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제조업을 이끌고,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며,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유럽 자동차 산업.
아니다.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에어컨이 없어 유럽의 여름 더위에 정신이 혼미해진 것도 아니다.
2019년만 해도 실제 상황이 그랬다. <맥킨지>는 당시 유럽 자동차 산업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지배적인 강자로 평가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다. 반면 유럽 자동차 산업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자동차 생산 능력의 3분의 1은 이제 필요 이상의 과잉 설비로 여겨진다. 정책 결정자들은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차이나 쇼크 2.0'은 유럽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유럽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없었다면 차이나 쇼크 2.0이 지금처럼 큰 주목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유럽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이 산업은 유럽을 대표하는 핵심 산업이다. 드라기 보고서가 유럽 산업 연구개발 체계의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을 강조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직간접적으로 1,300만 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차이나 쇼크 논의를 유럽 자동차 산업에 집중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중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가장 흔한 설명은 중국을 중심에 놓는다. 중국의 산업정책, 위안화 저평가, 부진한 내수, 그리고 세계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킨 중국의 역할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2019년을 되돌아보면 다른 쪽에도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이 산업은 어떻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피해자의 처지로 전락했는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야기의 양쪽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 자동차 산업이 실패한 이유를 이해해야만 차이나 쇼크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국만을 병리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나머지 세계는 정상적인 상태로 전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 유럽 자동차 산업은 본래 건강한 산업인데 약간의 보호만 받으면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차이나 쇼크는 일종의 진단이다. 유럽 자동차 산업이 지금처럼 쉽게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신호다. 그것은 유럽 경제의 핵심에 깊은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 상태를 진정으로 벗어나려면 산업 보호와 지원을 주장하는 동시에 체계적인 구조개혁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
이 주장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차이나 쇼크'라는 서사가 생산과 제조업 고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사실 장기적으로 유럽 경제의 더 큰 문제는 독일식 경제 전략이 보여준 중상주의와, 그 결과로 이어진 생활수준 억제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생활비 위기'까지 겹쳤다. 진보 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이 위기의 원인을 기업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와 가격 폭리에서 찾았다. 다시 말해, 유럽 자본이 사회적 타협을 훼손하면서 생활비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은 오히려 해결책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핵심은 차이나 쇼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만이 아니다. 생활비 위기를 낳은 유럽 정치경제의 해로운 구조적 흐름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차이나 쇼크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물가 충격 국면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greed(탐욕)와 inflation(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로 원가 상승 이상의 폭으로 기업들이 가격을 올려 초과이윤을 얻으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라는 이름으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 질문이 유럽 자동차 산업만큼 절실하게 제기되는 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 자동차 산업, 특히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진 이유를 설명하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자주 거론된다.
1. 비용 문제: 예를 들어 도요타와 비교하면 폭스바겐은 인력이 지나치게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2. 또 다른 설명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와 '스마트카'라는 새로운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전자 기술과 복잡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둘러싼 경쟁력의 문제다.
3. 가장 포괄적인 설명은 자동차 업체를 하나의 기업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도록 제품 가격을 결정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이익을 내부 유보금, 배당, 신규 투자에 어떻게 배분할지를 결정한다.
물론 이 밖에도 살펴볼 쟁점은 많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제시한 세 가지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장기적·구조적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글에서 다시 다루겠다. 하지만 세 번째, 즉 기업 재무라는 관점은 특히 흥미롭다. 기업 재무를 살펴보면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빠르게 뒤바뀌는지를 매우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자료는 네덜란드의 싱크탱크 소모(SOMO)가 발표한 <만들어진 위기>(Manufactured Crisis)라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SOMO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유럽 자동차 산업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든 적어도 돈이 부족한 산업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유럽 자동차 산업은 다른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산업으로 두드러졌다.

2023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전체 이익의 40.6%를 벌어들였다. 이는 2006년의 27.9%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23년 주요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거둔 순이익은 981억 유로에 달했지만, 2006년에는 109억 유로에 불과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한 세기 전 '포드주의'라는 새로운 산업 시대를 이끌며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제치고 앞서 나갔다. 미국 업체들은 일본과 한국에 이어 3위권 경쟁자로 밀려났다.
