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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형사재판소 반대 [한국어 더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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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1방송 일일 저녁 시사프로그램 네트베르크(Netwerk)의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 영상과 글은 네덜란드에 계신 장광렬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장광렬님은 참세상방송국의 유럽통신원으로서 해외에서 벌어지는 이슈를 보내주고 계십니다.<편집자>


월드컵 열풍으로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가 우리에게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지게 된 이즈음에,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거의 백 여년전 이곳에서는 고종황제의 명을 받고 국제평화박람회에 밀사로 파견되었던 이준 열사가 일본의 방해로 대회에 참가도 못하고 그 분을 못이겨 자결한 나라 잃은 백성들의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우리처럼 강자에서 수탈 당하고 학살당한 약소국, 소수인종이 학살자를 고발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국제형사재판소가 7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창설되었다. 이스라엘의 샤론이나 칠레의 피노체트, 유고의 밀로소비치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전두환 노태우 같은 학살자가 법의 심판을 받고도 버젓이 자유롭게 살고 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배웠다는 자들의 뻔히 보이는 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권력을 쥔 자들은 법의 심판으로부터 자유로왔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반 인륜적인 전쟁범죄, 대량학살을 저지른 자들이 자국에서 심판 받지 않을 때,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이 국제형사법정이다.

그런데 세계유일의 강대국, 미국은 이 재판소의 창설에 반대하고 있고, 만약 미군이나 정치인이 이 재판정에 서게 되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들을 구해내겠다고 미국의 상원은 ‘공직자 보호법’이라는 법을 6월 초에 새로 제정했습니다.

그런데 팔순이 넘은 한 미국인은 이 법정의 창설을 위해 평생을 바쳐 싸워왔고, 자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 1방송의 일일 저녁 시사프로그램 네트베르크(Netwerk)에서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해서 이 노인과의 인터뷰를 지난 6월 26일 내보냈다.

<방송 번역>

아나운서: 7월 1일 헤이그에 국제 형사재판소가 창설됩니다. 이 법정의 모델은 1946년 독일 나치를 심판하기 위해 세워졌던 뉴런베르그(Neurenberg) 전범재판이었습니다. 앞으로 전쟁범죄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는 국적을 막론하고 이 재판소에서 심판을 받게 됩니다. 이제 헤이그에 상설적인 재판소가 들어서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에 완강한 반대입장을 보이며 전혀 협력하지 않으려 합니다. 네트베르크에서는 자기 정부와 반대로 이를 적극 찬성하는 미국인을 만나봤습니다.

벤자민 페렌치 교수, 82세, 1946년에 네른베르그재판에 수석검사를 맡았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이 교수는 국제형사재판소를 창설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뉴욕에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만약에 빈라덴이 미국에게 계속 테러를 하다가 붙잡히면 어디서 재판을 받아야 합니까?
미국입니까?

페렌치: 아니 아니요. 7월 1일 헤이그에 창설되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은 그를 재판해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이슬람권은 그 재판이 편파적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범죄자로 다뤄야합니다. 마치 응징자처럼 심판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종교를 이용해서 대량학살을 자행한 범죄자들입니다. 이런 범죄는 국제재판소에서 심판받아야 합니다.

이 사진은 제가 23살 때인 1943년, 미군에 복무하면서 찍은 겁니다. 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아르더넌 공격 같은 중요한 전투에 전부 참여했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고 수용소를 해방시킬 때 그 참상을 너무나 생생하게 봤습니다. 그리고 재판을 위해 학살의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 냄새와 신음소리, 죽어가는 사람과 죽은 시체들, 꼭 화장터에 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감정의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감정을 참지 못하고 흐느낌) 죄송합니다. 그 광경이 떠올라서요. 그때 저는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안 느끼려고 노력했습니다. 잠깐이라도 쉴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빴죠. 수용소를 하나 하나 돌면서 증거를 모았습니다.

기자: 뉴욕 근교에 살고 있는 벤자민 페렌치 교수는 1946년 뉴런베르그 재판의 수석검사 중 하나였고, 법률가며 학자면서 헤이그에 설립될 국제형사재판소를 설립하는데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자기나라정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이 팔순을 넘긴 노인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페렌치: 재판소는 이제 갓난 아이와 같습니다. 스스로 크고 제 역할을 다 할 거라고 기대할 수 없죠. 잘 보살펴주고 먹이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그럼 언젠가는 걷기 시작하고, 뛰어다니고, 나중에는 우리를 업어줄 겁니다. 이것은 1946년 뉴런베르그재판 이래 이룬 위대한 성과입니다. 지금은 세계가 이 재판소를 아주 높이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계를 힘의 질서가 아닌 법의 질서가 지배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자: 올해 4월 유엔에서는 60여개국이 모여 국제형사재판소를 창설하는 조약에 비준 서명을 했다. 그 긴 세월동안 그의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관심 밖이었다.

페렌치: 제 아내와 몇 사람들 말고는 이 재판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강대국들은 자기들의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죠. 꼭 바위를 산으로 밀어올린느 것 같죠. 그냥 놔두면 다시 굴러내려가게 됩니다.

이 사진은 제가 독일군의 전쟁범죄를 조사할 때 독일 지프차 위에서 찍은 건데, JIMMER ALLEIN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죠. 그건 늘 혼자라는 뜻인데, 제가 검사로 조사할 때, 늘 혼자 일했었습니다.

