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마을 vs 석유공룡 쉘, 기후소송에서 이겼다

[편집자 주] 지난 521, 한국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에 맞선 헌법소원의 공개 변론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0년부터 계류된 4건의 '기후 소송'을 병합해,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지 검토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도 기업과 국가권력에게 기후재난의 책임을 묻는 여러 '기후소송'이 이루어지고 있다. 루이스 뒤 투아, 브루스터스 카이파스 소야피, 루이 코제의 글은 석유기업 쉘에 맞선, 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주민 커뮤니티의 소송과 그 의의를 소개한다. 이들의 소송은 '환경적 담론'에 기반하기보다, 지역 원주민 공동체의 문화, 관습, 지식에 대한 가치에 근거한 '기후소송'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후위기, 기후재난에 맞서 이들의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썰물 때 와일드 코스트(Wild Coast) 해변에서 굴을 채취하는 사람들. 출처: 폴그레그(PaulGregg) 

2021년 석유기업 쉘(Shell)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의 청정지역 와일드 코스트(Wild Coast)에서 화석 연료를 탐사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지역 원주민 커뮤니티는 즉각 소송을 통해 반발했다.

두 건의 소송에서 원주민 커뮤니티는 쉘에 성공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모두 승소하여 쉘의 탐사를 보류하도록 하는 가처분 명령을 얻어냈다. 쉘은 두 번째 판결에 대해 몇 가지 절차상의 이유로 항소했고, 517일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다루어진다.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유지한다면, 원주민 커뮤니티의 권리와 이익이 확인될 것이다. 반면 판결을 뒤집는다면 10년 전에 부여된 (쉘의) 탐사권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이 항소의 결과가 무엇이든 두 사건은 독특하다. 다른 남아공 기후 소송의 당사자들은 주로 환경적 논거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는 원주민의 권리와 지식을 바탕으로, 왜 쉘이 원주민들의 바다에서 탄성파 조사(seismic survey) - 지표상이나 해상에서 인공적으로 발생시킨 지진파(seismic wave)를 이용한 탐사 - 를 실시해서는 안 되는지를 주장했다.

소송 원고 중 한 명인 시네구구 주쿨루(Sinegugu Zukulu)는 와일드 코스트의 발레니(Baleni) 마을에 살고있는 주민이다. 그는 이 지역에서 수 세기 동안 살아온 아마디바(Amadiba) 커뮤니티의 일원이고, 주쿨루는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살고 있는 땅, 그의 조상들이 투쟁을 통해 지켜온 그 삶의 공간에 자부심을 느꼈다. 주쿨루는 진술서에서, 땅은 공동체에 속하듯, 공동체도 땅에 속한다고 말했다:

땅은 우리를 지탱하는, 우리 정체성의 중심이다

법원은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신념과 관습을 존중했다. 또한 원주민들이 지속 가능한 생활과 관련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쉘의) 계획된 활동으로 인해 그들의 생계, 문화적 관습 및 정체성이 모두 위협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우리는 환경법과 인권, 헌법이 만나는 공간을 연구하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팀이다. 또한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정치 및 거버넌스 문제와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중재하는 법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학술 논문에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소송을 검토했다. 우리는 앞으로 원주민의 우려와 고민들이 남아공의 기후 소송에서 강력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원주민의 지식을 활용하여 탄소 메이저(cabon majors, 석유, 석탄, 가스 생산업체)의 탐사 및 채굴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친다면 지역 원주민 공동체를 보호하고 기후 행동을 촉진하려는 노력에 잠재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의 판결

202110, 쉘은 석유 및 가스 자원을 찾기 위해 남동부 해안을 따라 3D 탄성파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탄성파 조사는 다양한 해양 생물 종에 해를 끼치고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재앙적인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위협에 직면한 활동가들과 영향을 받는 원주민 커뮤니티는 2021(쉘 1)2022(쉘 2)에 두 건의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소송 신청인들은 진술서에서 자신들의 정체성, 생계, 문화에 있어 육지와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이들은 쉘이 계획한 탄성파 조사가 그들의 생계와 생활 방식에 미치는 위협을 설명했다. 또한 해당 조사가 바다와의 문화적, 정신적 관계를 방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조상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원주민 커뮤니티는 이전의 식민지 및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세력과 마찬가지로 쉘이 국내 및 국제법에서 점점 더 인정되고 있는 자결권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자결권은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누구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다스리고,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결정하며, 지배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국가 또는 거주지를 형성할 권리를 말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쉘의 조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들은 조사에서 탄화수소( hydrocarbon) 자원이 발견되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걱정했다.

'1' 사건에서 이스턴 케이프 고등법원(Eastern Cape High Court)은 원주민 커뮤니티의 주장이 쉘의 계획에 대한 금지 가처분 명령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쉘은 (일시적으로 나마) 탄성파 조사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2' 사건에서 소송 신청인들은 (쉘에게) 탐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협의 과정이, 절차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쉘의) 탐사권은 취소되었다. 이는 지역사회와 그를 지탱하는 환경을 위해 무척 좋은 결과였다. 우리가 짚은 (이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법원이 소송을 신청한 원주민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화적 신념과 실천, 지식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헌법상 의무

'1' 사건에서 법원은 지역 원주민들의 관습적 실천과 바다와의 정신적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법원은 그러한 관습과 신념의 보유자들과 환경을, 그들의 권리 침해 가능성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법원은 지속 가능성과 원주민 지식의 전수 및 실천의 필요성에 대한 소송 신청인들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법원은 아마디바 전통 공동체가 "(예를 들어) 낚시를 할 때, '내일'을 생각하는 관습적 실천을 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경에 대한 이러한 지식과,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방식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2' 사건에서도 법원은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문화적 권리는 헌법에 의해 보호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소송 신청인들의 다음과 같은 믿음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바다는 조상이 사는 신성한 장소이므로, 그들이 불필요하게 방해받지 않고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법원은 쉘이 환경에 유해한 활동의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제안한 조치가, 원주민 커뮤니티의 관행과 신념에 대한 잠재적 피해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의의

이 소송은 남아공 원주민 커뮤니티가 기후 소송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를 구체적으로 주장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 결정은 호주와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원주민 중심의 기후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더해졌다.

이 판결은 남아공 법원이 원주민 커뮤니티의 문화적 신념과 관행,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그들의 지식을 기꺼이 수용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출처South African communities vs Shell: high court victories show that cultural beliefs and practices count in climate cases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루이스 뒤 투아(Louis Du Toit)는 사우스햄튼대학교 로스쿨 강사이다. 브루스터스 카이파스 소야피 (Brewsters Caiphas Soyapi)는 노스웨스트대학교 법학부, 환경 변화 전문 부교수이다. 루이 코제(Louis Kotzé)는 지속 가능성 연구소 헬름홀츠 센터, 노스웨스트대학교 법학부 연구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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