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의 그림자, 핵심 광물 채굴과 글로벌 불평등

광산 개발은 환경 피해를 가장 부유한 공동체에서 가장 가난한 공동체로 옮긴다

2014년 루바야(Rubaya) 광산. 출처유엔 콩고민주공화국 안정화 임무단(MONUSCO) 사진, CC BY-SA 2.0

리튬과 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 채굴은 기후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녹색’ 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한다그러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심각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환경·보건 위기가 발생하고 있으며세계는 이를 제대로 추적하거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유엔대학교 수자원·환경·보건연구소(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for Water, Environment and Health)의 새 보고서가 경고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스템의 실패로 인해 핵심 광물 채굴 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공동체들에 불균형적으로 전가되고 있다반면 그 혜택은 전기차(EV), 재생에너지 시스템인공지능(AI) 인프라 형태로 다른 곳에 축적된다.

이 보고서는 청정에너지 시스템이나 이를 떠받치는 디지털 인프라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대신 인류가 이 분야에서 이룬 진보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혜택을 누리는지를 묻고그 답이 극도로 불공정하다고 지적한다.

조사팀을 이끈 카베 마다니(Kaveh Madani)는 기술적 전환은 필요하고 유용하다그러나 전 세계 모두가 그 혜택을 동등하게 누리길 원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환경 피해를 부유층에서 빈곤층으로한 지역과 집단에서 다른 지역과 집단으로 단순히 이전하는 것이라면 그 전환을 녹색이고 지속 가능하며 정의롭다고 부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핵심 광물물 불안정그리고 불평등』(Critical Minerals, Water Insecurity and Injustice)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핵심 광물 채굴에 막대한 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또한 광산 인근 지역사회는 오염된 물물 부족생계 상실심각한 건강 피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약 24만 톤의 리튬 생산에는 약 4,560억 리터의 물이 사용됐다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6,200만 명즉 탄자니아 인구 규모의 연간 생활용수 수요와 맞먹는다칠레 아타카마 염호(Salar de Atacama)에서는 리튬 채굴이 지역 물 사용량의 최대 65%를 차지하며 농업 및 생활용수 수요와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지하수 고갈을 가속한다. 1990년부터 2015년 사이 염수정이 위치한 지역의 지하수 수위는 최대 9미터까지 낮아졌다볼리비아 우유니 지역의 리튬 채굴은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영양학적 기반인 퀴노아를 재배하는 일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 핵심 광물 매장량의 약 6분의 1(16%)은 심각한 물 스트레스 지역에 위치하며에너지 전환 광물의 54%는 원주민 영토 위 또는 그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환경 피해는 물 소비를 훨씬 넘어선다채굴이 어려운 희토류 광물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약 2,000톤의 독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2024년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은 약 7억 700만 톤의 독성 폐기물을 배출했다이는 약 5,900만 대의 쓰레기 트럭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며이 트럭들을 일렬로 세우면 적도를 13바퀴 돌 수 있다.

21세기의 석유

파리협정은 인간 활동의 탄소 집약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 광물 채굴을 더욱 긴급한 과제로 만들었다그러나 이는 새로운 역설을 낳는다글로벌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리튬 수요는 9배 증가해야 하고코발트와 니켈 수요도 두 배로 늘어나야 한다.

2026년 스톡홀름 물상(Stockholm Water Prize) 수상자로 선정된 마다니 교수는 효과적인 통제 장치가 없다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목표 자체가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책임이 있는 공동체들에서 물건강불평등 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세계는 더 깨끗한 에너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으며 우리도 그 긴급성을 지지한다그러나 이번 조사는 그 전환을 떠받치는 광산 개발이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공동체들에서 식수를 오염시키고 농업 생계를 파괴하며 아이들을 독성 중금속에 노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에너지 및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흑연(graphite)과 기타 광물 수요는 2050년까지 4~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핵심 광물을 ‘21세기의 석유라고 부르며 화석연료 시대와의 냉혹한 유사성을 지적한다과거 자원 개발의 혜택은 그 비용을 감당한 공동체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보고서는 의도적인 정책 개입이 없다면 에너지 전환 역시 같은 패턴을 반복해 광물은 풍부하지만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새로운 희생 지대(sacrifice zones)’를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건강 피해는 여성과 아동에게 가장 집중

광산 개발로 인한 수질 오염은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예를 들어 주요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DRC·Democratic Republic of Congo)에서는 광산 인근 거주민의 72%가 피부 질환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여성과 소녀의 56%는 부인과 질환을 보고했다.

콩고민주공화국 광산 지역 인근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선천성 기형 발생률이 먼 지역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신경관 결손증(영아의 뇌·척추 결손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출생아 1만 명당 10.9하지 결손은 1만 명당 8.8건 발생했다.

심리·사회적 피해도 확인된다칠레 칼라마(Calama)와 콩고민주공화국 미반제(Mibanze) 광산 공동체 주민들은 부유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감각과 함께 끊임없는 공포와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연구들은 물 부족과 만성적 오염 노출이 불안우울증극단적인 경우 자살률 증가와 연관된다고 지적한다.

