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 참세상 : 부산 APEC 2005 특별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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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이 땅의 바이러스들 잔치상을 벌여
[2005한반도평화주간-릴레이 기고](3) - 자본인플루엔자를 퇴치하는 반역의 성지로
정병기 (서울대) 
학교는 평화수업 중이다. 한반도평화주간조직위원회는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소속 55명의 교수를 비롯해 전교조 교사들이 21일부터 25일까지 한 주 동안 1시간 30분 가량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화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평화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조직위와 참세상이 평화수업과 관련된 릴레이기고를 조직하였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세번째 글은 정병기 서울대 교수가 보내주었다.<편집자주>

조류인플루엔자가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APEC이라는 불평등의 세계화가 지구를 휩쓸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로부터 아직 한반도는 감염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평등의 세계화는 이미 이 땅에 상륙하여 한 도시를 역병의 성지로 만들고 있다.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이른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은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를 내걸고 있다. 2005년 APEC의 표제는 “무역자유화의 진전”과 “안전하고 투명한 아ㆍ태지역”이다. 의장국 정부의 자격으로 노무현 정부도 이번 회담을 “평화번영정책”과 “동북아 중심국가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선전하며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중요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부산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동북아 번영의 메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위’ 아펙을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으로 부른다. 이번 APEC 회담의 결과는 역내 금융 불안정성의 증대와 노동력 신축화, 미-일(남한) 동맹에 의한 역내 군사적 긴장감의 고조, 민중생활의 악화로 드러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 세계적 전범이자 지구 불평등의 주범인 미국이 도사리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

이 점은 APEC의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소개 글과 행사 내용을 보아도 명백하다. APEC은 “정부와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포럼형태”로서 “회원국 간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역내 지속적 경제성장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ㆍ태 지역 경제공동체를 추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ㆍ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 ‘경제ㆍ기술협력’을 중점 활동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이번 부산 정상회담에서는 무역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부산 로드맵’의 채택,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지원 결의, 핵문제 및 인권문제를 쟁점으로 한 북한 압박 등이 그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로드맵의 내용이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인가? 이미 지난 재무장관 회의는 인플레 없는 지속적 성장, 투자증진, 자본시장의 활성화 등을 위한 협력 촉진을 결정하였다. 그 어디에도 자본운동의 자유화 외에는 교육이나 공공의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나 언급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은 또 누구인가? 부산 APEC은 기업인 자문회의 외에도 최고경영자 회의를 따로 설치했으면서도 노동자와 다른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구나 회의는 두지 않았다. 그 뒷바라지를 하라는 선전과 선동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APEC 저편에서 죽어가는 농민들의 요구에는 방패와 과잉진압의 세례를 준다.

"이 땅의 바이러스들이 자신들의 모충을 반겨 잔치상을 벌이고 있다"

백 번 물러서서 ‘APEC 사회안전망 능력배양 네트워크(SSN-CBN)’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완충장치라고 인정해 보자. 그렇다면 왜 그 구성원들은 국내외 저명 연구자, APEC SSN-CBN Lead Institution 담당자, APEC 사무국 관계자, 세계은행 관계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가? 수십 명의 구성원들 중에 노동계 대표자는 기껏해야 국제노동기구 관계자 1인이며, 여성계도 APEC 주최인 APEC 여성네트워크 관계자 3인뿐이다. 이 네트워크의 목적조차도 어디까지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사후 문제점 해결 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APEC은 분명 “빈곤과 불평등을 확산시키는 세계무역기구 도하라운드의 타결을 촉진하는 구원투수로, 부시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지지하는 기구로, 교토의정서를 무력화시키려는 반환경 세력의 도구”임이 자명하다. 세계적 전범과 지구 불평등의 주범 미국의 대통령이 모충 바이러스로 부산에 진입했다. 그리고 이 땅의 바이러스들이 자신들의 모충을 반겨 잔치상을 벌이고 있다.

가능하면 이 APEC 잔치가 벌어지는 역병의 도시를 고립시키고 자본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을 폐사시키는 것은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이 인플루엔자는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그 바이러스들을 이미 한반도 곳곳에 전염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 싸움을 위해 세계의 민중들도 속속 이 역병의 도시로 모여들고 있다. 이 역병의 도시를 고립시키고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에 모여 투쟁하기 위해서이다. 집중 투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역에 걸친 지속적인 투쟁으로 이어질 필요도 있다. 부산은 새로운 반역의 성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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