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폭발로

지난 금요일 오만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에서 중재를 맡은 오만 외교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Badr Albusaidi)는 이란과의 전쟁을 위협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명분을 반박했다트럼프는 이란이 자체 핵폭탄을 보유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포기하라고 요구했고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해왔다알부사이디 장관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이란 대표단이 농축 우라늄을 비축하지 않겠다고 동의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의 완전하고 포괄적인 검증을 수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그는 이러한 양보가 이전 어느 때에도 달성된 적이 없는 돌파구라고 평가했다또한 이 합의를 토대로 논의를 이어간다면이란이 결코 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이것은 큰 성과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돌파구를 언론이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또한 무비축(zero stockpiling)” 원칙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합의했던 내용보다 훨씬 더 강화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농축된 물질을 비축하지 못하면 실제로 폭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는 이미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파트와(fatwa, 종교적 칙령)를 발표했고해마다 같은 입장을 반복해왔다그는 전쟁을 막기 위해 농축 우라늄의 통제권을 넘기는 합의를 비준할지 여부를 논의하고자 이란의 시아파 지도자들과 군 최고 책임자를 소집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평화적 해결이 이뤄질 경우중동 석유와 그 운송석유 수출 수익의 투자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장기 전략에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이스라엘과 알카에다(al Qaeda), 이슬람국가(ISIS) 등을 활용해 독립적인 산유국들의 자율적 정책 결정을 견제하려는 구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하메네이의 거처에서 열린 회의가 주요 의사결정자들을 한꺼번에 제거할 기회라고 판단해 이를 미군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이러한 해석은 미국이 비민주적이라고 규정한 정치 지도자를 제거하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촉발될 수 있다는 미군 내부 전략 논리와 연결된다이 주장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전원 거처를 폭격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제시됐고미국이 스타링크(Starlink)를 활용해 이란 내 반정부 여론을 확산하려 했다는 의혹과도 함께 언급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공격은 이란이 어떤 양보를 하더라도 중동 석유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시각을 드러낸다또한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슬람국가(ISIS), 알카에다(al Qaeda) 등을 지역 전략에서 활용해왔다는 비판적 분석도 제기된다이러한 시각은 에너지 통제가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해 왔으며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정책 기조에 따르지 않을 경우 에너지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압박해 왔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시리아이라크리비아러시아 등에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가해온 배경을 에너지 전략과 연결하는 해석도 존재한다.

협상 대표단을 공격한 행위(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이렇게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는 역사에 남을 배신 행위다이는 이란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거짓 주장즉 이란이 자체 핵폭탄을 얻으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허위 주장을 반박하기 전에이란이 의도한 평화로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출처: Unsplash, Javad Esmaeili

월요일 아침 시장이 열릴 때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데 트럼프의 측근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거액을 베팅했는지 아는 일은 흥미로울 것이다.

지난주 시장은 오일 걸프(Oil Gulf)가 봉쇄될 위험을 크게 과소평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미국 석유 기업들은 유가 상승으로 큰 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반면 중국과 다른 석유 수입국들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미국의 금융 투자자들 역시 국내 석유 생산 기반 덕분에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이러한 구조가 중동 석유에 대한 세계의 접근이 장기간 제한되는 상황과 맞물려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무역과 금융의 충격이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일부에서는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대한 국제 질서 전환의 계기로 평가하기도 한다많은 국가들은 임박한 금융 불안과 정치적 파장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이는 향후 10년간 국제 정치·경제 질서 재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아시아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높은 유가로 인해 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가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또한 유가 상승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서방 채권 보유자은행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할 달러 표시 부채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각국은 미국의 공격이 미국의 단극 질서를 사실상 종식시켰고그와 함께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체제에도 균열을 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국내 긴축통화 가치 하락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이 공격은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지했고튀르키예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따른다이러한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면기존 질서에 대한 묵인이 한계에 이를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이번 사태가 제3차 세계대전의 첫 본격적 충돌로 규정된다면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묻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부터 유엔 헌장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가 지지해온 국가 주권과 불간섭 원칙을 충분한 국가들이 지키지 못한다면 국제법 질서는 약화할 수 있다또한 앞으로 벌어질 전쟁이 민간인과 비전투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아니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러시아어 사용 주민에 대한 공격 논란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을 둘러싼 집단학살 논쟁일부 와하비 세력의 종교적 폭력또는 미국의 제재·군사 압박을 받는 국가들의 사례와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유엔은 미국의 통제에서그리고 회원국들을 미국의 통제로부터 해방하지 않고서 구제될 수 있는가동맹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초기 시험대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내각을 전범으로 선언하려는 법적 움직임에 어떤 국가들이 동참하는가일 것이다네타냐후를 유죄로 판단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판사들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개인적 공격을 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현재의 ICC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미국 중심의 단극 질서에 따르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해온 서방의 군사 정책을 국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이러한 시각은 이를 뉘른베르크 재판에 비견할 만한 수준의 책임 규명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또한 다른 국가들이 미국·유럽·일본 및 일부 중동 세력의 공세에 대응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국제 질서가 힘의 논리에 따라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는 최근 뮌헨 연설에서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언급한 서방 질서의 재부상 논의와 연결해 해석되기도 한다.

대안으로는 유엔 구조를 개편해 특정 국가가 다수 결의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제시된다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재정난이 지속될 경우 8월 이후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이러한 상황을 계기로 유엔 본부를 미국 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한편 미국은 가자지구 상황을 다룬 보고서와 관련해 프란체스카 알바네세(Francesca Albanese)의 미국 입국을 제한했다이와 관련해 유엔과 산하기구가 특정 국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 국제법의 공정한 집행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출처Negotiation to Detonation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협상 공습 IAEA 우라늄 이란 핵폭탄 미국 비축

의견 쓰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