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국회도 책임지지 않는 택시 노동자의 1시간

어느 저녁,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급하게 택시를 잡았다. 우리 일행을 태워주신 택시 기사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동료 택시 기사가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하소연이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 내용을 그대로 듣게 되었다. 술 취한 승객을 모시고 목적지에 내려서 요금을 달라고 했더니 못 주겠다며 갑자기 가슴 쪽을 때렸다는 이야기, 이전에도 택시를 몰다가 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통증이 있던 부위였는데 아픈 데를 또 맞았더니 억 소리도 낼 수 없어서 그냥 맞고만 있었다는 서글픈 이야기였다. 일단 경찰서로 가고 있다는 말 뒤에 나지막이 “아 이거 때문에 1시간이나 버렸네..” 하는 푸념이 이어졌다. 그는 갑작스러운 폭행 상황에 놀라고 아픈 몸과 마음을 걱정하기보다 사고 처리 때문에 길에 내버린 1시간과, 그 1시간 동안 벌어들여야 했을 몇 푼의 수입을 더 염려하고 있었다.

4월 17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기 진료를 받고 있는 고영기 택시지부 전북지회 대림교통분회 사무장. 두 발을 뻗지 못하는 열악한 공간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혈압과 혈당 수치가 악화된 상태다.

택시 기사의 1시간은 어떤 무게일까. 택시 노동자의 월급은 보통의 시급, 월급제 노동자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계산된다. 일단 월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은 ‘간주근로시간제’가 적용되어 소정근로시간을 일한 것으로 보고, 소정근로시간은 회사와 근로자 대표가 상호 합의한 시간으로 결정된다. 이를테면 A회사의 택시 기사는 하루 5시간, B회사의 경우는 일 7시간 일하는 것으로 노동시간을 합의하여 정하는 것이다.

소정근로시간만큼 일하면 소정의 월급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회사가 정한 ‘운송수입기준금’을 맞춰야 하는 허들이 하나 더 존재한다. 기준금에 미달한 노동자는 소정근로시간을 충실히 일했더라도 정해진 임금을 받을 수 없다. 결국 기준금을 맞출 때까지 택시 노동자는 운전대를 놓고 휴식할 수 없게 되고, 모자란 기준금을 자기 월급으로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월급제는 위와 같은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 택시 노동자가 일한 만큼이라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그러나 택시 회사는 이를 비웃듯 버젓이 법을 따돌리고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 2020년부터 전액관리제가 전면 시행되어서 기준금을 수납하는 것이 불법임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월 550~580만 원의 기준금을 택시 기사들에게 강제한다. 주 40시간에 따른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해서 임금을 깎아버린다. 택시 노동자들이 ‘법대로 시행하라’고 외치자 서울시와 국회에 접촉하여 법 시행을 늦추고, 법을 바꾸려고 든다.

지난 2024년 8월, 서울시에서만 시행하던 택시월급제를 전국에서 전면 시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확대 시행을 단 며칠 앞두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를 2년 유예했다. 그 배경은 ‘택시 업계가 적자라서 월급제 시행이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택시 노동자들의 반발에 국회는 국토교통부에 노사정TF를 요청했고, 1년간 국토교통부 그리고 사업주와 노동조합, 전문가 등이 참여한 ‘택시산업 발전방안’을 명목으로 TF 회의를 10차례 넘게 진행했다.

TF 회의에서 비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택시월급제를 현장에 정착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월급제를 시행 중인 서울시 관계자는 리스제, 보합제 등 사실상 법인 택시 노동자를 특수고용 형태로 만들어버리는 임금모델을 제안했다. 국토교통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운송 원가에 비해 수입이 현저히 낮다’고 하는 사업주 측의 주장을 검증도 없이 수용해서 월급제 시행 불가 지역을 정했다. 법과 제도가 시행 가능한지 여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해야 하는 것이 기본 상식 중의 상식인데, 지방·중앙 정부는 사업주의 ‘주장’만 가지고 판단해 버린 것이다. 국가의 제도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바뀌고 없어질 수도 있다니,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과정이었고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검증하지 않겠다면 노동자가 직접 데이터를 검증해 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국토교통부에 택시운행정보관리시스템(TIMS) 및 STIS 운행자료를 요청해 직접 분석했다. 자료를 받아보니 누락된 데이터 비율이 3.3%로 상당수의 운송수입이 집계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택시 요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부분은 수치로 잡히지도 않고 있었다. 실제로 노조에서 택시 회사 해성운수에 대해 탈세 제보한 결과, 해당 부분을 징수했다는 해당 세무서의 답변을 듣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운송원가는 영업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을 기준으로 과다 산정하고, 1인당 평균 운송 수입은 과소하게 계산하여 오류를 줄이지 못했다. 이는 영업용 차량이 타이어·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대량 구매·정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낮아지는 구조를 무시한 것으로, 실제보다 원가를 부풀리는 왜곡된 산정이다. 최소한의 실태 파악과 데이터 누수, 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도 없이 한 업종의 임금 제도가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택시 사업주들은 또 어떤가. 택시총량제로 사실상 신규사업자 진입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수많은 지원금과 보조금으로 각종 특혜와 이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노동자의 최저임금마저 잠탈하려 정부와 국회를 구워삶고 있다. TF 회의에서 나왔던 쟁점 중 최종적으로 ‘운송 원가와 수입에 대해서 객관적인 데이터로 검증하자’는 핵심 쟁점만이 남았을 때, 결국 사업조합 측은 회의를 이탈해 버렸다. 택시업계가 망하기 직전이라 월급제를 시행하지 못한다는 말에 떳떳하지 못했던 것일까. 사업주 측의 이탈로 TF는 쟁점만을 남긴 채 어떤 합의도 하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 등이 택시산업발전법 제11조의2 개정안을 발의했다. TF에서 해소되지 않았던 쟁점에 대해 국회가 내놓은 답은, △현재 시행 중인 서울시는 40/100 내에서 주40시간 미만으로 소정근로시간 적용 가능 △서울 외 지역은 법 시행 2년 유예였다. 이대로 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40%의 택시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법’이 있는 상황에 이게 가능한 것인가? 어떠한 검증도 없이,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법과 제도를 바꾸어도 되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도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고공에 올라선 택시 노동자가 묻는다. 일한 만큼 월급을 받고, 사람답게 일하고 휴식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냐고 말이다. 승객을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고 싶다고, 시민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고 싶다는 택시 노동자의 절실하고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국회와 대통령이 응답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조혜진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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