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엔화 방어 개입…미 국채 대량 매도·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미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일본은행과 공조해 엔화를 매입했다. 미국은 엔화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매도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이미 많은 논평이 나왔고 대체로 핵심을 짚고 있지만, 몇 가지는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이 왜 사실상 단독으로 개입했는지, 다시 말해 미국이 어떤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발생한 거대한 부동산·주식시장 거품의 후유증이 놀라울 정도로 계속되는 가운데 고령화와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는 전반적인 성향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1) 일본은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황과 싸우기 위해 극도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했지만, 코로나19로 공급 충격이 발생하기 전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가치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내수 경기를 크게 부양하지는 못했지만, 수출에는 도움이 됐다.2) 일본은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공급 충격에 크게 노출돼 있다. 이 충격은 엔화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필수 물자의 수입 비용까지 더 끌어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논평가들은 일본이 엔화를 매입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려고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미 재무부가 이번 조치에 나섰다고 본다. 이란 전쟁이 진행되면서 장기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분석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이것이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의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미국이 일본에 고통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려 엔화를 방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지 의문이 생긴다. 당국은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정도로 취약한 일본 기업들뿐 아니라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것일 수 있다.3)

먼저 실제 개입부터 살펴보자. CNBC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 일본 재무성은 금요일 미 재무부와 공조해 엔화 매입 개입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공조 개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 재무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를 확인하면서 금요일 실시한 공조 외환시장 조치는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재무성은 월요일 미 재무부와 공조해 금요일 엔화 매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일본 통화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두 동맹국이 공동으로 움직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정부는 필요할 경우 다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공조 개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 재무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사쓰키(Satsuki Katayama) 재무상도 일본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미 재무부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화는 지난주 목요일 달러당 163.73엔까지 떨어졌다가 금요일 157.57엔까지 강세를 보였다. 월요일에는 달러당 157.70엔에 거래됐다. 최근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엔화 약세는 일본 정부의 주요 우려로 떠올랐다.

재무성은 앞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외국·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 제도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IMA 레포 제도를 이용하면 승인을 받은 외국 중앙은행과 통화당국은 미 국채를 일시적으로 맡기고 단기 달러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를 확인하면서 금요일 실시한 공조 외환시장 조치는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국가가 민간 부문이든 공공 부문이든 대외채무 위기에 빠지고, 그 여파로 통화 위기까지 발생하면 국제통화기금(IMF)이 통상 전면에 나선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끝없이 반복되는 듯한 아르헨티나 구제금융을 생각하면 된다. 미국은 1980년대 악명 높은 주요 5개국(G5)의 플라자 합의와 이후 루브르 합의에 따른 엔화 개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과 일본은 2011년 엔화 가치의 급등을 막기 위해 함께 개입했고, 1998년에는 엔화 가치의 급락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움직였다.4) 현재 진행 중인 일종의 엔화 구제 조치를 다룬 일부 보도에서도 IMF가 등장한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미국과 일본의 시장 개입이 자유변동환율제 통화로 인정받기 위한 IMF의 기준 때문에 제약을 받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은 가능하다면 이러한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다.5)

미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할 가능성을 둘러싼 과도한 공포는 근거가 약하다는 점도 독자들에게 상기시키고 싶다. 역사적으로 보면 5%는 결코 높은 금리가 아니다.

출처: macrotrends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그 이후 초저금리라는 실험에 나섰다는 점이다. 나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2% 아래로 내렸을 때 이를 실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중앙은행도 조용히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명목 또는 실질금리 기준으로 제로금리정책(ZIRP)은 실물경제를 활성화하지 못했고, 대신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으며6) 무엇보다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기를 부추겼다. 벤 버냉키는 연준을 이러한 경제 왜곡 정책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지만, 2014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을 겪으면서 결국 물러섰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잘못된 뉴노멀환경에서 성장한 투자자 세대 전체를 상대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뿐 아니라 전문성이 크게 부족한 사람들, 예컨대 지정학에 대해서는 제법 타당한 분석을 내놓는 유튜버들까지 미국의 재정적자가 위기를 일으킬 것처럼 걱정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자국 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는 비자발적으로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는다. 대신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는 있다. 금융위기를 일으키는 것은 과도한 민간부채다. 미국도 여기에 해당하고 중국은 훨씬 더 그렇다. 미 재무부는 엔화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급등하면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할 가능성을 충분히 우려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이미 불안한 기술주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 재정적자의 문제는 그 규모 자체가 아니라 재정적자를 너무 형편없이 운용한다는 데 있다. 우선 미국은 제대로 된 회계 체계조차 갖추지 않았다. 단순히 현금 유입과 유출만 계산하며, 경상지출과 투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기업이라면 경상지출은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고, 투자는 대차대조표에 자본자산으로 기록할 것이다.

