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해질 것인가, 무력해질 것인가: 다보스 2026이 보여준 미국의 몰락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를 두고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알리자면나는 현장에 참석 중이다지금, 이 글은 다보스 콘퍼런스센터의 붐비는 센트럴 라운지에서 쓰고 있는데이곳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비판적이면서도 노골적으로는 폄하에 가까운 입장은 <뉴욕 타임스>의 피터 S. 굿맨이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으며여기에 내 친구이자 동료인 마크 블라이스의 묵직한 발언들이 더해진다.

이들은 2026년에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다보스의 죽음이라고 주장한다. ‘책임 있는’, 개혁주의적 자본주의라는 다보스의 전체 의제는 MAGA 앞에서 시들어 버렸다는 것이다과거 다보스의 핵심 주제였던 기후 문제 같은 이슈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뒷전으로 밀려났고, ESG(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와 책임 투자 역시 후퇴하고 있다.

마크 블라이스는 특유의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이렇게 말한다.

“(다보스는아무런 의미도 없다전혀 없다더 큰 질문은애초에 현상 유지에 안주해 있던 수다스러운 엘리트 집단 바깥에서 다보스가 의미를 가진 적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또 그는 정치경제학자로서 이렇게 묻는다. “트럼프가 왜 다보스에 가겠는가그는 그들의 머리를 때리며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지를 알려주러 가는 것이다기본적으로 자기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이제 당신들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하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다른 해석은 <파이낸셜 타임스>의 브룩 매스터스에릭 플랫메르세데스 뤼엘이 제시한다이들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래리 핑크가 예상외로 강도 높은 방식으로 개입하면서세계경제포럼이 중요한 재도약을 겪고 있다는 그림을 그린다물론 굿맨이 지적하듯핑크가 한때 옹호하던 여러 의제에서 서둘러 후퇴한 탓에 블랙록의 신뢰가 훼손된 측면은 있다그럼에도 2026년 다보스에 모인 주요 기업 최고경영진과 각국 정부 수반들의 면면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다최근 몇 년과 비교하면 훨씬 강력하다핑크는 개막 연설에서 다보스 2026이 코로나19 이후 시기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세계 지도부의 집결이라고 주장했다.

래리 핑크가 스캔들로 타격 입은 다보스를 되살리려는 시도 내부
블랙록 최고경영자는 세계경제포럼을 글로벌 대화의 중심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EF 임시 공동의장으로서지난해 거버넌스 스캔들이 기관 자체를 위협했던 이후 WEF를 되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핑크가 백악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참석을 성사한 일이었다. “우리는 정책결정자들기업 지도자들시민사회단체(NGO)들이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여러 사람들즉 국가 정상들과 최고경영자들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핑크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올해 다보스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첫 참석자), 새로 메타의 사장이 된 디나 파월 매코믹그리고 수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을 포함해 약 850명의 최고위 기업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핑크는 다보스 회의를 세계 지도자들이 기업과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전 세계적으로 더 폭넓게 공유되는 경제적 번영과 진보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핵심적인 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다보스가 엘리트들만의 메아리방이라고 비아냥거려져 왔지만핑크는 이런 비판이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점점 더 양극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사람들은 서로에게 말하기보다는 서로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WEF가 완벽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이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파괴적인 단정들을 멈추고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를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다보스에 오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은 다른 지도자들에게도 이 모임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하지만 핑크는 다보스가 트럼프 쇼가 될 것이라는 평가는 부당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면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그러나 내 역할은 모두를 끌어올리고 진지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주말 현재핵심 쟁점은 그린란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수요일과 목요일 다보스에 참석할 예정인 트럼프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포함한 유럽 지도자들과 비공개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 국가들 간의 광범위한 논의에도 참여할 계획이다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은 우리는 협력하기를 원하며갈등을 원하는 쪽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서방 국가들의 국가안보보좌관들은 월요일 오후 다보스에서 회동할 예정이다애초 이 회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진행 중인 평화 협상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었으나준비 상황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린란드를 둘러싼 위기를 논의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의제가 조정되었다회의를 주최하는 스위스 외무부는 참석자나 논의 주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한 유럽 관리는 트럼프의 위협이 교과서적인 강압에 해당하기 때문에 분명히 ACI(강제 대응 메커니즘)를 발동할 사안이라면서도, “2월 1일까지의 시간을 활용해 트럼프가 출구 전략(off-ramp)에 관심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고이는 다보스 회담 결과에 크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화요일 아침 현재(20일)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가 이 사안에 대해 회담에 나설 것임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굿맨과 블라이스의 WEF 무용론에 대해 두 가지 대안을 시사한다하나는 약한 대안이고다른 하나는 강한 대안이다.

