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룸을 오가는 사람들: 가스감지기 작업자 임한결 이야기] ② 사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유가족이 한평생 짊어지고 살아가는 죄책감은, 그 위험을 제때 밝혀내고 알리지 못한 사회, 위험을 방치한 채 누군가가 그 일을 계속 수행하도록 내버려둔 사회가 함께 나눠가져야 할 책임이다. 이 글은, 유가족 개인에게만 지워져 있던 그 무거운 책임을 사회로 되돌려 놓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유가족이 한평생 짊어지고 살아가는 죄책감은, 그 위험을 제때 밝혀내고 알리지 못한 사회, 위험을 방치한 채 누군가가 그 일을 계속 수행하도록 내버려둔 사회가 함께 나눠가져야 할 책임이다. 이 글은, 유가족 개인에게만 지워져 있던 그 무거운 책임을 사회로 되돌려 놓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삼성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공간에도 일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서브팹은 반도체를 만드는 클린룸이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공간이다. 아무 피해가 없었다면 있는지도 모르고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았을 공간이지만, 결국 이곳에서 일하던 한 사람이 죽고 말았다.

성원은 의사들이 업무상 질병 판정을 내리는 판정 제도의 문제점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다. 의사라는 정체성을 우선으로 가진 판정위원들은 희귀병이라 연관성을 입증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이 없다’고 답한다는 점을. 담당 의사의 “전혀 관계 없으...

성원이 작업환경의 위험요소를 더 민감하게 감지하고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몸이 실제로 아프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원은 일한 지 20년이 넘은 시점인 2020년 3월 부신암 4기를 진단받았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에 가스를 들이마셨다, 이게 내 몸에 언제 반응이 올지 시한폭탄 같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리고 진짜 안 좋아요. 우리가 가스 라인을 풀 일이 있어요. 풀다 보면 냄새가 확 나잖아요. 냄새를 딱 맞으면 고개가 뒤로 확 제껴져요. 확 이런 식으로. 한동안 숨이 안 ...

유선은 아픈 와중에도 계속 일했다. 돈도 벌어야 하고, 아프다고 집에서 쉬기만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다만 선택의 폭은 좁았다. 경력 단절 후 재취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군다나 아파서 뛰쳐나오게 된 반도체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병가와 연차 사용이 자유로운 곳이었다면 ...

“몸이 굳어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고, 다리도 이상하고. 굳어 가는 걸 언제 느끼냐면 걸을 때요. 내 마음대로 걸을 수가 없고 뭔가가 막 더딘 거예요. 마비가 팔까지 왔는데도 회사를 다녔어요.” 대학병원 몇 곳을 거친 뒤에 ‘다발신경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반도체 분위기가 딱 나면 답답해요. 꿈속에서도. 엄청나게 답답하면서 나를 압박해 와요. 근데 그 꿈속에서도 돈을 벌어야 되는데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갈 곳이 없어서 내가 여기 또 왔구나. 여기서 다시 아프면 어쩌지.’ 그 꿈에서도 계속 그랬던 기억이 나요. 반도체가 저한테 기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