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환은 늘 누군가의 해고와 고통 위에 서야 합니까? 왜 바람과 햇빛처럼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할 에너지가 누군가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까? 기후위기의 책임은 함께 나눠야 하면서, 그 위험은 왜 가장 약한 이들에게 집중됩니까? 이제는 공공의 힘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도, 에너지 전환도, 일자리의 문제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합니다."
"모두의 존엄한 일과 삶을 보장하는 에너지 전환"을 향해, 노동자・시민들이 힘을 모은다. 24일 오전,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2025 공동행동'(이하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을 위한 '5만 국민동의청원'의 시작을 알렸다.
"누구도 베재되지 않는 모두의 전환, 공공재생에너지". 참세상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협동조합 및 시민과 협력하여, 공공 소유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법"으로 "2030년까지 전체 재생에너지중 최소 50%를 공공재생에너지로 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민영화 저지와 공공성 확대"라는 다급한 과제에 대한 대안인 동시에, 석탄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될 발전 노동자들과 폐쇄 발전소 소재 지역사회 주민들의 노동권・생존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실현 방안이기도 하다. 해당 법안은 노동조합과 기후환경 및 사회운동단체들이 오랜 시간 함께 연구와 토론을 거듭해 수립했다.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에는 공공재생에너지연대를 비롯하여,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기후정의동맹,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민중행동, 노동당・녹색당・민주노동당・진보당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국회에 국민동의청원서를 등록했고, 1시간여 만에 청원 공개의 최소 요건인 100명 이상의 찬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후 국회 사무처의 청원 요건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면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 달간 공식 입법 청원이 시작된다. 30일 이내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에 법안이 회부된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의 전환을"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12월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까지 폐쇄될 "전국 40기의 석탄발전소에는 8,4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나, 이들의 일자리를 지킬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고 짚었다. "게다가 폐쇄를 이유로 발전소 현장 인력을 줄이고 있는데, 최근 발생한 고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사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부담을 노동자에게, 그리고 지역사회에 전가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그래서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주민, 기후활동가와 연구자, 시민들이 모였고, 우리가 전환의 희생자가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 손으로, 공공재생에너지 입법을 통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의 전환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작년 겨울 당진과 태안 등 폐쇄를 앞둔 석탄발전소 현장을 돌며, 우리 사회가 위험을 어떻게 방치하고 전가하며, 삶의 기반과 공동체를 무너뜨리는지를 직접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기후위기의 위험을 넘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윤 활동가는 "그 시작이 바로 공공재생에너지법"이라며 이는 "공공이 책임지고, 누구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로 "지금이 가장 안전한 전환을 만들 마지막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노동자・시민의 힘으로". 참세상
"공공재생에너지가 민생"... 양대노총 "이재명 정부 약속 지켜야"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자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이재명 정부가 철도노동자인 김영훈 민주노총 전 위원장을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해 언론에서는 파격적 인사라는 평을 받고,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관을 1만 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발표도 있었다"고 환기하면서 "이러한 인사도 중요하겠으나, 바로 닥쳐오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의로운 산업 전환과 기후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구체적인 노동・환경・기후 정책이 수립되고 이행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부위원장은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전체 국민의 민생이 걸린 절박한 제도"라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입법 청원 운동에 적극 나서고, 법 제정 이후에도 관련 정책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뜻을 같이하고 희생을 감수해 왔다"면서 "폐쇄의 시간은 매일매일 노동자들의 목을 조여오는데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너무나도 늦었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이제 정부와 국회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호소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류 사무총장은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 수립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지역지원특별법 제정,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및 지속가능한 고용대책 마련 등에 대한 정책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대선 당시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고 강조하고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 실현 방안이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진짜 민주주의로 가는 길 여는 공공재생에너지, 우리의 힘으로"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작년 기후헌법소원의 판결과, 지난 겨울 광장의 목소리에 담긴 공통점은, 바로 헌법이 보장하는 '모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빌미로 소수의 이윤을 챙기고 특정기업을 배불리는 방식은 모두의 권리와 공공성을 지키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다른 세상을 만드는 길, 모두를 위한 진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서 "재생에너지 확대하겠다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면서 "새 정부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도 덧붙였다.
황 위원장은 또한 "공공재생에너지 입법은 모두를 위한 전환을 위한 활동"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를 바라는 기후단체, 에너지 민영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일자리와 삶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 양대노총, 진보정당, 종교・시민・환경・청소년 등 각계 각층이 함께한다"고 환기했다.
그는 "5만 입법청원은 국회의 법안 발의와 제정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누군가의 선의와 시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당사자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지속적인 대중행동을 만들어갈 것"으로 "노동자들은 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9월에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에서도 공공재생에너지를 위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 이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