둘째, 미하우 칼레츠키(Michał Kalecki)는 중요한 논문 「완전고용 달성을 가로막는 정치적 장애물」(Political Obstacles to Achieving Full Employment)에서 정부가 왜 지속적으로 재정적자를 운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민간 부문은 완전고용을 달성할 만큼 충분히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이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자리를 절실히 원하는 노동력의 예비군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은 생산성이 매우 낮은 분야에 재정적자를 쏟아부었다. 특히 어리석은 전쟁에 자금을 투입했을 뿐 아니라 비대해진 의료 시스템과 각종 지대추구 구조에도 막대한 돈을 썼다. 따라서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우려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그러한 비판이 탄탄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뿐이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제 몇 가지 전반적인 분석을 살펴보자. 아래 영상 상단에 나오는 베선트의 메모를 짧게 캡처한 이미지를 보라. 미국과 일본보다 먼저 움직이도록 투자자들을 유도함으로써 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할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울프 리히터(Wolf Richter)는 일본 경제가 처한 곤경을 특히 신랄하게 비판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유출 발언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금요일 보유 외환 가운데 달러가 아니라 유로화를 매도하고, 그 자금으로 엔화를 매입했다. 다만 달러 대신 유로화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개입 전 소문이 만든 효과, 연출된 긴장감, 실제 개입, 그리고 발표와 확인 효과가 겹치면서 엔화는 수요일 달러당 약 164엔에서 현재 156.9엔까지 강세를 보였다. 이번 공동 개입은 매우 큰 규모의 조치였다.

양측은 필요하다면 다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일본이 앞서 실시한 개입은 엔화 하락세를 되돌리지 못했다.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벌어줬을 뿐, 엔화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엔화 급락을 근본적으로 멈추려면 일본은행(BOJ)이 훨씬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대규모 양적긴축(QT)을 실시하고 금리도 훨씬 더 빠르게 크게 올려야 한다. 엔화가 무너진 근본 원인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은행이 펼친 무모한 통화정책에 있다. 놀라운 점은 일본이 그 정책을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하면서도 버텼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미 국채를 강제로 매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은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하는 대신 연준의 외국·국제통화당국(FIMA) 상설 레포제도(Standing Repo Facility·SRF)를 활용할 예정이다.

FIMA SRF를 이용하면 승인을 받은 외국 중앙은행이 미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달러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이 미 국채를 매도하는 대신 FIMA SRF를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이번 발표에 포함됐다. 다만 일본은행은 이미 수년 전부터 FIMA SRF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연준은 2021728FIMA SRF 도입을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 은행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 SRF도 함께 발표했다. 이 상설 FIMA 레포제도는 연준이 20203월 도입했던 임시 FIMA 레포제도를 대체했다.

일본이 향후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FIMA SRF로 전환하면서 미 국채시장에 가해질 압력도 줄였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엔화 기준 수입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자 일본은행도 기존 정책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의 정책금리는 1.0%에 불과하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터무니없이 긴 간격을 두고 다섯 차례 소폭 인상했을 뿐이며,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즉 정책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은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했다. 엔화 하락을 막으려면 금리를 훨씬 더 많이, 빠르게 올려야 한다.

