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는 2026년 4월 7일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죽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이란의 모든 다리”와 “모든 발전소를 불태우고 폭발시켜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그의 전쟁 범죄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는 세계를 대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적 겨울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4월 8일 대응하면서 갈등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석유 수입국들은 경제 위기를 피하고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조건을 따르도록 압박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1960년대에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라고 불렸던 상황의 경제적 버전을 목격하고 있다.1) 이 용어는 핵무기를 사용했다면 발생했을 핵겨울을 피하게 만든 군사적 대치를 의미한다. 미국과 소련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핵 균형이 유지되는 한 서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 공포의 균형은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 간의 직접 충돌을 억제하며 미·소 냉전을 비교적 평화롭게 유지했다. 이러한 상호 억제 덕분에 미국은 세계적 대재앙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는 더욱 경제적인 형태의 세계적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가능성에 대응해 자국의 주권이 위협받을 경우 OPEC의 석유·가스 거래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며 자위에 나서고 있다. 이 위협은 세계에 중대한 선택을 제시한다. 트럼프가 이란을 파괴하고 석유를 장악하려는 위협을 실행할 경우, 이란의 보복은 많은 국가가 의존하는 OPEC 에너지 거래를 붕괴시키며 세계는 심각한 불황을 겪게 된다. 아니면 각국이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1960년대에는 어느 강대국이 핵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적 MAD에는 그러한 억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경제력 약화를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를 통제할 수단이 줄어든 상황이다. 미국의 주요 수단은 자국 시장을 봉쇄하고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의 석유·가스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경제·금융 혼란을 일으키는 위협이다. 이를 통해 각국을 미국 에너지와 통제된 OPEC 석유에 의존하도록 강요한다.
이러한 무역 교란 위협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특히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를 통해 과도한 관세를 부과했고,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와 이란 등 미국이 지정한 적대국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석유 구매를 미국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이를 완화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 전략가들이 국제 질서의 규칙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45년 이후 미국은 세계 금 보유량의 75%를 장악하며 채권국 중심의 국제 금융 규칙과 자유무역 규칙을 설정했다. 이는 영국의 제국 특혜 무역을 해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러한 규칙은 다른 국가들이 보호무역 정책을 통해 산업과 농업을 보호하는 것을 막았으며, 동시에 미국은 전 세계에 군사력을 배치해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사회주의 정책이나 강력한 국가 통제를 억제하며 미국 중심의 금융·무역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산업 기반이 약화하고 부채가 증가한 현재 미국은 과거 자신이 만든 규칙을 포기하고 오히려 뒤집었다. 오늘날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은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과 무역을 무기화해 다른 국가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과거와 달리 다른 국가의 주권을 보호하기보다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통해 세계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또한 과거 MAD가 만든 균형과 달리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금융·무역 의존을 차단하는 대칭적 대응을 구축하지 못했다.
현재 위기에서 이란의 주요 방어 수단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OPEC 석유·가스 수송을 차단하거나 생산 자체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이다. 이는 석유 수입국들에 미국의 이란 주권 침해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자국 경제와 금융 주권도 위협받는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세계 석유 거래를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시도
트럼프의 관세 이전부터 미국 전략가들은 국제 석유 거래에 대한 통제력을 무기화해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겠다는 위협을 활용해 왔다.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자에 대한 제재를 통해 미국은 자국 외교를 따르는 국가들이 공장 가동, 가정과 사무실의 난방과 조명, 운송,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료 생산에 필요한 석유와 가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석유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 병목 지점이 되었다.
이러한 통제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 단계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정보기관 MI6은 1953년 이란의 석유 통제권 회복을 막기 위해 모하마드 모사데그(Mohammed Mossadegh) 총리를 전복했다. 이후 잔혹한 군사 독재 체제를 구축한 샤가 권력을 장악하며 미국의 이란 및 석유 통제를 보호했다. 이후 시아파 종교 지도부가 샤를 전복하는 데 성공하자(모스크는 집회를 금지할 수 없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다), 미국은 1979년 이란에 대해 강력한 무역·금융 제재를 부과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에서도 선출된 지도부가 자국 석유 통제에 나서자 이를 고립시키고 타격하기 위해 제재를 가했다. 또한 2022년 2월 미국은 러시아의 서유럽 대상 석유·가스 수출에 제재를 부과했고, 2022년 9월에는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파이프라인 대부분을 파괴했다. 이러한 조치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기존 고객들을 더 높은 가격의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도록 강제했으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산업과 화학 기업에 큰 타격을 줬다.