약한 대안은 우연의 산물로서다보스가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유럽과 미국 간 논의의 중요한 장소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는 설계의 결과라기보다는 시기나 어설픈 행운의 문제다회의가 마침 미국과 유럽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과 겹쳤고그 결과 유용한 공간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중립적 장소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결코 사소한 성과는 아니다그러나 이 경우 WEF의 의미는 대체로 우연적이다.

더욱 강한 반론은 슈바브 이후 핑크가 주도하는 WEF의 재정비가, MAGA의 폭주를 억제하려는 목적에서 전 세계 정부들과 금융자본의 거대한 블록그리고 빅테크의 핵심 인물들을 결집하려는 다소 노골적인 시도라는 주장이다. “신뢰 회복”, “서로에게 말하기” 같은 핑크의 수사 뒤에는 바로 이런 전략이 깔려 있다블랙록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에서 얼마나 쉽게 후퇴했는지를 고려하면여기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점도 사실이다하지만 연준과 나토 모두가 위태로운 상황에서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이런 시도가 가능하겠는가.

수요일 아침 핑크라가르드소킨그리핀과 함께 2020년대를 1920년대의 귀환으로 논의하는 자리는 분명 정신이 아찔해질 순간이 될 것이다그 제목은 1920년대의 새 시대에 대한 낙관과 오늘날의 인공지능 붐을 연상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나는 대화를 전혀 다른 방향즉 무솔리니의 그리스 침공도스 계획달러 패권 안정화의 실패 쪽으로 끌고 가보려 한다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의나 그 프로그램의 의미’ 자체가 아니다다보스는 정치경제의 근본적 질문을 논의하는 계기에 불과하다우리는 MAGA가 지배하고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급진화의 논리가 기업 논리는 물론 거시경제적 이성마저 압도하는 순간에 와 있는가아니면 이에 맞설 균형추를 구성할 수 있는가.

경쟁하는 기업 엘리트들의 집합이 친기업적 공화당 행정부에 맞서는 균형추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분명 기업은 감세와 규제 완화를 선호한다최고경영자들이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아부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그들은 백악관의 즉흥적 의사결정을 활용해 특정한 이익을 로비하려 할 것이다그러나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통상 정책더 나아가 트럼프의 일관성 없는 외교정책과 전 세계적 문화전쟁을 무분별하게 결합하는 방식이 미국 기업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진지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미국 기업이 연준을 상대로 한 파괴적이고 편향적인 법적 위협에서 이익을 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에너지 산업의 미래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든기후변화 과학을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단순히 비이성적이다.

따라서 균형추의 가능성을 단순히 일축할 수는 없다백악관에서 노르웨이 총리에게 이런 편지를 쓴 인물의 행정부를 억제하는 데에는 개인적 이해관계도집합적 이해관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백악관
워싱턴 D.C. 20500
친애하는 요나스에게,
귀국이 8년 동안의 많은 업적에도 나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을 고려해나는 더 이상 평화에 대한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비록 평화가 항상 지배적인 목표로 남겠지만이제 나는 무엇이 미합중국에 선하고 적절한지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다.
덴마크는 그 땅을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그런데도 왜 소유권을 가질 권리가 있는가문서에 따르면 수백 년 전 그곳에 배를 대었던 것은 너희뿐이지만우리도 그곳에 배를 댄 적이 있다.
나는 나토 창설 이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나토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왔다이제 나토는 미합중국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린란드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한세계는 안전하지 않다.
감사한다.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이런 편지가 작성되어 발송될 수 있었고미국 대표단 전체가 의심할 여지 없이 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는 사실은 미국 정치문화가 얼마나 충격적인 수준으로 퇴행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이는 분명 전 세계 전체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한다세계의 기업 지배계급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완곡하게 말해도매우 중요한 질문이다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출처Chartbook 428 To matter or not to matter: Two theories of Davos 2026.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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