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데스크 칼럼]  홍석만 편집장

은수미 의원이었다. 국회 연단에 올라 테러방지법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9시간 이상 이어 가고 있었다. 은수미 의원은 정부가 테러방지법엔 관심을 가지면서 실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다고 정부를 힐난했다. 그러면서 한 노동조합을 사례로 들었다. 그때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고성을 지르면서 토론을 방해했고 “그런다고 공천 못 받는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사람들은 어떻게 9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의원을 향해 그런 막말을 일삼느냐고 김용남 의원에 분노했다. 그 덕인지 은수미 의원은 성남 중원에 공천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은수미 의원이 필리버스터에서 언급했던, 오히려 테러방지법이 필요할 정도로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노조가 바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다.

유성기업은 2011년 노조를 공격할 목적으로 직장을 폐쇄하고 용역 깡패를 투입해 회사를 장악했다. 이후 어용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에서 조합원을 탈퇴시켰다. 그 과정에서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했으며, 징계를 남발했고, 급기야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노조 파괴’ 6년째. 노조 파괴라는 것은 단순히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사람들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래서 노조를 파괴하는 것은 이들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리적인 폭력뿐 아니라 각종 괴롭힘이 동반된다. 인간성을 말살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파괴한다.

테러의 어원은 ‘거대한 공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테러는 행위 그 자체보다도 일어날 일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노조를 했다는 이유로 용역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을 수 있다는 공포, 노조를 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공포. 괴롭힘을 당하고 급기야 우울증 같은 병에 걸리게 된다. 생산의 희망이 가득한 공장이 아니라 공포가 지배하는 테러 위험 현장이 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17일 오전, 유성기업지회 간부인 조합원이 자결했다. 전체 조합원 60%가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징계를 앞두고 심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으리라. 테러에 의한 희생자.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의 자결의 아픔이 아물지도 않았다.

테러에는 색깔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테러와 노동자가 말하는 테러는 서로 다른 색이다. 그래서 바로 계급의 문제가 된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인 테러방지법의 색깔은  분명했다. 앞으로 《워커스》는 자기가 사는 집에서 또는 삶의 터전에서 테러로 의해 희생되는 사람들을 찾아갈 것이다.

보색은 대비돼야 더 본질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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