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영국 "김문수 vs 이재명의 '내란 공방'보다, 이재명 vs 권영국의 '사회대전환 경쟁'이 더 이로워"

"광장이 초대받지 못한 대선"..."불평등과 차별 해소하는 진보정치 제 몫 하겠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혼자 오지 않았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싸워온 수많은 목소리를 담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이주민들, 이들이 삶이 더 이상 밀려나서는 안 됩니다." 

지난 18일 대통령 선거 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전한 인사말 중 한 토막이다. 광장의 이야기를 지우고 '나중에'로 미뤄두는 대선 주자들 사이, 노동자·시민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진보 대통령 후보"가 있다. 

권영국은 왜 이 고되고 외로운 길에 나섰을까.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에게 던지는 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옛 구로공단 가까이에 자리한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지난 16일, 권영국 후보를 만났다. 권 후보는 이날 기자가 못다 한 질문에는 바쁜 유세 일정에도 시간을 쪼개어 19일 서면으로도 꼼꼼히 답해 주었다. 

16일 성소수자 대선 요구 정책 협약식 현장에서 권영국 후보. 참세상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 주가 지났다. 유독 고되고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고, 즐겁고 힘이 나는 경험들은 무엇일까.

저의 목소리에 위로를 받는 소수자들, 제가 출마해 선거를 포기하지 않게 됐다는 시민들, 2시간 토론회에서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후보 효능감을 강하게 느낀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일정이 빡빡해 고된 것은 있다. 진보정치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현장 가운데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고르지 못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번 대선은 지난 겨울 광장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광장을 밝힌 주역으로 꼽히는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청년의 삶을 개선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아직은 권 후보에 대한 너른 지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저뿐만 아니라 대선 전반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광장이 초대받지 못한 대선이 되고 있어 후보로서 걱정이다.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청년이 광장을 빛냈는데 대선에서는 이들이 빛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 성소수자들은 거대 양당에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결국 정치가 효능감을 주지 못하는 문제다. 광장에 나온 이들이 느꼈던 연대감,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만든다는 감각이 기성 여의도 문법 앞에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마음인지 알지만, 그들의 외면을 붙잡고 싶다. 어느 대선보다도 여성과 성소수자, 청소년·청년의 삶이 실종된 선거다. 저와 민주노동당은 그런 선거 한편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디지털성폭력범죄 처벌, 비동의 강간죄 도입, 낙태죄 폐지 대체입법 등 정확한 정책들을 약속하고 있다. 우리는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권영국과 민주노동당의 득표는 이 정책들이 여전히 대선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거대 양당이 대선 이후에도 관심을 갖는다.

후보와 민주노동당(정의당)은 노동당·녹색당을 비롯해 여러 사회단체와 함께 '윤석열퇴진! 세상을바꾸는네트워크(세바넷)'를 구성하고 광장에 적극 참여해왔다. 그 힘이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연대회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말 뜻깊은 기억이었고 매우 중요한 마주침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상계엄 전까지 한국 사회운동과 진보 좌파의 상황은 구심력이 사라지고 정세 인식의 차이가 커지고 활동 양식도 달라져 왔다. 한편 우리 민중 운동 일부에서 민주당의 의존적인 경향도 커져왔다. 위성정당 사태가 그 단적인 예다.

세바넷 활동은 이러한 조건에 문제 인식을 갖고 있는 다양한 운동들이 모여 펼친 것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고 진보정당들이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대선 이후에도 이러한 시도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금의 전방위적인 위기를 낳은 사회 자체를 전환할 수 있는 운동의 힘이 만들어질 것이다. 부문별 운동의 성장과 함께,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공동의 과제에 맞선 연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세바넷에 참여했던 단체와 활동가들 모두가 연대회의와 선본에 적극 결합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지는 다들 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선본에는 산별노조들과 노동단체, 일부 사회단체들은 결합했으나, 그렇지 못한 단체들도 있다. 지지와 선본에 결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고민일 수밖에 없고,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해하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선거가 모든 운동을 빨아들일 순 없지 않나.