유럽 자동차 산업은 총이익 규모뿐 아니라 매출 대비 수익성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어느 지역의 자동차 산업도 유럽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막대한 이익은 자동차 수요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거둔 것이다. 사실 두 현상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제르피사(GERPISA) 싱크탱크의 토마소 파르디(Tommaso Pardi)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U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 증가는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020년 이전에는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중국과 미국 수출 호조에 힘입어 높은 수익을 올린 반면, 피아트, 르노, PSA, 오펠 등 다른 유럽 업체들은 고전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량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했으며, 프리미엄 시장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이동했다. 이 전략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오늘날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구매력 위기를 심화시켰다. 가격이 저렴한 A세그먼트와 B세그먼트 전기차 모델이 거의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르디의 분석이 보여주듯,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고가 전략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 2021년 초부터 자동차 가격은 2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기본형 유럽 자동차의 진입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파르디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EU27의 신차 가격 월평균 상승률은 이미 이전 5년(2016~2020년) 평균의 네 배에 달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뒤 2021년에는 수요가 회복됐지만, 2020년 말 시작된 반도체 부족 사태 때문에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을 활용해 이윤 폭을 확대하고 판매를 고급 차종 중심으로 전환했다. 당시에는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가격 결정력'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됐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었다. 당시의 높은 이윤은 기업의 가격 결정력 때문이 아니라 예외적이고 일시적인 시장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반도체 공급난은 계속됐다. 여기에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까지 겹쳤다.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2022년 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신차 가격의 월평균 상승률은 2016~2020년 평균의 다섯 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프랑스 시장을 분석한 IMT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신차 소비자 가격이 평균 6,800유로(24%) 상승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원자재 가격, 노동비용 상승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 인상분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나머지 4분의 3은 내연기관차와 전동화 차량 모두에서 나타난 고급화 전략과 이른바 '가격 결정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2020년대 초 유럽 자동차 산업은 그리드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자동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충격과 공급망 혼란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크게 올렸고,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불운하게도, 이 전략을 추진한 시기가 바로 중국 자동차 산업이 생산 능력을 폭발적으로 확대하고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던 시점과 겹쳤다. 만약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2020년 이후 차량 가격에 추가한 약 5,000유로의 고급화 비용과 이른바 '가격 결정력'에서 비롯된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주고, 1만~2만 유로 가격대에서 유럽 가계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매력적인 보급형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면 지금보다 경쟁력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을까? 그렇게 하려면 자동차 생산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기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신규 투자가 필요했다. 그런데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이 점에서도 유럽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물론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투자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과 이미 보유한 생산 설비 규모를 고려하면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이 점 역시 SOMO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비교적 낙관적인 보고서도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중국과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다시 말해, 유럽 자동차 산업이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이익에서 차지한 압도적인 비중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는 턱없이 낮았다.
그렇다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이렇게 막대한 이익을 어디에 사용했을까?
그 가운데 하나는 대규모 배당금 지급이었다. 나는 이전 글에서도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2020년대 초는 중국과의 경쟁이 결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던 시기였지만, 폭스바겐은 그 시기에 주주들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SOMO처럼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면, 이야기는 단순히 배당금 지급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폭스바겐(VW) 같은 기업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은 막대한 배당이 아니라 금융자산과 현금성 자산을 지속적으로 축적했다는 점이다.

2020년대 들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등장한 결정적인 시점에, 유럽 자동차 산업은 유난히 안으로만 향하는, 심지어 자기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요를 확대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고가 차량 판매에 집중해 시장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뽑아냈고, 그렇게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전략적 투자에 쏟아붓기보다 투자자들에게 배당하거나 기업 내부의 준비금으로 쌓아두었다.
물론 재무 수치만으로는 이처럼 복잡한 이야기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이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폭스바겐 같은 기업에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또 실제로 이루어진 투자들이 왜 경쟁력 있는 차량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는지는 별도로 다루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SOMO의 자료가 보여주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거시적인 수준에서 보면, 이러한 모습은 유럽 기업 전반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의 의뢰를 받아 유럽 상위 200대 기업을 분석한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와 공동 연구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 기업 전반에서는 금융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주요 기업들은 생산설비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는 줄이는 대신 금융자산을 대규모로 축적했고, 동시에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자금은 갈수록 늘려 왔다.

보고서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업들이 단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더 많은 몫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데 그쳤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유럽의 비금융기업 부문은 주주 환원을 늘리는 동시에 대차대조표에 사상 최대 규모의 유보금을 쌓아 왔다. 이는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익을 누렸고, 동시에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시대를 반영한다. 매년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면, 기업당 유보이익의 중간값은 2000년 7억5,000만 유로에서 2024년 50억9,000만 유로로 증가했다. 실질 기준으로 322% 늘어난 것이다(그림 7). 다시 말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기업들이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 자산도 축적하고 있었다. 이는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 아니라,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상호보완적 전략이다. 금융화된 기업 지배구조 아래에서는 기업의 제약이 현금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생산적 투자가 더 이상 기업이 요구하는 수익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경제가 새로운 생산 능력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가 아니라, 주주들이 금융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그 결과 기업 이익은 생산경제로 다시 흘러들어가거나 노동자와 공공 부문에 분배되기보다 점점 더 기업의 대차대조표 안에 쌓여 간다. 특히 이러한 유보이익 증가는 대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린 상위 34개 기업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6,210억 유로의 유보이익을 쌓았으며, 이는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유보이익 7,690억 유로 가운데 81%를 차지했다.
