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핀 가로수 옆 고공에 올라간 노동자의 마음은

근로기준법에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조항이 있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정확한 노동시간을 (사업주가) 알기 어려우니, 노사 간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 일한 것으로 합의해도 된다는 조항이다. 물론 원래 정한 시간보다 더 일하게 된 경우에는 그 시간을 모두 보상해야 마땅하지만,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하면 추가 보상도 필요 없다.

회사 택시 노동자들이 이런 경우다. 하루 열 시간을 일하든 12시간을 일하든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시간에 대해서만 기본급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그러면서 하루 운행 후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십수만 원으로 정해놨다. 기본급은 보통 2~5시간에 대한 것인데, 사납금을 벌려면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손님이 많은 밤엔 밤샘 근무, 과속이나 난폭 운전 등 불안전한 운행을 일삼아야 했다. 

그래서 김재주 택시지부장이 510일간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하는 등 택시노동자들이 투쟁한 끝에 사납금이 폐지되고, 택시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규정하라는 택시발전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게 7년 전인 2019년 일이다. 이렇게 되면 택시노동자도 월급을 받는 셈이 된다. 2년의 준비 기간을 두고 2021년에 서울에서 시행됐고, 2024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저항이 컸다. 먼저 시행을 시작한 서울시에서도 대부분의 업체가 사납금제를 이름만 바꿔 ‘기준금제도’로 운영하며, 오히려 매일 내던 사납금보다 더 높은 금액을 노동자에게 부담시켰다. 그러던 중 방영환 택시노동자가 2023년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며 투쟁하다 분신 사망했다. 분신 이후 서울시에서 택시업계를 조사하니 대부분의 업체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임금 체불을 일삼았으며 운송 수익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었다. 

탈법이 판치는 택시업계에 대해 성토와 비판이 일었다. 게다가 이제 승객들은 주로 앱을 이용해 택시를 탄다. 누가 봐도 택시노동자가 일한 시간이 투명하게 드러나는데, 노동시간을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게 정할 이유가 없다. 이미 택시 운행 기록으로 정확한 노동시간, 운행시간을 알 수 있어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가 사실상 필요 없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는 택시업계의 어깃장이 이겼다. 2024년으로 예정돼 있던 전국 확대 시행은 2026년으로 미뤄졌다. 그렇게 기다려 온 7년인데, 올해 또다시 전국 시행을 2년 더 미루자는 것도 모자라, 노사 합의 시 면허 대수의 40%까지 이 규정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그래서 택시노동자가 다시 고공농성에 나섰다. 지난 3월 29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소속 고영기 노동자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맹성규 의원 지역사무소 앞 통신탑에 올랐다. 

4월 22일 저녁 ‘택시월급제 법대로 시행! 고공농성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과 연대 단위들이 함께 모여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사무장을 격려했다.

나는 10년 전인 2017년 택시노동자 연구를 하며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처음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당시 설문조사에 참여한 700명 중 72%가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다. 장시간 노동은 뇌졸중, 심근경색, 과로사, 졸음 운전 위험을 높인다. 평균 60세가 넘는 택시 노동자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런 심각한 과로는 시민 안전 측면에서도 우려 지점이다. 그래서 우리 보고서는 ‘완전월급제를 어서 제대로 시행해야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법이 만들어지기 전 택시 노동자들은 연 평균 3천 시간이 넘는 노동을 했다. 법인 택시노동자들은 절반 이상이 할 1시간 이내 휴게 시간을 갖는다는 연구도 있었다. 택시노동자들의 투쟁에 시민들이 공감한 이유이자, 업계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 택시노동자의 소정노동시간이 보장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법을 무력화하는 택시업계와 정치권의 꼼수 속에서 노동자의 건강, 시민의 안전을 염려하는 이런 연구들은 힘이 없었다. 힘이 없는 나는 2023년 방영환 노동자의 죽음이 산업재해라는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2024년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적용 유예 철회하라는 투쟁에 연대해 왔다. 그런데 2026년에 택시노동자가 또다시 좁디좁은 통신탑에 올랐다니 참담하다. 

고공에 올라간 고영기 노동자가 속한 전북 대림교통분회는 이미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고영기 노동자는 월급제가 시행된 뒤에야 운전할 때 여유가 생기고, 드디어 길가에 선 손님이 ‘사람’으로 보였다고 이야기한다. 과장을 보태면, 그전까지는 손님이 그냥 건수로, 실어 날라야 하는 화물로 보였다는 얘기다. 2020년 경향신문 특집 ‘나는 한국의 택시운전사’에서도 당시 불법은 아니던 사납금 제도에 비해 전액관리제를 도입한 회사의 노동자들이 안전운전 의식과 행동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강도가 노동자와 시민 안전에 토대가 된다. 

본인은 이미 월급제를 쟁취했지만, 전국의 동료 택시 노동자들이 과로하며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는 마음. 봄날 화사한 벚꽃을 등지고 고공에 오른 마음이 이런 것이다. 한 명의 노동자는 노동자와 시민 안전을 위해 고공에 올라갔는데,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화물차 안전운임제에 대해 “제가 있는 한 일몰로 안 할 것이다. 확장하면 했지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무니없이 낮은 운송료 때문에 과로, 과속, 과적하는 화물 운송시스템은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이에게 위험이 되기 때문에 화물차 안전운임은 노동자와 시민 안전의 보루가 된다. 택시 노동자 역시 다른 이에게 위험이 되는 존재로 여겨지는 대신, 적정한 노동시간과 적정한 임금을 보장받고, 안전하고 편안한 시민의 발이 되고 싶다. 장기적으로 택시업계의 운송 수입 구조나 대중교통 체계 정비 등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출발은 그저 7년 전부터 약속돼 있던 법을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면 된다.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택시월급제 시행하라.

덧붙이는 말

최민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로, 직업환경의학전문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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