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 규모의 중동 인공지능(AI) 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사막 곳곳에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 미국 기술기업이 에너지 부국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게 될 지정학적 묘수, 미국의 디지털 및 달러 패권의 중심 허브, 그리고 무엇보다도 끝없는 부패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지속되는 동안은 즐거웠다.
이야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이 2023년 9월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다. 남아시아, 걸프 지역,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선박-철도 연계 운송, 도로 운송망, 에너지 파이프라인, 초고속 데이터 케이블 네트워크는 이론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BRI·Belt and Road Initiative)에 대한 대응책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는 물류 회랑으로서 애초부터 큰 의미가 없었다. 화물을 인도에서 아랍에미리트까지 선박으로 운송한 뒤 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을 통과하는 철도로 옮기고, 다시 이스라엘에서 유럽행 선박에 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실리콘밸리의 방향을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물류 회랑 구상에서 벗어나 더 부패한 디지털 수렁으로 방향을 틀었다. IMEC의 각 거점은 미국 패권의 새로운 수익 중심지로 강화됐고, 이스라엘이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는 유럽에서 인도에 이르는 AI 우위 프로젝트였고, 집단학살의 피 위에 쓰인 초대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계획이 의존했던 페르시아만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전체 구상도 붕괴하고 있다.
이제 페르시아만 컴퓨팅 회랑이 어떤 비전을 내세웠고 현재 현실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같은 걸프 국가들과 기술을 공유하는 대신, 미국산 칩으로 생산된 AI 기반 수출품을 달러 또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청구·결제한다는 보장을 받기로 했다. 페르시아만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자본, 토지, 막대한 전력을 제공하고, 미국의 컴퓨팅 역량이 산유 왕정 국가들로부터 외부로 확산하는 기반이 될 예정이었다. 동시에 트럼프 일가와 다른 미국 관리들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패성 대가를 제공하며 거품을 유지하는 역할도 맡았다.
전쟁 이전 걸프 지역에서는 3.3기가와트 이상의 AI 중심 컴퓨팅 전력이 계획돼 있었다. 설령 그중 일부만 실제 건설됐더라도, 이는 걸프 왕정 국가들을 가이 라론(Guy Laron)의 표현대로 다음과 같은 존재로 만들 상황이었다.
“…에너지 시스템, 자본 흐름, 칩 외교, 모델 학습 역량이 대담하게 결합한 ‘주권적 컴퓨팅 회랑(sovereign compute corridor)’이다. 실제로 미국은 기술 혁신을 자랑하지만, 전력망을 마비시키지 않고 행성 규모의 모델 학습을 수행할 전력과 공간이 부족하다. 걸프 지역은 그 기반을 제공한다.”
2025년 미국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최대 7만 개의 첨단 엔비디아 칩을 수출하기로 합의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정이 “미국의 지속적인 AI 지배력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이, “디지털 자산은 트럼프 가족에게 가장 큰, 아니면 가장 큰 수준의 자금 흐름 가운데 하나”였다. 에릭 트럼프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은 UAE 국영 AI 투자회사 MGX와 20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으며, MGX는 트럼프 스테이블코인 USD1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MGX는 이를 바이낸스(Binance)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거래에 활용한다. 바이낸스는 과거 법률 기준으로는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던 거래소였으며, 창립자 자오창펑(Changpeng Zhao)은 2023년 자금세탁 방지 실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뒤 지난해 10월 트럼프로부터 사면받았다.
그럼에도 미국의 지정학과 노골적인 부패는 대개 함께 움직인다. 물론 트럼프식 부패의 규모는 전례 없을 수 있지만, 아무리 황당한 계획이라도 그 안에는 최소한의 전략적 외형은 존재했다. 다음은 컴퓨팅 스택 제국주의(compute stack imperialism)의 논리에 대한 에드워드 옹웨소 주니어(Edward Ongweso, Jr.)의 설명이다.
