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연 기자

진보 정당이라 함은 적어도 사회 체제를 변화, 혹은 변혁하기 위한 이념적 노선을 갖고 있어야 하는 법.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보수 정권 및 여당과 쿵작대는 거대 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라는 말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거대 야당에 가려진 진보 정당들을 만나볼 수 있다. 현존하는 6개의 진보 정당 중 당신과 가장 합이 맞는 정당을 찾아보자. 단, 테스트는 테스트일 뿐 진지해지지는 말 것.


다양성을 인정해 줘요, 선거 때는 뭉치잖아요

역대 가장 많은 진보 정당이 출현한 선거판이다. 민주노동당부터 통합진보당까지, 진보 정치 실패의 뒷맛은 썼다. 하지만 진보라고 매일 분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진보 진영 내에서 물어뜯고 싸워도 뭉쳐야 할 때는 또 곧잘 뭉친다. 그들의 공적이 보수 정권과 재벌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니까. 그리고 거대 야당이 너무 무능하니까.

이번 총선에서도 6개의 진보 정당이 뭉쳐 공동 대응을 한다. 운동 단체들도 결합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29개의 정당과 단체들이 ‘총선공동투쟁본부’(총투본)를 꾸렸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투쟁의 12대 요구를 공동으로 내걸었다.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작업도 진행한다. 경기와 전남 광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13개 광역시도에 지역 총투본이 구성됐다. 다수의 진보 정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 지역 총투본에서 단일화 절차를 밟는다. 단일화가 무산되면 총투본 및 민주노총 지지 후보가 될 수 없다.

중앙 총투본은 지난 17일 심사를 거쳐 24명의 민주노총 후보를 포함한 46명을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1차 확정했다. 21일에는 노동 개악, 재벌, 한반도 평화 등의 의제를 놓고 공동 선언을 진행했다. 26일에는 서울역에서 총선 승리 민중 대회를 개최한다. 총투본은 총선 이후 공식 해산한다.

어떤 사업이든 수월하게만 흘러갈 수는 없는 법. 총투본 내부도 복잡한 사정들이 있다. 지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보수 야당과 야권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어떤 방침을 정할 것이냐가 골칫거리다. 정의당은 야당에 야권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보수 야당과의 단일화에 반대하는 내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치적 구속력이 없는 총투본이 일일이 야권 단일화를 단속할 수도 없다. 결국 진보 정당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을 때는 지지 후보로 인정하기로 했다.

만약 진보 단일 후보가 없는 지역은 어떡하냐고? 그럴 경우 그냥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A 민중연합당

당신과 가장 합이 맞는 진보 정당은 민중연합당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이다. 당원은 2만여 명. 창당준비위원회 발족 10여 일 만인 지난 2월 27일 정식 출범했다. 그 짧은 시간에 2만 명의 당원을 모은 것만 봐도 어마어마한 조직력을 가늠할 수 있다.

2014년 해산된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많은 수가 민중연합당으로 뭉쳤다. 일각에서는 제2의 통합진보당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민중연합당 측은 통합진보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언론이 왜곡·음해하고 있다고 발끈하고 있다. 과거의 진보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당 운동을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다.

민중연합당의 특징은 연합 정당이라는 데에 있다. 그리스의 시리자가 모델로 국내에서는 최초의 실험이다. 과거 진보 정당의 통합과 분열을 반면교사로 삼아 부문별 정당이 당 대 당으로 뭉친 시스템이다. 청년을 주축으로 하는 ‘흙수저당’, 농민을 주축으로 하는 ‘농민당’, 노동자를 주축으로 하는 ‘비정규직철폐당’이 한 지붕 아래 있다. 목표는 ‘진보 빅 텐트’를 구성하는 정당이 되는 것.

민중연합당의 주요 슬로건은 “99%의 직접 정치 실현”이다. 농민과 비정규직, 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는 총선에서 90명 이상의 지역구 후보를 낼 예정이다. 진보정당을 통틀어 최대 규모다. 총선에서 당원 배가 운동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중연합당의 총선 목표는 최다 당선이다.

B 사회변혁노동자당

당신의 정치적 성향은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과 가장 가깝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지 않은 정당이다. 한국 정당법이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당법이 바뀌지 않는 한 굳이 정당 등록에 공을 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당된 한국의 진보 정당 중 가장 급진적인 정당이다. 당원 규모는 당원으로 가입하면 알 수 있다. 진보 정당 중 강령이 가장 길다는 특징이 있다.

강령 항목 1번에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당의 목표로 명시해 놨다. 노동자의 계급 투쟁으로 자본주의를 종식시키고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는 지향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벌 사내유보금 700조 환수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재벌을 포함한 기업과 국가 기간산업의 사회화를 목표로 한다. 2012년 대선에서는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을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추대해 대선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변혁당은 페이퍼 당원에 부정적이다. 당원이 되면 ‘실천하는 당원’이라는 강령에 따라 지역 모임이나 위원회별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선명성이 강해 사람들이 당원 가입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또 그렇게 팍팍하지 않다고 한다.

이번 총선에서의 후보 출마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 하지만 진보 정당과 단체들이 모인 ‘총선공투본’에 참여해 총선 투쟁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는 여타의 정당과는 달리 총선 국면에서 노동자, 민중, 서민을 계급적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야권 연대를 가장 싫어한다.