이것이 바로 유럽 자동차 산업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시경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국민계정 차원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기업 저축 과잉으로 나타난다. EU27의 비금융기업(NFC) 총저축은 2000년에는 투자의 82%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105%까지 증가했다. 이제 비금융기업 부문은 투자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총저축은 2조2,800억 유로, 총투자는 2조1,800억 유로였다(그림 8). 기업들은 현금을 계속 창출하고 축적하지만, 그 자금을 혁신이나 생산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입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된 결과는 이 연구의 가장 인상적인 발견 가운데 하나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비금융기업 부문은 가계의 저축을 흡수해 새로운 투자를 하는 순차입자였다. 그러나 2009년 이후에는 경제 전체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적인 순대출자로 바뀌었고, 2024년에는 순대출 규모가 EU GDP의 1.2%에 이르렀다.
거시경제 차원에서 보면, 이는 중국과의 양자 무역적자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도 유럽이 세계 전체를 상대로는 여전히 큰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는 두 현상은 사실 서로 연결되어 있다. 생산적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유럽 산업은 경쟁력이 약해졌고, 중국에서는 훨씬 더 강한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경쟁력을 키운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유럽 산업은 그 충격에 더욱 취약해졌다.
가장 중요한 전장인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차이나 쇼크 2.0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물론 그중 상당수는 중국 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유럽 내부의 '병리적 현상'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글에서는 특히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유럽 기업들의 대차대조표에서 드러나는 금융화이고, 다른 하나는 2010년대 후반 이후 주요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추진한 고가 전략이다. 이러한 선택이 유럽 자동차 산업을 2020년대 이후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유난히 취약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유럽은 중국의 문제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유럽 내부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유럽은 명목상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생활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내세운다. 지나치게 비싸고, 과도하게 고출력이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SUV가 넘쳐나는 세상을 바란다고 공언하지도 않는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와 금융화를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라고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유럽의 대표적인 산업 기업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실제로는 바로 그런 방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더 나아가, 유럽 자동차 산업이 단지 경쟁 전략을 잘못 선택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녹색 에너지 전환 자체를 의도적으로 방해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의 도전에 단호하게 대응하려는 정책에도 지속적으로 로비를 벌여 반대했다. 그 이유는 유럽 소비자에게 저렴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국에서 빠르게 축소되는 내연기관차 시장에 점점 시대에 뒤처진 차량을 계속 판매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차이나 쇼크가 제기하는 딜레마는 분명 현실적이다. 고용과 국가안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2026년의 선택이 이처럼 고통스러운 이유는 유럽 산업이 스스로 내린 전략적 결정에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럽 자동차 산업을 일정 기간 보호하는 조치는 충분히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보호는 자동차 산업이 보여준 전략적 실패를 철저히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보호만 제공한다면 유럽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비싼 자동차만 판매되는 '고가 시장'에 갇히게 되고, 현재의 위기에 공동 책임이 있는 경영진 역시 그대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를 피하려면 차이나 쇼크에 대응하는 정책과 함께, 한때 유럽 경제의 보석이었던 자동차 산업을 지금의 난국으로 몰아넣은 이해관계와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통제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러한 재편과 규율을 담당해야 할까? 그 역할은 정치권, 기업 경영진, 외부 전문가, 노동자뿐 아니라 납세자와 소비자 단체가 함께 맡아야 한다. 또한 찰스 세이블(Charles Sabel)과 데이비드 빅터(David Victor)가 주장하듯,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경우 실제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신뢰할 수 있는 제재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는 분명하고, 모호함이 없으며,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목표는 기존 체제를 복원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한 빠르게 경쟁력 있으면서도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차량 한 대당 평균 가격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2020년대에 정착시키려 했던 수준보다 훨씬 낮아야 하며,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이룩한 놀라운 기술 혁신이 가능성을 보여준 가격대에 훨씬 가까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차이나 쇼크에 대한 보호주의적 대응은 결국 유럽 자동차 업계가 2020년대 초 그리드플레이션 시기에 거둔 초과이익을 정치적으로 보전받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