일본은행은 2024년 말부터 양적긴축을 시작했고 이후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대차대조표 규모를 지금까지 약 16% 줄였다. 이는 엔화 하락세를 다소 늦췄을 수 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일본은행은 양적긴축을 훨씬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런 외환시장 개입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정책금리를 대폭 인상해 엔화 가치에 확실한 바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일본의 미 국채 매도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막는 것 외에도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조선일보 영문판도 「미·일 외환개입,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촉발」에서 비슷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즉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가 청산되면서 20248월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던 블랙 먼데이와 비슷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엔화가 중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달러당 158)을 넘어섰다고 보도하면서, 증시의 관심은 83일부터 3거래일 연속 당국이 개입할지 여부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음 시장의 격전지는 달러당 155이라며 일본 수입기업들이 예상하는 환율 범위가 155~160엔이기 때문에 당국도 이 수준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개입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포지션 청산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수석 시장경제학자 조너스 골터먼(Jonas Golterman)은 로이터에 엔화 매도 포지션이 상당히 누적돼 있다규모는 더 작을 수 있지만 2024년 여름과 비슷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외환시장 개입 직전인 728일 기준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엔화 약세에 베팅한 계약 124,575, 95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규모다.

시장 분석가들은 엔화 강세가 계속되면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축소되고, 이 과정에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오면서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어디에 투자돼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상당한 자금이 고평가된 기술주에 들어가 있다고 추정한다. 그래서 월요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물론 이후 미국 증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시 말해 미 재무부는 원하는 것을 조심하라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엔화를 떠받치려다 오히려 엔화가 과도하게 강세를 보이면, 차입자들이 엔화 부채를 청산하고 그 자금으로 매입했던 주식 포지션까지 함께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Apollo)7월 내놓은 보고서도 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 AI 투자자산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매도하면서 달러 가치가 약 10% 가까이 떨어졌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아폴로의 「달러가 AI 투자에 숨겨진 방식으로 의존하고 있다」(The Dollar’s Hidden Dependence on the AI Trade)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순자금이 사상 최고치로 급증했다. 자국 시장에서는 얻기 어려운 AI 투자 기회를 찾는 해외 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이를 주도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환율 위험을 헤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AI 투자 기대가 무너지면 이런 자금 유입도 줄어들 것이고, 이는 달러 가치에 상당한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수요, 사상 최고치>

필립 필킹턴(Philip Pilkington)은 매우 유용한 연속 트윗을 올리면서 이런 정교한 정책 조합이 충분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10/ 베선트의 개입은 몇 주 동안 엔화시장을 진정시킬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문제는 구조적이다. 일본은 곧 대규모 에너지 위기를 겪을 것이고, 이는 엔화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다.(필립 필킹턴, 202683)

필킹턴은 일본이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잘 설명한다.

6/ 일본은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부채에 중독됐다. 일본 기업의 약 14%는 이자비용이 이윤보다 많은 좀비기업이다. 금리를 올리면 대규모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필립 필킹턴, 202683)