유럽(Europe)의 전력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0.29달러, 미국은 평균 0.17달러지만, 걸프 지역의 비보조금 전력 가격은 평균 0.10달러 수준이다. 걸프협력회의(GCC)는 “중앙집중적 계획과 실행”을 통해 전력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가스 발전 용량을 42기가와트(GW) 추가할 계획이며, 이는 미국보다 40% 빠른 속도다.
두 번째는 지리적 이점이다. 걸프 지역은 세 대륙의 교차점과 광범위한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 위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100밀리초(ms) 이하 지연 시간으로 40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를 서비스할 수 있다. 이는 AI 상호작용이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기준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이 지역은 전 세계 담수화 인프라의 40%를 보유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전 세계 AI 추론 작업을 처리하고,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고전력 AI 데이터센터를 냉각할 충분한 물을 공급하기에 적합하다.
여기에 금융적 이점도 있다. 거의 5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 자금이 존재하며, 이는 탐욕스러운 서방 금융자본보다 훨씬 인내심이 강하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이 ‘계획’은 순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너지다
이 페르시아만 데이터센터들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냉각 시설이 필요했을 뿐 아니라,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담수화 시설도 필요했다.

게다가 이 시설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대규모 충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지역에 건설되고 있었다. 결국 예상은 현실이 됐다.
3월 1일: 이란의 샤헤드 드론이 UAE 내 아마존웹서비스(AWS·Amazon Web Services) 데이터센터 두 곳을 공격했다. 바레인의 세 번째 데이터센터도 타격을 입었다.
3월 11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은행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Revolutionary Guard Corps)는 이스라엘과 연계됐거나 군사 기술을 지원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여기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IBM, 엔비디아, 오라클이 포함됐다.
3월 31일: 테헤란은 기술기업들에 대한 위협을 다시 강조했다.
4월 2일: 이란이 두바이의 오라클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본격적인 충돌을 재개할 경우, UAE에 들어서는 오픈AI의 300억 달러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역시 다른 데이터센터들과 함께 이란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 표적은 넘쳐난다.

군사 기술의 내재화
데이터센터를 공격하는 이란이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다는 식의 태연한 주장도 존재하지만, 현실에서 이들 실리콘밸리 기업은 펜타곤의 연장선이다. 각 페르시아만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미군에 사용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군사 작전을 직접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펜타곤은 AI를 활용해 공습 계획을 세우고, 제거 대상 명단을 작성하며, 정부 붕괴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는 일종의 군사 무기를 민간 인프라 안에 배치한 것과 비슷하다. <더 컨버세이션>은 이렇게 설명한다.
군인이 클로드(Claude)를 사용할 때, 그 모델과 분석 기능을 구동하는 컴퓨팅 인프라는 일반적으로 기밀 정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도구를 저장하는 안전한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로 연결된다.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의 기반이다. 다음번 넷플릭스에 접속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 당신은 아마 데이터센터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것이며, 그중 상당수는 AWS일 가능성이 크다. AWS 데이터센터가 멈추면 엔터테인먼트, 뉴스, 정부 기능 전반에 걸쳐 장애가 발생한다.