세바넷에 함께했던 여러 단위들이 활약하는 사회운동의 바탕이 있기 때문에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의 대선 대응도 가능했다. 지역과 부문 풀뿌리의 사회운동이 두터워져야 선거 대응의 역동성도 커진다. 저는 비상행동 그리고 세바넷에서의 광장 투쟁을 계속 이어 간다는 생각으로 이번 대선에 임하고 있다.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지지가 갈린다. 민주노총은 대선 방침 논의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고, 일부 조직은 공식·비공식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나섰다. 

지난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 속에서 진보정당들이 여의도 정치에 매몰되거나 일터와 멀어질 때 현장에 실망감이 커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운동 현장에서도 달라진 정치 환경 속에서 노동운동이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혼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이 가져온 정치적 비전은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다. 우리가 밟아온 길에 오류가 있었다면 그것을 다시 점검하고 갱신해야 한다. 저는 지금 우리가 그 산고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무시하고 당장의 실리적 이유 때문에 중도 보수정당과 손을 잡는다면 그게 어떻게 민주노조 운동이겠는가.

그럼에도 상황을 나쁘게만 보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만큼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논쟁이 일었던 것이 꽤 드물다는 것이다. 저는 이 논쟁 속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역동성이 일터 곳곳에 전달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노총의 경우에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결정했다. 양대노총의 대선 주요 요구들을 보면 권 후보만이 약속하고 있는 정책들이 많은데도 지지가 촘촘히 모이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를 어떻게 획득해나갈 계획인가.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화학섬유식품노조·민주일반노조 비정규교수노조·대학노조·여성노조·전국민주일반노조·교수노조·사무금융노조 등 산별노조들과, 서울·제주·세종충남·대구·경북·충북 등 지역본부들이 조직적으로 지지를 밝혔다. 더 늘어날 것이다.

과거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 방침을 정하는 게 대단히 효능감 있는 것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노조운동과 일터 곳곳에서 정치에 대한 토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활발하다.

말씀하셨다시피 저만이 노동자들을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약간의 시혜를 베푸는 수준이 아니라, 무권리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강화하고,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요구를 수렴하는 방향이다. 초기업 교섭 효력 확대 적용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1,500만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높아져야 민주노조운동에도 미래가 있다. 그러니 노동조합들이 저의 정책들을 현장 곳곳 조합원들에게 알려주시고, 함께해주셔야 한다. 이건 저나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우리 현장, 노조, 노동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지난해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당과 진보정치의 재건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슬로건이 오랜 세월이 지나다보니 관성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조합원들의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고, 노조 바깥 노동자들도 많으니, 이 의미를 되새기고, 또 현재적으로 갱신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제 생각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 땅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빼앗겼던 권력을 주는 것이다. 자본가들과 기득권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휘두르는 정치가 아니라, 일터에서부터 정치 권력을 찾는 것이다. 그것을 차곡차곡 쌓다보면 진보정당의 성장이라는 결과도 있을 것이다. 자꾸만 거꾸로 이야기하는데, 진보정당운동의 재건과 양적 발전은 결과일 뿐이다. 

오늘날 노동자가 일과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들은 무엇이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권영국 후보와 당, 연대회의는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우리 사회 노동자 3천만 명 중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500만이다. 기본적인 권리조차 없다. 저는 이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야 일터의 민주주의도 찾아올 수 있다. 

또한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주거권의 문제나 의료공공성, 직장 내 성폭력, 우울증 같은 문제들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저는 선거에서 이런 문제들을 부각시키고, 진보정당다운 대안을 이야기하려 하고, 당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는 지역과 현장, 풀뿌리에서 그것을 만드는 다양한 투쟁들을 펼쳐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가 그 밖의 다른 여러 운동과도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전현직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거대 양당 지지에 나서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일단, 그분들이 그런 행보를 걷는다고 해서 현장에서 그렇게 파급력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노동자들이 어떻게 보겠나.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민주당에 투표하기도 한다고 해서, 그게 꼭 민주당을 대안이라 생각해 그렇게 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대안이 없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현직 간부들의 거대 양당 지지 행보도 그래 보인다.