C 노동당

당신과 가장 어울리는 진보 정당은 노동당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으로 당원은 1만 2000여 명이다. 전신은 진보신당. 당원들은 평등, 생태, 평화의 새로운 공화국 건설을 꿈꾸고 있다. 당의 주요 활동 목표는 보편적 복지 실현과 불안정 노동 철폐다.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정당’을 표방한다.

노동당은 지난해 다소 부침을 겪었다. 정의당과의 통합 논의가 이어졌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발이 거세 당 대회에서 통합이 부결됐다. 당내 통합파들은 결국 노동당을 탈당해 정의당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노동당은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을 신임 당 대표로 선출하고 조직 안정화에 나섰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중심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은 세 가지다. 기본 소득 제도와 최저 임금 1만 원 쟁취, 그리고 노동 시간 단축. 노동당은 이 3가지 정책이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당 당원 중에는 거리의 투사들이 많다. 최저 임금 1만 원 등의 요구를 내걸고 국회 앞 농성, 전국 순회 투쟁 등에 나선다. 특히 청년 당원들의 드센 면모가 두드러진다. 청년좌파나 알바노조 같은 청년 구심의 단체 및 노조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까닭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 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씨(청년좌파 소속)가 노동당 비례 대표 후보로 나온다.

D 녹색당

당신과 합이 가장 잘 맞는 진보 정당은 녹색당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으로 당원은 8000여 명이다. 당원으로 가입하면 지구별의 생명을 지키는 지구의 아이들로 활동하게 된다. ‘세계녹색당 헌장’을 실천하는 임무도 주어진다. 비폭력 평화를 사랑하며, 전쟁과 국가주의에 반대한다.

당의 주요 이념적 바탕은 생태주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주의와 성장주의를 끔찍해 한다. 핵 발전소 같은 재앙에 맞서 싸우고 있다. 동물과 이웃처럼 지내며 동물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도 펼친다. 녹색당은 기존의 노동 운동 중심의 진보 정당이 산업적 이해관계를 거스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노동과 자본의 대결 구도를 넘어, 생태주의에 근간한 노동 및 복지 정책의 재구성을 주장한다.

주요 경제 정책으로 기본 소득 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기본 소득이야 말로 저성장 시대에 대응하는 가장 적극적인 경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19대 총선 주요 공약으로 신규 핵 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 핵 발전소 폐쇄 등의 환경 정책과 노동 시간 단축, 밥쌀 수입 저지,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 결혼 제도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오는 총선에서 녹색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자는 총 5명. 이유진,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각각 서울 동작갑과 종로에 출마한다. 비례 대표 후보자도 5명이다. 1번은 황윤 영화감독, 2번은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다.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획득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이번 총선의 목표다.

E 정의당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진보 정당은 정의당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이다. 현재 진보 정당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당원은 약 3만 명.

통합진보당 비례 경선 사태 이후 당을 뛰쳐나온 사람들이 만든 정당이다. 상처가 큰 만큼 과거 진보 정당의 구습에  문제의식과 경계심을 갖고 있다. 진보 정당의 구습을 철폐하고 일상적으로 진보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정의당에는 스타 정치인이 다수 포진해 있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50년 동안 삼겹살을 같은 불판 위에 구워 먹으면 고기가 다 탄다”는 어록을 남긴 노회찬 전 의원도 있다. 친 노무현계인 유시민 전 장관도 정의당에 몸담고 있으며, 노회찬 의원보다도 더 많은 어록을 남긴 진중권 씨도 정의당 소속이다.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정의로운 복지 국가’다. 낡은 진보 이념을 벗어나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사회 경제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지향을 갖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 사회적 경제 등의 대안 경제를 제시한다.

이번 총선에서 63명이 지역구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총선에서의 목표는 원내 교섭 단체 구성. 특징은 야권 연대에 목이 말라 있다는 것. 정의당은 ‘여소 야대’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측에 야권 연대 논의를 재촉하고 있다. 진보 진영 내에서는 정의당이 낡은 보수 야당과 야권 연대에 목을 맨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F 시민혁명당

당신과 가장 어울리는 진보 정당은 시민혁명당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로 등록돼 있다. 총선 이후 창당 작업을 재개해 정당 등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약 1천 명 미만의 당원이 가입해 있다. 지난해 말 당 추진 모임이 출범한 따끈따끈한 신생 정당이다.

시민혁명당 추진위원장은 권영국 변호사다. 진보 진영에서는 알만 한 사람 다 아는 대표적인 인권·노동 변호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노동위원장으로 각종 철거 투쟁, 노동 및 인권 탄압 현장에서 활동했다. 권영국 변호사의 유명세 때문에 자칫 시민혁명당이 ‘나 혼자 다한당’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신생 정당이고, 향후 무명의 시민을 규합해 나간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시민혁명당은 미조직 대중인 시민을 기반으로 하며, 특정 이념을 표방하지 않고 있다. 보편적 복지 국가와 경제 민주화, 생태 환경, 평화 통일이라는 4대 주요 과제를 내걸고 시민들의 참여를 모으고 있다. 광장에 나오는 촛불 시민들과 함께 기존과는 다른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시민혁명당에서는 권영국 변호사가 경주에 출사표를 던졌다. 라이벌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둘의 악연은 질기다. 김석기 후보는 용산 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고, 권영국 후보는 철거민 측 변호사였다.

시민혁명당의 총선 목표는 권영국 후보의 경주 당선이다. 아울러 창당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새누리당 개헌선 확보 저지를 위해 범야권 및 시민 사회와 공조 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총선 이후에는 범진보 및 야권 개편을 위한 연대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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