따라서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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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자·수출 주도 경제모델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 전환하면서 경제위기를 겪지 않은 주요 경제국은 지금까지 한 곳도 없다. 일본에서는 그 대가가 수십 년에 걸친 성장 정체, 이른바 잃어버린 수십 년의 형태로 나타났다. 일본의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도쿄와 그 주변 지역의 주택이 유명할 정도로 작다는 점이다. 물건을 들여놓을 공간 자체가 많지 않다.
2) 위기 직전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가 매우 강세를 보였고, 이는 다시 위기를 악화시켰다. 엔화 차입으로 투자했던 자산을 강제로 매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2010년 이후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본이 당시 지나치게 약한 엔화에 대해 다른 나라들의 비판을 피하려고 자국 경제 상황이 실제보다 훨씬 나쁘다고 과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3)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더 높은 통화의 자산에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말하자면 증기롤러 앞에서 동전을 줍는 것만큼 위험한 전략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조건이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에 의존하는 수많은 거래가 그렇듯, 무너지기 전까지는 매우 훌륭한 전략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를 떠올려보라.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한때 큰 성공을 거뒀던 대형 퀀트 운용사들도 마찬가지다.
4/ 엔화 매도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들을 탓할 수 있을까. 저금리 엔화를 매도하고 금리가 더 높은 다른 통화를 매수하는 거래는 2022년 이후 S&P500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일본은 해외로 자금을 내보내고 다른 곳에 투자하기에 정말 값싼 자본을 제공하고 있다— 필립 필킹턴(Philip Pilkington), 202683
4) 미국에는 자국의 문제 인물과 투기꾼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이코네드』(ECONNED)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때는 1994년이다. 당신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다. 모건스탠리의 한 영업직원이 전화를 걸어 꽤 매력적으로 들리는 상품을 제안한다. 신용등급은 AA인데, 일반적인 AA등급 채권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그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20% 이상 떨어지면, 그 이후 페소화가 추가로 하락하는 만큼 채권에서 받는 지급액도 비례해서 줄어든다는 것이다. 당신은 멕시코 상황이 다소 불안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20%는 매우 큰 완충폭이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페소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명히 봤다. 멕시코 정부가 발행한 달러 표시 부채에는 BB등급, 즉 정크본드 등급을 부여했지만 페소 표시 부채에는 AA-등급을 줬다.
멕시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거래는 계속됐다. 달러 기반 투자자들이 멕시코에서 자금을 빼내면서 페소화에는 더 큰 하락 압력이 가해졌고, 페소화는 관리변동환율 밴드의 하단에 머물렀다. 모건스탠리의 영업직원들은 통화가 붕괴할지 여부에 베팅하고 있었다. 멕시코가 페소화를 달러로 바꿔주는 태환을 중단하면 자신들이 파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 모건스탠리는, 그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기 위해 페소 태환채권을 만들었다. 고객이 그 위험을 떠안도록 고작 50bp, 0.50%의 추가 수익만 얹어줬다. 회사는 가장 상황을 잘 모르는 고객들을 겨냥했고, 이들은 기꺼이 그 채권을 사들였다.
모건스탠리와 그 일행이 멕시코 은행들을 의도적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을까. 당시 멕시코 관련 파생상품 판매에 관여했던 모건스탠리 출신 영업직원 프랭크 파트노이(Frank Partnoy)는 그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소화 베팅이 워낙 널리 퍼진 것이 오히려 모건스탠리를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너무 많은 투자자가 페소화 연계 달러 표시 상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유독 어리석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피해가 너무 광범위하게 퍼지자 미국 정부가 구제에 나섰다.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긴급대출 형태로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의회는 구제안을 부결했지만, 당시 재무장관이자 월가의 친구였던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은 재무부의 비상금고를 열었다. 대공황기에 달러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환율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을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해 페소화를 떠받치고 미국 은행과 투자자들을 지원한 것이다. 당시에는 미국 투자은행과 투자자보다 멕시코 경제를 구제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설계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별다른 힘을 얻지 못했다.
5) <블룸버그>는 「엔화 전략가들, 일본의 다음 행보 단서 찾으려 IMF 규정 분석」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도쿄의 목요일 시장개입으로 엔화는 달러 대비 3% 넘게 급등했다. 일본이 약 4~5월 이후 엔화를 40년 만의 최저 수준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시도한 가장 최근 조치다. 이제 문제는 일본이 얼마나 빨리 다시 개입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본 당국자들은 이전에도 IMF의 기준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시장개입을 최대 세 차례로 제한하고, 각 개입 기간을 영업일 기준 3일 이내로 유지하면 해당 통화를 자유변동환율제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기준을 넘어서면 IMF가 해당 통화를 단순 변동환율제로 재분류할 수 있고, 이는 평판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 보면 일본은 금요일에 다시 개입하고, 월요일에도 한 번 더 개입해도 전체를 하나의 시장개입 사례로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드니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전략가 로드리고 카트릴(Rodrigo Catril)“IMF 규정은 개입 효과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한 번 개입하고 나면 3일 동안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라며 통상 개입 뒤에는 여진이나 소규모 추가 개입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6) 처음에는 이것이 결함이 아니라 의도된 효과였다.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은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기를 분명히 원했다. 그러나 양적완화(QE)만으로도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QE는 장기 미 국채 금리와 모기지 금리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를 낮추기 위해 설계했다. 거기에 더해 단기금리까지 극단적으로 낮게 유지할 이유는 없었다.

[출처] US Intervenes to Prop Up Japanese Yen Amid Worries About Possible Large Sales of Treasuries to Buy Yen, Carry Trade Unwind | naked capitalism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이브 스미스(Yves Smith)는 미국의 금융·경제·정치 분석가이자 블로거, 저술가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월스트리트의 권력 구조,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 잘 알려져 있다.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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