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서 추진되던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들이 잇따라 중단되거나 철회되면서, 한국 해상풍력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에퀴노르와 바다에너지, 쉘코리아 등 해외 자본이 참여한 주요 프로젝트들이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좌초되면서, 정부가 추진해 온 민간·시장 중심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논평을 통해 “시장에만 맡겨둔 재생에너지 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업계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추진하던 울산 해상풍력 ‘반딧불이프로젝트'는 최근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장기계약 체결에 실패하며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반딧불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추진한 ‘1호 해상풍력 REC 사업자’로 주목받았지만, 전력시장 가격 변동성과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국내 1호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으로 불렸던 ‘귀신고래 프로젝트' 역시 사업자가 철수를 결정했다. 귀신고래 프로젝트에는 맥쿼리 계열 코리오 제너레이션,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SK에코플랜트가 참여한 바다에너지가 주주로 참여해 왔다. 앞서 쉘코리아도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문무바람’ 프로젝트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이들 사업은 모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핵심 해상풍력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정부 자료와 산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 국내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물량 가운데 해외 자본이 참여한 사업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에서는 해외 자본 의존도가 사실상 100%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상풍력 1GW를 건설하는 데에는 약 5조~8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와 공공부문 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민간, 그중에서도 해외 자본이 사업을 주도해 온 구조다.
최근의 연쇄 철수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자재비 상승, 재생에너지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해상풍력 프로젝트 취소와 연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민간 사업자의 투자 판단 변화가 곧바로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 인허가 간소화와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환경영향평가법과 해양이용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며, 평가 절차를 일부 단축·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업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경성과 지역사회 수용성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편, 해상풍력 확대가 지연되는 사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과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발전공기업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석탄 발전에서 축적된 인력과 설비가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정부는 민간에 기대어 수시로 흔들리고 좌초되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고수해선 안 된다”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걸림돌을 계속 치워주는 해법이 거듭된다면 그때마다 파괴되는 것은 환경과 지역사회와 공공성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민간 시장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재검토하고, 공공부문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해외 자본의 해상풍력 사업 철수가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오랜 시장중심 정책의 실패임을 직시하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맞는 계획적이고 신속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전면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년 7월 5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이나 작년 말 발의된 공공재생에너지법 법안이 규정하고 있듯이,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공공재생에너지가 담당해야 할 목표(설비용량 기준 50%)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재원 투자 및 분할되어 있는 발전공기업들을 통합해 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