저는 아주 중요한 문서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나치 행동대원 특수부대의 대량학살에 관한 자체보고서였습니다. 그 부대는 전선 뒤의 후방으로 이동해 유대인 뿐 아니라 집시나 나치의 제3제국에 대해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까지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무조건 죽이라는 임부를 부여받고 그대로 살육을 저질렀습니다. 그들이 베를린의 상부로 보낸 보고서에는 어느 부대가 어느 마을에서 어느 지휘관 아래서 몇명이나 죽였는지 자세히 나와 있었습니다. 그것은 재판의 확실한 증거였죠.

이사람은 괴링인데, 재판 과정을 비웃던 잡니다. 이 자는 전혀 그런 학살을 저지를 것 같지 않게 생겼죠. 그들 중에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유감스럽게도 법률가들도 많이 있었고,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죠.

저는 그들에게 손톱만큼의 동정심도 없었고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가지고 재판을 했을 뿐입니다. 그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고, 사죄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 저는 긴 세월동안 그걸 기다렸지만, 헛된 바램이었습니다.

기자: 더이상 인류에 대량학살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나치가 저지른 범죄가 주는 교훈이었습니다. 뉴런베르그재판이 끝난지 55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수백만이 학살되었고 마침내 유엔산하에 전쟁범죄자를 심판하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창설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서 이 협정에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자국의 군인이나 정치인이 대량학살과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자국 밖에서 재판 받게 되는 일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페렌치: 미국의 정책은 한마디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다른 나라들이 왠 간섭이냐’는 겁니다. 우리가 왜 방해를 받아야 하나, 외국 일에 뭐하러 개입하냐는 입장이죠. 지금의 미국정부는 아주 보수적이고 호전적인 우익정부입니다. 이 정부는 우리를 일깨워 줬고 미국의 위상을 높였던 뉴런베르그재판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을 막고 있어요. 그리고는 혼란을 부채질하고 법의 질서를 깨뜨리고 있어요.

미국은 뉴런베르그 이후 40년이 흐른 다음에야 미국정부가 지원한 양민학살에 대한 법률를 제정했었죠. 그런데 국제사회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재판소를 설립하는 데까지 이르렀죠. 미국이 여기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은 전진하는 동안 미국은 뒤쳐지고 미국이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누려온 지도적 역할을 상실할 것입니다.

이 사진에서 나는 대량학살을 저지른 나치 행동대 재판에 문서 하나를 소개하고 있는데, 두명의 피고측 변호사가 몇몇 문서가 소개되는 것을 막으려고 제가 앉아 있던 단상으로 뛰어 올라와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맡은 나치행동대는 삼천명인데 이들은 2년동안 매일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수천명의 죄없는 양민들을 학살했습니다. 그중 저는 22명을 기소했죠.

기자: 왜 22명 뿐입니까?

페렌치: 일단 우리는 인력이 모자랐고, 이것은 범죄 유형, 샘플들을 모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인 자료를 정리하고 법의 질서를 세우려 했죠. 그러나 이것은 악랄한 범죄였고 이런 비인간적인 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만들려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습니다.

기자: 우리가 전쟁범죄의 경계를 규정할 때, 라이프지히나 드렌스던,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 폭격을 전쟁범죄로 볼 수 있나요?

페렌치: 아마~ 아닐겁니다. 저는 아마 라는 말을 썼습니다. 분명하지 않지만 몇가지 경우는 확실히 전쟁범죄가 아닙니다. 왜냐면 우리의 적이 히틀러가 했던 것처럼 아무런 규칙도 없는 전면적인 총력전으로 나오면, 우리는 그가 한 대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핵무기의 사용은 다음세대까지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고 인륜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제 바램은 국제형사재판소가 나서서 정당한 대응과 전쟁범죄의 경계가 어디인지 분명히 가려주는 겁니다.

기자: 여기는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국제형사재판소의 상급 관할기관이다. 재판소에 대해서 유럽은 미국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이 법정이 자기를 반대하는 정치공세에 이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페렌치는 이런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유엔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페렌치:미국은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서 재판건이나 조사에 언제든지 개입해서 그 과정을 보류 시키고 최대한 12개월동안 이를 유보시킬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그 기간동안은 조사나 재판을 재개시킬 수 없습니다. 또 이사회 결정으로 재판을 중단시킬 권리도 있습니다. 미국이 평화유지군 활동에 방해를 받을 만한 재판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사실을 얘기도 안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 재판소는 90년대 중반 발칸반도의 유고내전에서 발생한 전쟁범죄와 르완다 학살 이후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국제사회는 학살자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두개의 특별법정이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상설적인 재판소가 그런 일을 맡게 된다.

페렌치: 인종청소와 학살은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이때 시에를리온이든 동티모르든 비극적인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재판을 하나 하나 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시적인 국제형사재판소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이것은 미래를 위해 지금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게 제가 하는 일이고요.

저는 지금 개막연설을 하기 위해서 서 있습니다…

기자: 만약 선생님이 82세가 아니라 27세라고 한다면 다시 국제법정의 검사로 나서겠습니까?

페렌치: 예, 아주 흥미있는 일일 겁니다. 새로운 분야고 도전할 만한 가치도 있고, 내가 60년동안 평생을 바쳐 이루려던 일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제 늙었습니다. 지금 하더라도 오래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 일에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아나운서: 여기까지입니다. 명확한 주장이었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고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네트베르크는 네덜란드 1방송에서 월~금까지 저녁 8시 30분에서 9시까지 30분동안 중요한 시사뉴스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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