저는 그분들께 천천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 안에 답이 있다. 그 안에는 과거 민주당이 보여온 반노동 신자유주의의 억압과 착취도 있고, 진보정당의 실패도 있다. 우리는 그 실패를 되짚고, 반복하지 않으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저와 비슷한 50~60대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이 좀 들었다고 조급해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세상은 계속되고, 우리 다음에 청년들도 이 체제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살 것이다. 비전 없는 미래를 남겨주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 청년들과 함께 다시 진보정치의 미래를 재건하자.

기자에게 대선 공약을 설명하는 권영국 후보. 참세상

진보정당 대선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시민들에게 가장 널리 공감을 얻었던 경험을 환기해보면 과거 권영길 후보의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거대 양당과 개혁신당의 경제 정책이 '성장'과 '기업 지원',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권영국 후보는 유일하게 '불평등 해소'와 '증세'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다른 후보들의 경제 정책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어떻게 '노동자·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게' 할 계획인가. 

얼마 전에도 시사 방송에 나가 사회자에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냐 여쭤보기도 했다. 잠깐 나아졌었는데 다시 안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정치권에 온통 정쟁과 경제성장 얘기로 가득할 때, 국민의 살림살이를 물었던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다. 지금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국민의 삶을 얘기하는 진보정치가 필요하다. 불평등과 차별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모든 후보가 온통 감세 경쟁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감세해서 87조 2,000억 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이 감세 경쟁을 벌인다? 너무 무책임하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지자체끼리 법인세 감세 경쟁을 시킨단다. 최저임금을 지자체가 결정하게 한다는 말까지 했다. 세금을 경매에 부치겠다는 거고, 기업이 슈퍼 갑이 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세금을 포기하는 것은 국가를 포기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30억 원 초과 구간에서) 40%로 낮아진 상속세 최고세율을 90%로 인상하겠다. 여기에서 형성된 재정을 바탕으로 청년기초자산제를 시행하여, 사회적 상속을 추진하겠다. 사회적 상속을 받은 청년들 중에 더 좋은 경영가들이 나올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의 최고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해서 다시 실행하겠다. 여기에서 형성된 재정은 공공근로사업과 지역공공은행을 위한 재정으로 쓰겠다. △순자산 100억 원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부유세를 신설하여 최대 3%의 세금을 걷겠다. 여기에서 형성된 재정은 공공의료와 돌봄사업, 에너지전환 사업 등에 사용하겠다.

부의 대물림은 특권의 대물림이고, 누군가에겐 고통의 대물림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이행하고 싶은 정책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하나만 꼽기 어렵다. 우선 차별금지법은 꼭 말하고 싶다. 이제는 정말 차별금지법이 시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말하면서 논의조차 올리지 않고, 토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차별금지법이다. 차별금지법은 특정인에게 국한되지 않는 법이다. 노동의 문제, 사회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1,500만 불안정 노동자,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무권리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이 꼭 필요하다. 

그밖에 다른 정책들도 모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저 혼자만으로는 안 될 것이다. 이걸 쟁취하는 여정에 불쏘시개가 되고 싶다. 

"거리의 변호사"로 활동하며 '사법 정의'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들었다. 윤석열 퇴진과 조기 대선 국면, 다시 한번 사회적으로 '사법 정의'에 대한 질문들이 환기되고 있다. '사법 정의'에 대한 회의뿐만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 '정치 일반'에 대한 사회운동의, 시민들의 회의도 널리 존재한다. 후보께서 생각하시는 정치란 무엇인가. 선거로,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나. 

기본적으로 사법 정의는 사법 엘리트들의 과두제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통제권이라고 생각한다. 저들이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막 하는데, 이걸 바로 잡아야 한다. 그건 행정부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시민 통제, 기밀 정보에 대한 접근권 등 모두 마찬가지다. 몇 년에 한 번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안착하는 게 민주주의 아니겠나.

