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초니’의 부상, 독일·이탈리아 정상 동맹의 유럽 재편

메르초니(Merzoni)’라는 말은 쉽게 입에 붙는 신조어는 아니며아직 유럽 정치권에서 완전히 자리 잡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와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사이에 실용적인 동맹이 형성되어 왔다.

두 정치인은 여러 면에서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이 연대는 조용히 유럽의 권력 균형을 재정의해 왔다이러한 역학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로메르츠와 멜로니가 공동으로 작성한 정책 문서는 2026년 2월 12일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전달될 예정이다이 문서는 유럽연합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을 촉구한다.

나는 유럽 정치역사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이 연대가 필요에서 비롯되었지만 동시에 양측 모두의 이익그리고 어쩌면 유럽연합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로마에서 열린 정부 간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와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메르크롱(Merkron)’을 넘어

전후 유럽 정치는 그 중심축이 이동한 적이 있지만그 이동은 대체로 프랑스나 독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두 나라는 현재 유럽연합에서 가장 큰 두 경제권이다영국은 유럽 프로젝트에 늦게 참여했고 국내적으로도 유럽 통합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유럽연합 정치를 주도하는 데 한계를 겪었다그리고 2016년 국민투표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서 그 영향력은 완전히 종료되었다.

영국 탈퇴 이후 거의 10년 동안 유럽 정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돌아갔다이 동맹은 메르크롱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메르켈의 서툴지만 인간적인 매력과 신중한 실용주의가 마크롱의 카리스마와 광범위한 유럽 이상주의와 결합했다이 두 지도자의 공동 지도력은 유럽연합이 브렉시트도널드 트럼프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그리고 팬데믹을 헤쳐 나가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메르켈은 물러났다그는 2021년 12월 독일 총리직에서 퇴임했다한편 마크롱은 국내 정치에서 어려움을 겪었고점점 외교관들과 언론이 말하는 유럽의 카산드라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다그는 세계적 불안정에 대한 경고에서는 옳았지만그 문제들에 맞서기 위해 국내나 유럽 전역에서 지지를 결집하는 능력은 점점 약해졌다.

메르크롱’ 시대의 종말은 러시아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전쟁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심화하는 기후 압력끊이지 않는 이주 갈등군비 통제 체제의 붕괴 등 유럽이 직면한 수많은 위기와 맞물려 일어났다.

냉전 이후 유럽의 평화가 영구적이라는 안온한 가정은 사라졌다.

뜻밖의 파트너십

이 공백 속으로 메르츠와 멜로니가 들어섰다언뜻 보기에 이 조합은 어색해 보인다.

메르츠는 보수적 대서양주의자이자 거리낌 없는 경제적 자유주의자다그의 메시지와 2008년 저서 ⟪더 많은 자본주의를 감행하라⟫(Dare More Capitalism)라는 제목은 메르켈 시절의 신중한 중도주의를 넘어 보다 공세적인 친시장 노선으로의 전환을 예고한다메르츠는 독일이 군사 역량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이는 수십 년 동안 독일 국내와 유럽연합 차원에서 유지해온 소극적 태도와 결별하는 것이다.

한편 멜로니는 이탈리아의 민족주의 우파에서 권력에 올랐다그의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은 무솔리니 파시스트의 잔존 세력에서 뿌리를 찾는다그러나 집권 이후 그는 정치적으로 기민한 모습을 보이며 책임감 있고 상당히 성공적인 유럽 행위자로 자리매김했다총리로서 멜로니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유지했다이는 집권 이전 제기되던 우려를 일축하는 행보였다그는 트럼프 진영을 포함한 워싱턴과도 긴밀한 관계를 능숙하게 구축했으며전반적으로 전략적 카멜레온처럼 성공적으로 변신해왔다.

비판자들은 그를 기회주의자라고 부르고지지자들은 실용주의자라고 부른다어느 쪽이든 멜로니는 정치적 변신을 능숙하게 수행하며 민족주의 유럽과 주류 유럽을 잇는 가교가 되었다.

메르츠와 멜로니를 묶는 것은 이념이라기보다 필요성이다.

독일은 여전히 유럽의 경제 엔진이지만유럽을 더 큰 방위 역량과 경제적 경쟁력으로 이끌기 위해 동반자가 필요하다이탈리아는 유럽 중심부에서 더 큰 영향력과 신뢰를 추구한다.