AI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는 핵심 인프라가 됐다. 데이터센터는 AI의 지속적 작동뿐 아니라 정부와 산업이 의존하는 인터넷 기반 자체를 유지한다. 이란이 UAE 데이터센터를 공격했을 때 현지 은행 시스템 전체에 광범위한 혼란이 발생했다.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AI 시스템을 포함해 현대 세계를 움직이는 대부분의 기술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를 교란하는 것은 한 국가의 군사 체계와 사회 자체를 교란하는 핵심 수단이다. AWS가 클라우드의 핵심 상업용 데이터센터 다수를 제공하고 운영하는 만큼, 앞으로도 분쟁 상황에서 AWS 데이터센터는 계속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하다
데이터센터 공격은 이미 경제적 타격을 초래했고, 추가 충돌과 더 큰 피해 가능성은 실리콘밸리의 페르시아만 진출과 미국의 ‘컴퓨터 허브’ 전략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아마존은 현재 수개월에 걸친 복구 작업에 묶여 있으며, 은행과 다른 기업들도 서비스 장애를 겪고 있다. 복구와 향후 인력 운영은 두 가지 부족 문제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자재와 노동력 부족이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핵심 자재는 이제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노동 문제에 대해 CNBC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점점 더 큰 안전 위험에 직면하고 있으며, 퓨어DC는 중동 지역 직원들에게 일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게리 보이타섹(Gary Wojtaszek) 최고경영자(CEO)는 말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시설 근무를 강요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자신과 가족에게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현장에 남기로 한 직원들에게는 “추가적인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혜택에는 필수 인력이 아닌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출국해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위치 유연성과, 모든 직원에게 추가 복지 패키지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는 이제 전자 시스템을 통해 시설을 원격 운영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인력 컨설팅업체 머서(Mercer)의 최고 인력 전략가 윌리엄 셀프(William Self)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노동자들의 급여에 ‘위험수당(hazard pay rate)’이 점점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참 멋진 일이다. 전문관리직(PMC)은 비교적 안전한 집에서 원격 근무를 하고, 육체노동자는 폭격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몇 푼 더 받는다. 모든 것이 팬데믹 때와 똑같다.
다시 불쌍한 아마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더 레지스터>(The Register)에 따르면 아마존은 3월 한 달 동안 중동 클라우드 지역 고객 요금을 전면 면제해야 했고, 이로 인해 약 1억 5,000만 달러 손실을 입었다. <테크 폴리시 프레스>(Tech Policy Press)는 이란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이 지역 미국 기업들이 직면할 위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술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전쟁 행위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며 자신들의 책임과 고객 환불 의무를 면제한다고 주장하며 불가항력 조항을 활용한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민법 체계는 실제 분쟁 상황에서 불가항력 적용에 엄격한 제한을 둔다. 2017년 두바이 법원이 내린 1심, 항소심, 파기심 판결은 지역 법원이 위험을 어떻게 배분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 판결은 2015년 예멘 전쟁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영공 폐쇄로 인해 취소된 전세 항공편 분쟁을 다뤘으며, 법원은 서비스 제공업체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계약상 서비스 제공이 단순한 “주의 의무(obligation to exercise care)”가 아니라 “결과 달성 의무(obligation to achieve a result)”라고 명확히 했다. 운영업체는 결과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 위반 상태에 놓였다. 무엇보다 법원은 예측 가능성을 근거로 불가항력 주장을 무너뜨렸다. 즉 이미 지역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했다면 군사적 혼란은 예상 가능한 운영 위험이라는 것이다.
두바이 파기법원(Court of Cassation)은 절대적 불가능성과 자동 계약 해제 원칙에 근거해 판결을 내렸다. 국가 차원의 군사 개입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계약은 해제되며, 위험 부담은 전적으로 “의무 채무자”, 즉 서비스 제공업체가 떠안게 된다.
이 판례를 2026년 이란 전쟁에 적용하면 강력한 경고가 된다. 만약 클라우드 시설이 공격으로 마비될 경우 지역 법원은 이를 분쟁 지역 운영에서 발생 가능한 예측 가능한 위험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고객에게 재정적 위험을 전가하는 맞춤형 군사 충돌 조항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한, 기술기업들은 선행 투자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고객에게 전액 환불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이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이 페르시아만 컴퓨팅 전략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든다는 뜻일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AI 거품과 마찬가지로 기술업계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보여주는 사실은 워싱턴과 텔아비브와 긴밀히 연결된 채 이란의 공격권 안에서 안전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하는 다른 분쟁에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기술 가속주의자들이 사회 조직의 모범 사례처럼 떠받드는 UAE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더 작은 시설을 널리 분산 배치하고 자체 드론 방어 및 방공 시스템을 갖추자는 비논리적 길을 따라가고 있다. 이들의 인공지능 기계가 정말 그렇게 똑똑하다면, 그런 생각이 나쁜 아이디어라는 점쯤은 알려줄 수 있을 법하다.
[출처] Artificial Stupidity in the Persian Gulf | naked capitalism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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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갤러거(Conor Gallagher)는 작가이자 활동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