러시아 석유가 제재로 고립되고, 2026년 1월 3일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대통령과 그의 아내를 체포하며 베네수엘라에서 신속한 군사적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미국이 더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마지막 주요 석유 공급원은 중동(현재와 앞으로는 서아시아로 불리는 것이 더 적절하다)이었다. 아랍 OPEC 국가들은 세계 석유 생산의 약 20%, 석유 무역의 30%, 천연가스 무역의 40%를 차지하며, 비료와 해상 유황 무역에서도 각각 3분의 1과 절반을 차지한다.
2003년 웨슬리 클라크(Wesley Clark) 장군은 5년 안에 7개국을 정복해 서아시아 전역에 친미 과두 정권을 세우려는 미국의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같은 산유국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이란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목적은 이들 국가의 석유를 통제해 미국 기업의 손에 넘기는 것이었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경제와 사회는 미국의 군사 개입과 알카에다의 수니 와하비 세력이라는 대리군을 통해 파괴됐으며, 이들은 석유 통제에 복종하는 한 비수니파에 대한 종교 전쟁을 벌일 수 있도록 허용됐다. 시리아 역시 이러한 대리 세력에 의해 파괴되고 장악됐다.
이러한 신보수주의적 서아시아 석유 통제 전략은 트럼프의 대이란 공격을 이끈 정책이다. 그는 2025년 6월 민간 시설 폭격과 2026년 1월 미국이 조직한 시위대를 통한 내부 불안을 조성하며 정권 교체를 시도했고, 이어 2026년 2월부터 4월까지 국제 전쟁법과 문명적 가치 자체를 위반하는 공격을 감행했다. 그는 이란 지도자 암살과 학교 및 민간 시설 폭격이 공포를 조성해 미국이 통제하는 친미 정권으로 교체하기 쉬운 상황을 만들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고, 이는 주권이 공격받는 국가에서 늘 나타나는 현상처럼 미국에 대한 반감을 더 강화했다.
트럼프는 새로운 이란 지도부를 직접 임명해 이란이 석유 생산을 미국 기업에 넘기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처럼 미국의 위성국이 되도록 만들려 했다. 그는 이란 경제를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하고, 수출 수익과 외환 보유고를 미국 국채와 미국 기업 증권 형태로 보유하도록 만들려 했다.
미국의 석유 장악 및 친미 정권 수립 계획에 대한 이란의 대응
이란은 이러한 미국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20년에 걸쳐 군사적 방어를 준비해 왔다. 이란은 자국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서아시아 전역의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고, 미국의 방공망이 이를 요격하지 못한다는 점도 드러냈다. 이란은 공격 목표를 사전에 예고해 미군이 대피할 시간을 주는 방식까지 취했다. 또한 이란은 이스라엘의 목표물을 자유롭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보여주며, 미국과 이스라엘보다 앞선 미사일 기술로 이른바 ‘아이언 돔(Iron Dome)’ 방어망을 돌파했다.
이란의 자체 방공 능력은 제한적이며, 미국이 보유한 방대한 미사일·포병·항공 전력이 자국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이란은 항상 인식해 왔다. 따라서 이란의 방어 전략은 비대칭적이며, 핵 억지 논리를 상업적 무역 영역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란은 자국 정부와 전력 시설, 기타 인프라의 존속이 위협받을 경우 주변 아랍 왕정국들의 석유·가스 생산과 해상 운송을 파괴해 다른 국가들에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세계에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세계 석유 거래를 무기화했다. 미국은 자국의 제재와 외교 정책에 따르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상업적 혼란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하는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 통제력을 통해 유사한 영향력을 확보하려 한다. 이 전략은 세계에 새로운 선택을 제시한다. 대부분 국가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 지역의 석유·가스·헬륨 등 수출을 상호확증파괴 방식으로 붕괴시키는 상황을 막지 못할 경우 장기적인 경제 불황을 겪게 된다. 반대로 각국이 협력해 미국의 공격을 저지하고 미국 주도의 제재를 거부한다면 번영을 유지하고 무역 중단을 피할 수 있다.