두 정부는 이제 전략적 자율성의 언어를 구사한다유럽은 미국이 신뢰할 수 없게 되더라도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제시될 것으로 전해진 공동 문서는 현재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유럽은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밝힌다.

우방이자 경쟁자에 맞서 단결하는 유럽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단결은 종종 위기에 대한 대응 속에서 형성되었다.

브렉시트는 대륙에서 친유럽연합 정서를 강화했다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와 유럽연합의 협력을 되살렸다.

이제 트럼프는 나토 의무를 저버릴 가능성을 시사하고관세를 위협하며그린란드와 같은 지역의 영토 질서를 문제 삼는 발언으로 유럽 정치 의식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여론조사는 유럽연합 방위 협력 강화와 세계적 위협에 맞선 단결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준다.

메르츠와 멜로니 같은 지도자들에게 이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거나 훨씬 더 힘들었을 정책들즉 군비 증강방위 통합산업 보호더 엄격한 이주 정책을 추진할 정치적 공간을 열어준다.

방위와 군사화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아마도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다수십 년 동안 베를린은 역사적 부담에 얽매이고 미국의 안보 보장에 의존하며 군사적 리더십을 피했다그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독일 관료들은 점점 재무장유럽 방위 대비태세장기적 전략 경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한다.

시급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메르츠는 모스크바의 지속적인 침략을 유럽의 안보와 단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규정하며, 2025년 9월 우리는 전쟁 중은 아니지만 더 이상 평화 상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독일-이탈리아 행동 계획은 방위사이버 안보전략 산업에서 협력을 명시적으로 강화한다두 정부는 나토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더 강력한 유럽 군사 역량을 추진한다.

한때 공상으로 치부되던 미래의 유럽 방위군 구상은 이제 정책 논의에서 진지하게 거론된다로마는 독일 무기 제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과 최대 240억 달러(200억 유로규모의 대규모 조달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수백 대의 장갑차와 차세대 전차를 포함하는 이 계약은 유럽 최대 규모의 공동 방위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조치는 베를린과 로마가 재무장을 유럽 산업 협력에 기반을 두면서 유럽의 군사 역량을 강화하려는 공동 의지를 반영한다.

멜로니와 메르츠에게 무엇이 걸려 있는가?

멜로니에게 베를린과의 협력은 정당성을 제공한다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유럽 지도부와 주변부적 좌절 사이를 오갔다독일과 보조를 맞추면서 로마는 유럽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다시 들어간다.

동시에 멜로니는 국내에서는 민족주의자로유럽에서는 필수적 파트너로 자신을 제시할 수 있다그의 정치적 입지는 워싱턴과의 소통 창구를 유지하면서도 유럽연합 합의 틀 안에 머무는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이는 소수의 유럽 지도자만이 해낼 수 있는 균형이다.

독일은 정치적 유연성과 유럽연합의 큰 방향성에 더 잘 부합하는 파트너를 얻는다.

마크롱의 야심 찬 연방주의 비전은 때로 유럽연합 내 보다 신중한 파트너들을 소외시켰다이탈리아는 유럽의 대대적 재설계보다는 경쟁력이주 통제산업 정책에 초점을 둔 실용적 균형추를 메르츠에게 제공한다.

마크롱이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프랑스는 여전히 핵 억지력과 여러 외교적 이니셔티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그러나 정치적 동력은 제도 개혁보다 경제적 경쟁력과 안보를 우선시하는 정부들로 이동하고 있다.

이 연대는 성공할 것인가?

메르초니 파트너십은 중대한 시험에 직면해 있다.

이탈리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며독일의 수출 중심 모델도 세계 경제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극우와 포퓰리즘 운동은 여전히 유럽연합의 결속을 위협한다방위 통합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여전히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그러나 필요성은 종종 유럽 통합을 추진해왔다위기가 쌓일수록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진정한 질문은 유럽이 사후적 위기 관리에서 벗어나 능동적 지정학 전략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지금으로서는 이 뜻밖의 독일-이탈리아 파트너십이 유럽의 정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그것은 거대한 연방주의 비전이 아니라 두려움필요기회가 빚어낸 실용적 동맹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The rise of ‘Merzoni’: How an alliance between Germany’s and Italy’s leaders is reshaping Europe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율리야 흐레브탄회르하거(Julia Khrebtan-Hörhager)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비판문화·국제학 부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독일 유럽연합 이탈리아 멜로니 메르츠 메르초니 메르크론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