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Tehran)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급 상황은, 몇 주 안에 저수지가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도시조차 물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처: arjasrikanth
이란은 60년 넘는 기간 중 가장 심각한 물 위기를 겪고 있다.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여러 주에 식수를 공급하는 주요 댐들은 거의 바닥난 상태이고, 지하수도 고갈되었다. 많은 도시는 가을 내내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수도 테헤란(Tehran)과 북동부 제2의 도시 마슈하드(Mashhad)에서는 일부 저수지가 각각 5%, 3% 이하의 저수율을 기록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수도에서 야간 단수 조치를 시작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은 “조만간 비가 오지 않으면” 대피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NS에는 대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물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올라왔다.
물 부족은 이란에서 심각한 안보 위협을 낳고 있다. 2021년 여름, 남서부 후제스탄(Khuzestan) 주에서는 극심한 물 부족으로 시위가 벌어졌고, 몇 달 뒤에는 이스파한(Isfahan) 지역의 농민들이 자얀데루드(Zayandeh-Rud) 강의 고갈에 항의하며 집결했다.
오늘날 시라즈(Shiraz,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같은 유명 문화유산이 있는 도시), 그리고 역사적인 도시 이스파한과 야즈드(Yazd)에서는 과도한 지하수 개발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도로가 붕괴하며 유적지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란 전체 물 사용량의 90% 이상이 농업에 쓰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량이 비효율적인 관개 방식으로 손실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식량과 에너지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추진한 댐 건설 프로젝트는 자연 생태계를 교란했고, 주요 습지와 호수의 고갈을 초래했다. 이 중에는 한때 중동 최대의 염호였던 우르미아 호수(Lake Urmia)도 포함되며, 현재는 소금으로 뒤덮인 호수 바닥만 남아 지역 전체에 먼지와 염분 폭풍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기후 변화도 가뭄 악화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란의 물 위기를 초래한 주된 원인은 잘못된 관리다. 정부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농업 확대와 댐 건설에 집중했으며, 지하수 개발에 대한 규제는 미흡했고, 전국적으로 약 100만 개의 관정을 뚫었는데 이 중 절반이 불법이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대수층이 심각하게 고갈되었다.
이란의 외교 정책과 국제사회와의 고립도 물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제재로 인해 이란은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되어 있다. 여기에는 고급 관개 시스템, 지반 침하를 탐지할 수 있는 인공위성 간섭 레이더(InSAR) 데이터, 도시 및 인프라 수준의 세부 모니터링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플랫폼, 스마트 센서, 정밀 농업 기술 등이 포함된다.
이란, 전례 없는 물 위기에 직면하다 • 프랑스24 영어판
이러한 기술이 부재한 상황은 비효율을 심화시키고 지반 침하를 가속하며, 국가 전역에서 필수적인 수자원의 고갈을 더욱 악화시켰다. 제재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란에서의 프로젝트 참여를 꺼리게 되었고, 그 결과 혁신의 기회 역시 차단되었다.
이란 내부의 분열한 정책 결정 구조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에너지부, 농업부, 환경부는 각기 다른 목표 아래 따로 움직이고 있다. 에너지부는 수력 발전 인프라를 건설하고, 농업부는 경작지 확대를 추진하며, 환경부는 주요 정책을 추진할 자원과 권한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충한 정책 방향은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했고, 물 자원의 과잉 사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란의 물 위기는 국경을 넘어서는 문제다. 이란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와 수자원을 공유하고 있으며, 헬만드(Helmand) 강을 둘러싼 탈레반과의 장기적 갈등처럼 물 분쟁은 이미 긴장을 고조시켰다.
호수와 강이 말라가면서 드러난 바닥은 모래와 먼지의 거대한 공급원으로 바뀔 수 있다. 이러한 입자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국경을 넘어 토양과 대기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이란에서 시작된 지역적 물 위기는 시스탄·발루체스탄(Sistan and Baluchistan), 후제스탄을 포함한 국내 지역은 물론,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국경적 환경 위협으로 확산할 수 있다.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과학자, 학계, 언론은 이란의 물 위기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오랫동안 논의해 왔다. 하지만 훨씬 덜 논의된 것은, 실제로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지, 그리고 8천만 명이 넘는 이란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질문,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간단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외교 정책의 변화로 인해 (예를 들어 제재가 해제되어) 이란이 현대 기술과 자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하수 고갈을 막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모니터링, 관정에 스마트 계량기 설치, 위성 데이터와 지상 측정값의 통합이 필요하다.
그레이스, 센티널(Grace, Sentinel) 같은 우주 위성을 활용한 실시간 수자원 회계 시스템은 취약 지역을 식별하고 긴급 대응을 유도할 수 있다. 정부는 지반 침하나 과잉 개발로 영향받은 지역을 점검해야 하며, 여기에는 과거 침하 문제로 벽이 갈라지고 피해를 본 학교들도 포함된다. 정부는 즉시 조처를 해야 하며, 안전이 위협받는 때는 임시 폐쇄나 이전도 고려해야 한다.
중기적 과제는 모니터링과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빗물이나 처리된 폐수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지하수 대수층에 물을 주입하는 ‘관리형 대수층 재충전(MAR)’ 전략, 정밀 관개, 디지털 농업, 인공지능 기반 관개 스케줄링 기술은 물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AI와 디지털 트윈(실제 환경을 디지털로 복제한 시스템) 기술은 지속 가능한 천연 자원 관리에서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이 1천만 유로(약 880만 파운드)를 지원한 AI4SoilHealth 대표 프로젝트는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럽 전역의 토양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정량화하고 있다. 수자원 관리도 예외가 아니다. AI 기반 모델과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통합하면 예측 능력을 높이고, 사용을 최적화하며, 정책 결정을 더욱 정교하게 도울 수 있다.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통합된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이란은 에너지, 농업, 환경 부문의 목표를 지속 가능성 중심으로 통합할 수 있는 국가 수자원 통합 관리 기구를 구축해야 한다.
지하수 취수에 대한 법적 상한선을 설정하고, 물을 많이 사용하는 작물에서 벗어난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도 핵심이다. 효율적인 관개와 폐수 재사용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물 가격을 희소성에 맞춰 조정하면 도움이 된다.
경제를 다변화해 국민의 생계가 물 집약적 산업(예: 농업)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를 종합적으로 시행하면, 이란은 수자원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추가적인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란의 환경 위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며, 해결책도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위와 같은 변화가 뒤따른다면, 이란은 수자원을 지켜내고 국민에게 더 큰 안정을 제공할 수 있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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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 마후지(Sanam Mahoozi)는 런던 세인트조지스 대학교(City St George's, University of London) 연구원이다. 니마 쇼크리(Nima Shokri)는 유엔 대학교(United Nations University) 응용공학과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