핵 상호확증파괴와 달리 이란의 세계적 불황 유발 위협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자랑했듯 미국은 석유와 가스에서 거의 자급자족 상태이며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국제 유가 상승은 이미 미국 내 석유·가스 기업에 가격 상승 효과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특히 유럽의 LNG 수요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한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통제까지 더해졌다.
OPEC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과 다른 국가들의 미국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서아시아 OPEC 석유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공격으로부터 이란을 보호해야 할 유인이 외국 정부들에 더 커진다.
석유 수입국들은 수동적으로 방관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할 경우 금융적 겨울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는 OPEC 수출을 복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일이 미국의 역할도 아니고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석유와 가스의 주요 수요국이 아닌 미국 입장에서 이를 맡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해협 내 섬을 확보하기 위한 자살적 공격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했지만, 그의 군사 고문들은 그러한 병력이 이란의 방어망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의 대안은 해협을 계속 폐쇄 상태로 두면서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들보다 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랍 산유국들과 서방 정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자신들의 전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란이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서유럽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이란 공격을 위한 미군의 자국 공군기지 사용을 거부했다. 일본도 최근 자신을 무고한 방관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모두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과 석유 거래, 미국 시장 접근, 그리고 유엔,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통제를 무기화해 세계 외교를 장악하려는 미국 전략의 일부다. 이러한 경제·정치적 외교는 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은 미국 시장 접근을 유지하는 대가로 6,500억 달러 규모의 무상 대출을 약속했고, 이는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관세를 낮추기 위한 비용 지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2) 한국 국회 역시 지난주 3,500억 달러 규모의 요구를 승인했다. 그러나 OPEC 에너지 수입이 중단될 경우 일본과 한국의 전자·자동차 생산이 타격을 입어 이러한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미국의 군사·경제적 위성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본은 핵무장까지 모색하고 있으며, 2025년 10월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과 대만 간 전쟁이 발생할 경우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4월 7일, 자국의 아랍 이웃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1953년 샤 정권을 통해 이란 석유를 장악했던 것처럼 현재도 미국의 통제 체제에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방어의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트럼프가 위협한 대로 자국의 석유 생산, 정유 시설, 전력 시스템이 파괴될 경우, 미국 기지를 제공하거나 미국 편에 선 페르시아만 국가들을 포함해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경고: 지금부터 우리는 미국과 그 파트너들의 인프라를 공격해 그들이 수년간 이 지역의 석유와 가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란 외교부와 가까운 마흐디 카날리자데는 이는 “완전한 무관용”을 의미하며, “이란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남부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석유·가스 수출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3)
이란은 현재 상황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지 못한 서방 전체의 실패로 본다. 페르시아만 지역의 석유 생산이 파괴될 경우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심각한 불황에 빠질 것이다. 석유, 가스, 헬륨, 유황, 비료를 대체할 수단은 없으며, 생산망 전체가 중단되고 실업과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게 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려는 두 가지 이유
이란이 인접한 셰이크 국가들과 군주국들의 석유·가스 거래를 통제하는 가장 덜 폭력적인 방법은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해 수세기에 걸친 외세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다.4)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고 지역 석유 거래를 장악하는 것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상당 부분을 직접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이란은 이러한 위협을 통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력을 억제하고 이란 석유를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이란의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이다.
이란은 또한 해협 통제를 이용해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란은 해협 반대편에 있는 오만과 협력해 이 수익을 나누고 있다. 이 통행료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요구한 전쟁 배상금을 국제 재판과 전범 재판을 통해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재건 자금원이 된다. 이란은 서방 전체가 침략을 막지 않은 데 따른 피해에 대한 보상을 현실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가장 저항이 적은 경로를 선택했다. 통행료는 석유 수입국들이 공격을 막지 못한 대가로 추가 부담이 되며, 페르시아만 에너지 수출 중단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혼란 비용을 더 키운다.