콩고민주공화국 광산 현장의 약 30%는 아동 노동을 사용하며이들은 기본적인 보건·안전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또한 콩고민주공화국 광물 생산의 80% 이상은 해외 산업 광산 기업들이 통제하고 있어 지역 경제 이익은 제한적이다막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 나라 인구의 70% 이상은 하루 2.15달러 이하로 살아간다.

유엔대학교 수자원·환경·보건연구소(UNU-INWEH·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for Water, Environment and Health)의 과학자이자 보고서 주저자인 아브라함 눈보구(Abraham Nunbogu) 박사는 녹색 에너지 전환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그러나 우리가 수집한 증거는 실제로 땅을 파고 먼지를 들이마시며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권을 잃는 공동체들이 그 혜택에서 거의 배제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그는 이 문제를 낳는 거버넌스 실패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 화석연료 경제와 동일한 착취적 불의 위에 미래의 청정에너지 경제를 세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긴급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핵심 광물 공급망을 관리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한다보고서는 이 문제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6(깨끗한 물과 위생), 3(건강과 웰빙), 1(빈곤 종식), 7(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 10(불평등 감소)의 진전과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유엔 사무차장 겸 유엔대학교 총장인 칠리지 마르왈라(Tshilidzi Marwala) 교수는 유엔대학교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엄밀한 증거 기반 조사는 세계가 시급히 직면해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빈곤을 심화시키고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을 약화하며 건강 부담을 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공동체에 집중시키는 전환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향한 전환이 아니다그것은 오히려 그 목표에서 멀어지는 길이다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포기할 수 없지만올바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리튬 삼각지대콩고민주공화국기타 고위험 채굴 지역의 실증 분석과 과학 연구현장 증거를 바탕으로 글로벌 지속가능성 전환 과정에서 가장 간과된 불의 가운데 하나를 제시한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가 먼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미국 네바다(Nevada)의 태커 패스(Thacker Pass) 리튬 광산은 미국 최대 리튬 매장지로 알려져 있으며매년 최대 35억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이 물은 주로 퀸리버 밸리(Quinn River Valley) 농업 공동체의 수자원 권리를 전용해 확보한다.

캐나다(Canada)에서는 2014년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의 마운트 폴리(Mount Polley) 구리·금 광산 사고로 약 2,500만 세제곱미터의 독성 폐기물이 강과 호수로 유출됐다이 사고는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원주민 공동체를 파괴했으며보고서는 이를 캐나다 최악의 광산 환경 재난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다.

마다니 교수는 물 불안정은 핵심 광물 채굴의 부수적 결과가 아니라 현재 글로벌 공급망이 설계되고 운영되는 방식에서 비롯된 구조적 결과라고 말했다그는 구속력 있는 국제 기준의무적 정보 공개공동체의 실질적 공동 거버넌스가 없다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예상되는 수요 급증은 현재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구속력 있는 글로벌 규칙이 없다면 현재 체제가 계속해서 환경·보건 비용을 외부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요 권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자발적 준수를 대체할 의무적 국제 실사 기준 도입과 윤리적 조달 및 환경 정의를 위한 법적 구속 메커니즘 구축

▸ 무배출 시스템과 독립적 수질·중금속 오염 감시를 포함한 엄격한 오염 및 폐수 통제

▸ 배터리전자제품재생에너지 부품의 첨단 재활용을 포함한 순환경제 투자 확대를 통해 신규 채굴 압력 완화

▸ 광산 수익의 공정한 일부를 피해 공동체의 보건··교육 서비스에 배분하는 법적 이익 공유 협정 도입

▸ 채굴 피해를 받는 원주민 공동체를 위한 자유롭고 사전적이며 충분히 고지된 동의(FPIC·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의 법적 보장

▸ 광산 지역의 강력한 공중보건 시스템 구축과 의무적 건강영향평가 시행그리고 기업의 재정 기여 의무화

▸ 담수 소비를 줄이기 위한 직접 리튬 추출(DLE·Direct Lithium Extraction) 등 저수자원 채굴 기술 투자 확대

눈보구 박사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수집한 데이터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가까운 미래에도 전기차를 소유하거나 자신들의 땅이 파괴되며 건설되는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공동체들이 심각한 건강·환경 피해를 겪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에너지 전환의 숨겨진 비용은 특정 광산 현장의 물 사용과 오염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공개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과 대중에게 거의 보이지 않는다공개적이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없다면 공급망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전환의 형평성도 보장할 수 없다이는 기술 실패가 아니라 거버넌스 실패다라고 지적했다.

[출처] Rush for ‘green energy’ minerals harms the world’s most vulnerable | Climate & Capitalism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이안 앵거스(Ian Angus)는 기후위기와 생태경제 문제를 에코소셜리즘 관점에서 활발히 비판·분석하는 대표 지식인이며, 기술 및 이론 연구자로서 다양한 사회생태학 담론에 기여해 온 인물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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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물 불안정 환경 불평등 공급망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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