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echnocracy, Inc. – Public Domain
‘에픽 퓨리 작전’의 첫 미사일이 발사된 지 한 달 남짓이 지났다. 이 공격은 첫날에만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여학생 150명과 학교 직원들, 그리고 이란의 군(40명) 및 정치 지도부 대부분을 사망하게 했다. 이후 불안정한 휴전이 발효된 지도 며칠이 지났다. 이 공격은 중동, 특히 이란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했을 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에서 주권 수호를 위한 공동 대응과 협력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율적인 외교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설정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국가 집단으로 여겨졌던 이 지역은 이제 붕괴 상태에 놓였다. 남미 지역 협력의 틀로 기능했던 남미국가연합(UNASUR)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협력 원칙들은 사실상 사라졌다. 지역은 분열했고, 이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일부 국가는 ‘확장된 북아메리카(Greater North America)’라는 새로운 구상 아래 통합될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미국의 반구 안보 전략 틀 속에서 제시됐다. 이 구상은 에콰도르에서 그린란드까지 이어지며 카리브 전역, 중앙아메리카 전체,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가이아나를 포함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대륙 전반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를 강화하려 하며, 포함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국가들을 핵심 파트너로 본다.
‘확장된 북아메리카’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전날, 피트 헤그세스 전쟁장관이 발표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향후 2~3주 동안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때까지” 강하게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해군과 공군, 통신 체계를 “궤멸시켰다”고 주장했다. 중동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다른 지역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는 대륙 차원의 경제·에너지 블록을 신속히 구축하려 한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결별
새로운 ‘확장된 북아메리카’ 구상은 적도 이북의 모든 국가가 더 이상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지 않으며,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 이해 범위에 포함된다고 전제한다. 이 구상의 목표는 핵심 자원, 해상 교통로, 파나마 운하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방위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마약 밀매 경로를 통제하겠다고 밝힌다.
글로벌 사우스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지정학적·사회경제적 용어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카리브, 아시아 대부분, 오세아니아를 포함한다. 이는 식민지 경험을 공유하며 불평등한 세계 질서 개혁을 추구하는 국가들을 지칭하며, 전 세계 인구의 약 85%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남반구에 있지만, 중국과 인도처럼 북반구 국가도 포함된다. 이 용어는 ‘저개발’을 의미하던 개념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다극적 세력을 의미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을 의미하는 글로벌 노스에 대한 대응 개념이다. 그러나 ‘확장된 북아메리카’ 구상을 통해 미국은 12개 이상의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국가를 더 이상, 이 범주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이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를 ‘확장된 북아메리카’에 포함한다고 선언한 이후 이들 국가 정상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세 정부는 피트 헤그세스의 새로운 구상을 인정하거나 거부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전략적 침묵을 선택했다. 이들은 협의나 합의 없이 내려진 지리적·지정학적 결정을 사실상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미국의 지역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온 브라질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 역시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헤그세스 발표 다음 날,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는 자신을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명단에서 제외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른바 ‘클린턴 리스트’에서의 제외로 2018년 이후 유지된 금융·무역 제재가 해제됐고, 그는 미국 기업 및 투자자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델시 로드리게스는 이를 베네수엘라와 미국 관계의 “정상화와 강화로 나아가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헤그세스는 ‘확장된 북아메리카’를 통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을 설정하면서, 남미 남부를 우호적 영향권으로 남겨두되 핵심 안보 범위에서는 제외한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페루, 우루과이, 볼리비아 등은 지리적 위치상 여전히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지만, 주로 자원 공급을 담당하는 전략적 후방 파트너로 간주한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자국 방위 책임을 더 많이 떠맡도록 요구하며, 자신은 ‘확장된 북아메리카’ 핵심 지역과 중동 분쟁에 자원을 집중하려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먼 지역 방어 부담을 줄이고, 아르헨티나·칠레·파라과이·볼리비아 등은 ‘아메리카 방패(Shield of the Americas)’ 틀 안에서 외부 협력국으로 기능한다.