트럼프는 세계 에너지 위기 속에서 미국의 이익을 본다
트럼프는 4월 1일 TV 연설에서 평화 달성 실패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의 보복이 오히려 미국의 단극 패권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과의 전쟁이 세계 에너지 및 화학 위기를 초래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거의 석유를 수입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에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 “미국에서 석유를 사라. 우리는 충분히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백악관 오찬에서 그는 군사비를 1조 5천억 달러로 증액하는 새 예산을 발표하며 보육,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등 사회 지출을 연방 차원에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 정부의 사회 안정 책임을 축소하고 군사비와 금융 부문 이자 지출, 그리고 부유층 감세에 재정을 집중하려 한다.
둘째,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장악하고 보호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그곳으로 가서 장악하고 보호하며 스스로 사용하라. 어려운 일은 이미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회피한 군사 행동을 다른 국가들이 대신 수행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이란의 강력한 방어 체계를 고려할 때 이는 현실성이 없었고, 어떤 국가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자 트럼프는 협상 재개를 약속하며 입장을 조정하려 했다. 그러나 JD 밴스 부통령은 협상이라는 명분 아래 이란의 항복을 요구했다. 4월 12일 협상이 결렬되자 이란 정부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미국은 전쟁에서 얻지 못한 것을 협상 테이블에서 얻으려 했다.
요구 사항에는 농축 우라늄 포기와 이란 주권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포함됐다.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군사적·외교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자국 방어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란의 전쟁 종식 10개 항목 계획의 핵심 목표는 재차 공격받지 않는 것이다. 이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역 내 모든 미군 기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이 자발적으로 철수하지 않을 경우 무력으로 이를 밀어내야 한다. 주요 미군 거점은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친미 무장 세력이다.
더 나아가 이 지역은 경제·정치적으로 미국과 깊이 연결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은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투자처로 기능하며, 동시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미국 IT 기업의 데이터센터와 AI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들 기업에는 OPEC 투자자들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 의존성은 수니파 군주국들이 미국 투자와 금융 시장에 의존하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게 했다. 이란은 미국의 정치·금융·군사적 영향력을 제거하려면 OPEC 국가들의 외환 보유와 국부펀드를 미국 채권과 금융 자산에서 철수시키고, 미국 IT 기업 유치와 미군 기지 운영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통제와 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자유 사이의 대립
미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하며, 특히 중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들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의 성공을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러한 국가들과 주요 산업을 약화하고 궁극적으로 자국 통제 아래 두기 위해 제재와 다양한 압박 수단을 동원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석유와 식량, 정보기술, 달러 중심 국제통화체제의 대안에 이르기까지 자국이 통제하거나 독점할 수 없는 자산을 파괴함으로써 세계 지배를 유지하려 한다.
미국이 과거의 패권을 회복하려는 시도는 2025년 12월 국가안보전략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5) 모든 국가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자유무역과 자본 이동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사실상 무너졌다. 미국은 오랫동안 타국의 석유 접근을 통제하는 능력을 외교 전략으로 활용해 왔으며, 현재는 자국 통제 밖에 있는 이란의 석유와 수출을 장악하려 한다.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이 아랍 OPEC 국가들을 보호하기보다 베네수엘라에서 그랬듯 이들의 석유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의 석유를 이미 장악한 데 이어 이란을 패배시키고 서아시아 석유 무역 전반을 통제하려 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통제력을 제거해 걸프 지역 석유 수송 차단 능력을 무력화하려 한다.
이러한 미국의 석유 패권 경쟁은 석유 의존 국가들에 혼란을 초래하고, 앞서 설명한 글로벌 ‘금융적 겨울’을 촉발할 위험을 낳는다. 트럼프는 이 위기가 다른 국가들보다 미국에 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인정했으며, 이는 미국의 LNG와 석유 수출 지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란 정부는 자국의 해방이 곧 지역 전체를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는 장기적 과제이며 이란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해결은 세계 지정학 질서의 재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 나아가 서유럽까지 포함한 다수 국가가 미국의 석유 통제 전쟁을 저지하기로 결단해야 한다.
