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Narendra Modi
모디 정부는 자기가 발표한 상품·서비스세(GST, Goods and Services Tax) 세율 조정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정부의 선전 기구는 이를 ‘국민을 위한 자비로운 조치’로 포장하면서, 특히 서민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축제철에 부담을 줄여줬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델리 지하철의 모든 객차에는 모디와 델리 주총리 레카 굽타(Rekha Gupta)의 얼굴이 담긴 정부 광고가 여러 개씩 실려 있고, 390개가 넘는 품목이 GST 조정으로 인해 더 저렴해졌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연방 재무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은 디왈리(Diwali) 시즌에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다. 신문들도 GST 세율 인하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내려갔고, 이에 따라 자동차 판매가 증가했다는 보도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겨우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감춰진 나머지 절반은 바로 GST 인하로 인한 정부 세수 감소의 문제이다. 정부 소속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낙관적으로 세수 감소가 거의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세율이 낮아지면 가격이 내려가고 그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가 증가하기 때문에 세수는 오히려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의 예시가 보여주듯,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상품의 세금 이전 가격이 100루피였고, 여기에 28퍼센트의 GST가 부과돼 가격은 128루피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제 이 세율이 18퍼센트로 인하되면, 가격은 118루피로 떨어진다. 즉, 가격이 약 8퍼센트 낮아진 것이다. 그런데 세수가 기존 28루피에서 18루피로 떨어지는 것을 보전하려면, 판매량이 28/18, 즉 56퍼센트나 증가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격이 8퍼센트 떨어졌다고 해서 수요가 56퍼센트 늘어날 수 있으려면 해당 상품의 수요 가격 탄력성이 무려 7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말이 안 되는 수치이다. 결국 세수 손실은 명백하며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내구재와 같이 소비자들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구매하는 상품의 경우, 가격 인하 발표 직후 여러 소비자가 한꺼번에 구매를 몰아치는 ‘집중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GST 인하 직후에는 세수 감소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잠시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시간이 지나 집중 효과가 사라지면 결국 세수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이 집중 효과와 수요의 가격 탄력성 문제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자동차 판매가 당장 늘고 정부 세수도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고 해서 GST 인하가 정부 재정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 세수 손실은 결국 불가피하다.
이 손실은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나눠서 부담하게 되는데,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이론적으로 중앙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추가 세수를 확보해 이 손실을 보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앙정부는 부유층에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려 하므로, 결국 노동자 계층에게서 세수를 더 거둘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내세운 ‘서민의 구매력을 높여줬다’는 주장은 정면으로 부정된다. 정부는 이런 모순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며, 따라서 다른 세수 확보 방안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그런 제안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재정 적자를 확대하는 방식도 불가능하다. 주정부는 애초에 재정 적자를 늘릴 수 없고, 중앙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줄이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GST 세율 인하는 정부 지출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보통 그 여파는 의료, 교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 집중된다. 이미 이러한 서비스는 민영화가 상당히 진척됐고, 이번 조치로 그 민영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민간 부문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국민은 더 많은 돈을 써야만 한다. 즉 정부가 GST 세율 인하로 국민에게 일부 구매력을 제공했더라도, 동시에 공공서비스 축소로 인해 그보다 더 높은 구매력을 상실하게 된다. 말하자면 정부는 오른손으로 주고 왼손으로 다시 빼앗는 셈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GST 인하의 수혜자는 서민뿐만 아니라 자동차 판매 증가에서 볼 수 있듯 부유층도 포함된다. 반면 세출 삭감의 피해자는 주로 서민이다. 부유층은 애초에 공공의료나 공교육 같은 정부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세출 삭감이 이런 부문이 아닌 다른 부문, 예컨대 연금 지급 지연이나 농촌고용보장제(MGNREGS)의 임금 지급 지연 같은 형태로 나타나더라도 피해자는 역시 서민이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로부터 부유층으로의 소득 재분배가 발생하며, 우리 사회의 실질 소득 불평등은 더 심화한다.
정부의 속임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GST 세율 인하는 즉각적이고 명확하게 체감되는 조치이지만, 그로 인한 정부 지출 축소는 눈에 띄지 않게 점진적으로 나타나며, 설령 발생하더라도 GST 인하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조치를 하면서도 그것을 ‘서민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선전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GST 세율 인하 자체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이런 세율 인하가 반드시 부유층으로부터의 세수 확대로 보완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 책임은 중앙정부가 져야 할 몫이다.
그러나 그런 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으며, 따라서 추가 세수를 주정부와 나눌 일도 없다. 결국 GST 인하는 주정부의 재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주정부는 세수는 줄어들지만, 공공서비스 지출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중앙정부와 달리 주정부는 서민과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정부는 추가 세수를 마련할 능력도 없고 재정 적자를 늘릴 수도 없다. 그 결과 주정부의 재정 상태는 심각하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디 정부는 GST 인하의 공은 자기들이 독차지하면서도, 이 조치로 인해 실질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주정부 재정이 압박받는다는 사실은 철저히 숨기고 있다.
[출처] Modi Government’s Sleight-of-Hand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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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