진보정치가 과소한 상황에서 이런 점이 충분히 환류되지 않으면, 정치에 대한 환멸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대 양당은 내로남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대중정당이라면서 엘리트 정치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의회 내 여러 논쟁들이 이전투구로 변질되고, 정치에 대한 환멸도 커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권리의 민주적 분배와 권력에 대한 통제를 높이는 것, 즉 진짜 정치의 의미를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대해 냉소적이기만 할 필요는 없다. 선거 때만큼 목소리가 잘 들리는 공간도 없다. 선거는 세상을 바꿔나가는 여정 중 하나의 정거장일 뿐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활용해 민주주의를 쟁취해 나가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거는 중요하다.

진보정치는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나. 진보정치가 다시 노동자·시민의 진지한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진보정치 실패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고, 국면마다 조금씩 다른 문제들이 튀어나왔다. 리더십의 부족, 패권주의, 소통 부재, 여의도 정치에 대한 치중 등 다양할 것 같다. 저는 궁극적으로 여의도 정치에 매몰되면서, 진보정치 본연의 성격과 비전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실패를 정의당이 경험했던 것인데, 최근 다른 몇몇 원내 소수정당들이 그 길을 반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보정치는 풀뿌리 사회운동을 기반으로 할 때만 성장할 수 있고, 본연의 진보적 성격, 중도보수 정당과의 분명한 차별성을 가져야 미래가 있다. 그걸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란 세력 청산'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왜 이재명이 아닌 권영국이어야 하나. 후보에게 던진 표가 실제로 어떤 의미와 효과를 가질 수 있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윤석열이 망쳐놓은 것은 대통령만이 아니다. 한국 시스템 전반을 망쳐놨다. 관료 권력, 이른바 제복 권력이 한국의 민주주의 전반을 망쳤다. 긴축재정 기조는 역설적으로 재정관료들의 권력만 늘렸다. 적절한 곳에 써야 할 재정을 줄이니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가야할 복지는 줄어들고, 선별 복지의 심사권한만 엄격해졌다. 관료의 지배력이 계속 강화되는 것이 “내란의 연속”이다. 관료들을 개혁하고 통제할 강한 민주주의의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내란을 압도적으로 청산하려면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 내란정당으로 전락한 국힘으로는 그럴 수 없다. 중도 보수를 선언한 이재명과 민주당이 진짜 보수 정당으로 한 축을 맡는다면, 혁파를 담당할 책임 있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두 정당의 개혁 경쟁만이 내란 청산을 해낼 수 있다. 김문수 vs 이재명의 내란 진실공방보다 이재명 vs 권영국의 사회대전환 경쟁이 더 이롭다. 권영국의 새로운 사회를 향한 선명한 쇄빙선이 김문수의 내란 주도세력 공간을 위축시킬 것이다.

이번 대선을 이재명·김문수·이준석 '3자 구도'로 다루고,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을 배제하는 프레임이 강하다. 현 판세를 어떻게 보며,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 

정권을 교체하느냐 수호하느냐, 정치에 이것밖에 없다는 게 한국정치의 비극이다.

정책으로 승부하는 후보가 있고 정당이 있다면, 국민들도 눈여겨보실 것으로 생각한다.

저의 1번 공약이 1,500만 노동자를 위한 공약이다. 그리고 아동 권리 공약을 낸 유일한 후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약속한 유일한 후보다. 특히 주거-부동산, 교육, 기후정책, 여성정책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후보를 택할 국민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호소하겠다.

이제 한국정치는 극우를 몰아내고, 중도보수와 진보의 구도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국민의힘을 보십시오. 대통령은 계엄을 하고, 의원들은 그것을 두둔하고, 대통령 후보들은 말도 안되는 촌극을 벌였습니다. 민주주의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런 정치세력은 이제 국민들이 퇴장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합리적인 중도보수와 진보의 정치를 만들어 주십시오. 

거기서 저희 민주노동당이, 그리고 저 권영국이 시민의 삶을 챙기고,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화가 가능한 진보정치로서 제 몫을 하겠습니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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