이란은 트럼프가 인정한 문명적 위협에 맞서, 세계가 방관하는 동안 자국이 고립되고 파괴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이미 OPEC 인접국들의 석유·가스 생산과 수출을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는 세계적 금융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알라스테어 크룩(Alastair Crooke)이 표현한 바와 같이, 이란은 세계에 “모두의 번영이냐, 아무도 번영하지 못하느냐”라는 선택을 강요한다.
세계는 1945년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 질서가 종말을 맞는 전환점에 도달했다. 이란과 가자지구, 서안지구, 시리아, 레바논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문명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며 국제적 반발을 키웠다.
미국의 공격적 무역·금융·군사 정책은 1944~45년 체제에 버금가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요구한다. 유엔 헌장은 국가 주권을 기반으로 한 국제법을 구축하려 했지만, 집행력이 부족했고, 서방 국가들은 미국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하도록 방치했다.
이란의 저항은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난 새로운 질서 구축 논의를 촉진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에 종속되지 않은 국가들이 협력해 정치·금융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규모를 형성해야 한다.
이 투쟁은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로 이어져야 한다. 개혁된 또는 대체 유엔, 달러 중심 금융체제를 대체할 IMF 개혁 또는 대안, 세계은행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체할 구조가 필요하다. 또한 서방 투자와 달러 부채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면 국제사법재판소를 대체할 기구와 함께 미국과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는 뉘른베르크식 재판도 필요하다.
이란은 국제 질서 재편의 촉매로서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도덕적·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다수는 에너지, 비료, 금융 등에서 미국 의존을 벗어난 자립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미국 관점에서 이러한 자주성은 다른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공물을 강요하고 정치적 종속을 유지하는 능력을 약화하는 위협이다. 1945년 질서가 세계 번영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현재 미국은 혼란의 원천이 되었다. 이는 문명이 미국의 지배 전략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위기를 의미한다.
트럼프는 민간 지역을 겨냥한 공격과 문명 파괴 위협을 통해 국제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 갈등은 문명 간 충돌이 아니라 문명 자체의 원칙과 야만 사이의 충돌이다.
[1] 이 용어는 1962년 허드슨 연구소의 돈 브레넌(Don Brennan)이 처음 만들었고, 같은 해 허먼 칸(Herman Kahn)이 『생각하기 어려운 것을 생각하기』(Thinking About the Unthinkable)에서 이를 발전시켰다.
[2] 레오 루이스(Leo Lewis)와 데미트리 세바스토폴로(Demitri Sevastopolo), 「트럼프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는 나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26년 8월 10일. 기사에서는 한 교수가 “점점 나쁘고 거의 학대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 일본이 더 맞추려 할수록 더 나쁘게 대우받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3] https://x.com/Khanalizadeh_IR/status/2041465405680517303, 2026년 4월 7일, @Khanalizadeh_IR
[4] 이란은 1622년 영국 동인도회사와 함께 포르투갈을 이 지역에서 몰아냈고, 이후 영국이 해협 맞은편 오만을 장악해 인도로 향하는 무역로를 통제했다. 네덜란드도 여기에 관여했다. 오만은 중세에는 지역 강국이었지만 1891년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
[5] 나는 이 국가안보전략을 「오늘날의 세계적 선택(Today’s Global Choice)」, 데모크러시 컬래버러티브(Democracy Collaborative), 2026년 2월 27일에서 설명했다. https://www.democracycollaborative.org/whatwethink/todays-global-choice#:~:text=Under%20the%20umbrella%20of%20what,as%20America’s%20sphere%20of%20influence
[출처] Postponing the World’s Financial Winter - For How Long? — The Democracy Collaborativ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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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은 월스트리트 금융 분석가, 캔자스시티 미주리대학교 경제학 석좌 연구 교수, 장기경제동향연구소(ISLET) 대표다. 주요 저서로 ⟪미국 제국의 경제 전략⟫, ⟪그리고 그들의 빚을 용서하라⟫, ⟪호스트 죽이기⟫, ⟪버블과 그 이후⟫ 등이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