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액트

  

손혜인

봇들마을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장래 희망은 효녀 디자이너.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포스터를 시청으로 부랴부랴 보냈던 것이 2011년 여름쯤으로 기억합니다. 한 번쯤은 가 봐야지, 했지만 결국 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고 2015년 가을, 다시 강정 마을에 관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4년여의 시간이 다시 제 모니터 속에 들어왔고 그 중 한 장의 사진이 유독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바랜, 4년 전 디자인 한 포스터를 정택용 사진가가 찍은 사진입니다.

어떤 모습이든 한 장의 포스터가 제 역할을 잘 해 줬구나 싶어서 안도하는 한편, 이 포스터가 아직도 붙어 있다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디선가 내가 디자인한 것들을 우연히 마주칠 때의 기분이란. 그 순간만큼은 뭔가 통한다는 기분이 듭니다. 이래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고 하는 건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워커스》를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에서 우연히, 식당에서 우연히, 어디서든 이 잡지를 읽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몰래 웃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