 봉기로 포장했을 뿐이다. 헝가리 국민은 승리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한 집단의 과두세력을 다른 집단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페테르 머저르는 구원자가 아니다. 그는 오르반 권력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이며, 헝가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 중 하나 출신의 플레이보이다. 그의 급부상은 저급한 연속극과도 같다. 추문에 가까운 사생활, 당시 오르반 정부의 법무장관이었던 아내와의 격렬한 이혼, 협박, 갈취, 밀실 거래가 뒤섞여 있다. 그는 체제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그 체제에서 튀어나온 존재다. 그의 캠페인은 성추문, 개인적 복수, 그리고 자유주의 언론이 선호하는 세련된 홍보 전략으로 추진됐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이를 의미 있는 변화로 포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여론 변화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는 오르반 정부 하의 소년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패와 학대 스캔들이었다. 조사 결과, 국가가 운영하는 미성년자 시설에서 조직적인 학대와 성적 착취, 은폐가 이루어졌고, 고위 관료들이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입을 막는 데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법과 질서’를 내세운 오르반 체제의 부패한 실체를 드러냈고, 대중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헝가리’를 뜻하는 성을 가진 머저르는 이러한 상황을 교묘하게 활용해, 불과 몇 달 전까지 그 체제 깊숙이 몸담고 있었음에도 이를 청산할 새로운 얼굴로 자신을 내세웠다.
오르반은 브뤼셀과 유럽연합(EU)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이민, 법치주의, 러시아에 대한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 등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충돌해왔다. 반면 머저르는 오르반 정부에서 외교부 관료로 일하며 브뤼셀에서 헝가리를 대표했다. 그는 EU의 대러 강경 노선에 더 적극적으로 동조할 인물로 평가된다. 즉, 푸틴과의 갈등을 장기화하고, 대서양 동맹 중심의 군사 체제에 더 깊이 편입되는 방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오르반이 ‘자유주의 유럽’과 트럼프식 반EU 정치에 맞서는 민족주의적 저항을 상징했다면, 머저르는 헝가리를 다시 신자유주의 주류 질서로 복귀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군비 지출, 더 강한 대러 제재, 워싱턴에 대한 지속적인 종속, 그리고 브뤼셀과의 협력 강화가 그 방향이다.
머저르 집권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분야 중 하나는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시온주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다. 오르반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가자지구에서의 반인도 범죄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베냐민 네타냐후를 국빈으로 초청하며 환대했다. 이러한 외교적 지지, 무기 거래, 정보 협력으로 이어지는 밀착 관계는 헝가리 정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새로운 얼굴’을 내세운 머저르 역시 이 정책을 바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르반과 마찬가지로 가자지구의 집단학살과 레바논, 이란에 대한 불법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는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우경화되고 부패한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으로 남아 있다. 오르반은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을 결합한 마피아 국가를 구축했고, 독립 언론을 탄압했으며, 성소수자 권리를 공격하고 반이민 히스테리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권력 역시 더 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머저르는 이미 이민 문제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시사했으며, 카지노 자본주의, 무기 제조업, 그리고 시온주의와 연계된 과두 세력으로 이루어진 동일한 초국적 네트워크에 깊이 얽혀 있다. 이 네트워크는 유럽 내부의 부패를 추동하고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함정이다. 자유주의 진영은 우파 포퓰리스트의 패배를 언제나 ‘민주주의의 승리’로 축하한다. 그러나 그 자리를 대신하는 세력이 같은 제국 질서에 봉사하는 또 다른 집단일 뿐인 경우에도 그렇다. 그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체제 전환을 추진하던 CIA 지원 인물 마차도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때도 환호했다. 그리고 지금은 부다페스트에서 머저르가 권력을 잡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두 경우 모두에서 근본적인 권력 구조, 즉 서방 자본, 나토 군사주의, 그리고 인류의 진짜 적과 마주하기를 거부하는 구조는 전혀 건드려지지 않았다.
이번 헝가리 선거는 이른바 ‘민주적’ 야권의 파산을 드러낸다. 머저르의 승리는 오르반식 권위주의 모델에 대한 진정한 대안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더 세련되고 EU 친화적인 형태의 동일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약속할 뿐이다. 워싱턴에 대한 지속적인 종속, 군비 지출 확대, 노동자에 대한 긴축 강화, 그리고 가자, 레바논,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 주도의 전쟁에 대한 침묵 또는 공모가 계속될 것이다.
유럽 전역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막대한 자금 흐름, 군비 증강 압력, 그리고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은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동의한 적 없는 지정학적 게임의 대가를 떠넘기고 있다. 오르반의 권위주의적 연고 자본주의든, 머저르의 더 세련되고 EU 정렬적인 버전이든, 어느 쪽도 아무런 구제를 제공하지 않는다. 둘 다 결국 동일한 초국적 자본과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위해 봉사하며, 임금을 억제하고 공공서비스를 약화시키며 노동계급을 압박한다.
이것이 더 깊은 비극이다. 유럽 좌파의 상당수는 진짜 적이 단지 극우 정치의 난극이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전체 제국주의 체제라는 사실을 여전히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르반과 머저르는 동전의 양면이다. 하나는 노골적으로 권위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며,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적이고 겉으로는 ‘점잖은’ 모습을 띠고 있지만, 둘 다 결국 같은 지배 세력에 봉사한다.
멜로니 집권 이후 이탈리아의 경험은 경고를 제공한다. 이른바 ‘중도좌파’ 야권은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고, 그 결과 한편에서는 극우가 공간을 장악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중적 환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역학은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진정한 저항은 자유주의적 환상이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민주주의 연합’ 위에서 구축될 수 없다. 그것은 제국을 명확히 지목하고, 끝없는 전쟁을 거부하며, 유럽의 재무장을 반대하고, 시온주의 프로젝트와 그것을 떠받치는 세력과 결별하는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자, 테헤란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와 피억압자를 중심에 두는 진정한 사회주의적·반제국주의 정치가 필요함을 뜻한다.
헝가리 국민은 이 끝없는 엘리트 꼭두각시극의 또 다른 장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다.
[출처] Hungary’s Fake “Democratic” Revolution — From Orbán’s Mafia to Péter Magyar’s Neoliberal Circu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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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레오나르디(Michael Leonardi)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칼럼니스트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