3막 교향곡
‘확장된 북아메리카’ 구상의 전개는 2025년 12월 4일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구체화하기 시작한 지역 지배 정책의 정점을 이룬다. 이 문서는 이른바 ‘돈로 독트린’을 공식화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은 핵심 자원을 확보하고 경쟁 세력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서반구에 대한 절대적 통제를 재확립하려 한다. 이 전략에 따라 세 가지 주요 조치가 진행됐다.
■ 카르텔 대응 아메리카 회의(Conference of the Americas Against Cartels). 3월 5일 피트 헤그세스 전쟁장관은 도럴 남부사령부에서 17개국 국방장관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밀러 고문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역내에서의 마약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직접적인 군사 타격을 정당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 아메리카 방패 정상회의(Shield of the Americas Summit). 이틀 뒤인 3월 7일 마이애미 도럴에서 열린 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도럴 헌장에 서명했고, 이를 통해 군사 협력과 정보 공유를 제도화하는 동맹을 구축했다.
■ 3월 31일 지침(March 31 Directive). 마지막으로 ‘확장된 북아메리카’의 공식화는 이 구상의 완결을 의미하며, 대륙을 분할하고 남미국가연합(UNASUR)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가 추구해온 자율성의 목표를 사실상 무너뜨렸다. ‘확장된 북아메리카’는 그린란드에서 에콰도르에 이르는 모든 사안을 미국의 내부 안보 문제로 규정하는 영향권을 설정한다. 이로써 자발적 협력은 사라지고, 지역 주권을 미국 안보에 종속시키는 통합 안보 블록이 형성된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미국이 이 지역의 천연자원에 접근하려는 욕망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 지역과 세계 곳곳에서의 군사 개입은 항상 석유나 다른 천연자원을 둘러싸고 이루어졌다. 민주주의, 자유, 제도 존중과 같은 가치들은 언제나 명분에 불과했다.
2023년 1월 남부사령부 사령관이었던 로라 리처드슨 미 육군 대장이 이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언급하며 그것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 자국의 국가안보 문제라고 밝힌 발언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이 지역은 풍부한 자원과 희토류, 그리고 전 세계 리튬의 60%가 집중된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의 리튬 삼각지대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지역에는 세계 담수의 31%와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있다”며 “이러한 자원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 행사에서 미국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지역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지 이 일정을 앞당겼을 뿐이다. 지역의 저항이 미약한 상황에서, 그리고 이란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벌인 전쟁이 과장된 승리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도, 이 정책을 계속 밀어붙인다.
결론
‘확장된 북아메리카’는 더 이상 외교 무대에서 협상으로 조정되는 주권이 아니라 군사 작전실에서 관리되는 새로운 질서를 규정하려 한다. 감독된 평화라는 명목 아래, 이 지역은 자원과 국경 통제권을 넘기도록 요구받는다. 이 구상은 협력 제안이 아니라 지역 분할을 명령하는 선언이다.
트럼프가 승리를 주장하는 전쟁과 그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에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의 새로운 분할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언어, 종교, 역사, 기원이 서로 다른 55개 회원국을 보유하고도 기후 변화, 세계 무역, G20 참여 등에서 공동 입장을 형성한 아프리카연합과 달리,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은 CELAC의 붕괴와 함께 지역의 존엄성과 주권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 지역은 다시 한번 서로 경쟁하며 누가 펜타곤을 더 만족시킬지를 겨루는 국가들의 군도로 전락했다.
[출처] Greater North America and the US Government's New Regional Geography - CounterPunch.or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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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라 루이스 카로(Ariela Ruiz Caro)는 베를린 훔볼트대학교(Humboldt University of Berlin) 출신 경제학자이며,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University of Buenos Aires)에서 경제통합과정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안데스·남미 남부 지역을 담당하는 아메리카 프로그램(Program for the Americas) 분석가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