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집단서방은 지금 제3차 대전을 일으키려는 것일까? 최근 며칠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나토에 속한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행태를 보면 그들은 꼭 러시아를 도발하여 본격적인 무력 전쟁을 벌이려고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5월 초에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 대사들을 외무부로 불러들여 자국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거나 미사일을 제공해 러시아 영토를 타격하게 하면 상응하는 반격을 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기존의 태도에서 후퇴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 사태가 안정되는가 싶었는데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 것 같다. 애초에 대 러시아 강경 발언을 내놓던 영국과 프랑스, 발트해 국가들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에 공격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하던 독일, 그동안 다른 나토 국가들에 자제를 요청하는 시늉을 해오던 미국까지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출처: Unsplash, Marek Studzinski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해 자국을 타격하도록 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생긴 것을 보고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이 내놓은 경고가 섬뜩하다:

“[타격의] 과업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아니라 나토 국가들의 대리인들에 의해 준비되고 있다. 유럽의 나토 국가들, 특히 소국들의 대표들은 자신들이 무슨 불장난을 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영토는 작고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이 공격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건 심각한 일이고, 우리는 그것을 아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소국들’은 발트 3국 즉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나라는 최근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계속해왔다.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도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독일이 생산한 타우러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는 국내외 요구에 상당히 굳세게 맞서 온 셈이다. 숄츠는 자국의 미사일 운영 요원도 함께 파견해야 한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제공하기를 꺼려왔다. 우크라이나가 독일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한다는 것은 사실상 독일 미사일 운영 요원이 러시아를 공격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숄츠의 그런 생각은 올바른 것인데, 이제는 그도 나토 다른 국가들의 여론을 따르는 모양새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나토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몇 주 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돌아온 국무장관 블링컨이 자신들에게 제공된 무기로 러시아의 영토를 공격할지 말지는 우크라이나의 선택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개인 의견에 머물렀던 셈이다. 불과 이틀 전까지도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임을 국무부의 대변인 매튜 밀러와 국방부의 대변인 사브리나 싱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마치 연막작전을 펼치는 것처럼 미국은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비밀리에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 안을 타격해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고 전한다. 

출처: Unsplash, Maria Oswalt

서방의 호전적 자세를 놓고 우크라이나군이 최근에 전선 전체에 걸쳐 궤멸하는 양상을 드러내자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꾀하며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대리전을 펼쳐온 서방이 공황 상태에 빠져 막가는 반응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는 관측가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17일에 돈바스 지역의 군사 요충지 아브데예프카를 함락한 뒤로 1,400킬로가 넘는 모든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붙이는 형세다.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 측의 사상자가 하루 1,000명을 훨씬 더 넘고 있고,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공격하기 위해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러시아의 패배를 바라마지 않던 서방으로서는 공황에 빠질 만도 한 전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서방측이 갖게 된 두려움이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확전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는데도 나토 국가들은 전쟁의 판돈을 더 올려 밀어붙이려는 태도다. 가장 최근을 놓고 보면 5월 30일 노르웨이는 키이우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대상으로 서방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고, 덴마크의 외무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은 우크라이나가 덴마크 F-16 전투기로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대러시아 강경 태도를 보인 나토 세력은 영국, 스웨덴, 프랑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체코, 핀란드, 캐나다 등 무척이나 많다. 

사실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르키우(하리코프)와 가까운 벨고로드를 상대로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단, 미국의 경우 그런 공격에 대해 표면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질책해왔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런 태도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을 고려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의 벨고로드 폭격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폭격할 때 미국 무기를 사용한 것을 러시아가 모를 리는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우세하게 잘 수행하고 있는데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구태여 문제로 삼아 미국과의 갈등을 표면화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벨고로드에 계속 공격한 것에 대해 철저한 응징으로 보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가을에 철수한 뒤 하르키우 지역에서는 전선을 열지 않던 러시아는 최근에 벨고로드와의 안전거리 확보를 이유로 볼찬스크라는 작은 도시에 공격을 개시해 우크라이나군에 큰 타격을 입히는 중이다. 볼찬스크를 함락하고 나면 러시아군은 8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우크라이나 제2대 도시 하르키우로 진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집단서방이 일제히 내놓고 있는 발언대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는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영국의 스톰쉐도우, 독일의 타우러스, 그리고 미국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를 타격한다는 것은 그들 미사일의 운영을 모두 나토의 전문 요원이 한다는 것을 전제하면 나토 국가들이 러시아를 직접 공격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것은 우크라이나군이 ‘공식’ 허락을 받지 않고 나토 국가들의 무기로 러시아 영토인 벨고로드 등을 공격해온 것과는 결을 완전히 달리한다. 

최근의 흐름을 놓고 세계지정학 분석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페페 에스코바르는 5월 30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지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집단서방이 지금 러시아를 도발해 전면 전쟁을 일으키려고 광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통령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서방이 확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혼미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서방의 태도를 보면 사실 그렇게 보인다. 자신들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대패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외교적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하는 대신 오히려 확전을 도발하는 것이다. 

세르비아의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며칠 전에 했다는 말이 지금의 상황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남은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다. 나는 끝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이 없지 않나 싶다. 그리고 기차가 이미 역을 떠나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무도 그것을 막으려 하지 않아서 걱정이다.” 

“내가 볼 때 사태는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나쁠 것이며, 우리가 제2차 세계대전 때보다 훨씬 더 큰 비극을 맞을 것 같다.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특히 한 가지를 잊으면 안 된다. 전쟁 기계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군대 로비와 군수업체 로비가 생겨나서 전쟁의 열기가 강화되길 원하고 그러면 더 이상의 노력은 없어질 것이고 중단시키기 어렵다. 누군가가 다른 쪽에다 책임을 넘기기만 하지 말고 이 일을 중단시킬 진짜 뭔가를 시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재앙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부치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계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있다. 서방의 불장난, 장난이 아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끔찍한 생각, 그것이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말

강내희는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중앙대학교 교수, '문화/과학' 발행인,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참세상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서울의 생김새』, 『길의 역사』,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등이 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