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이 남긴 과제: 나라의 미래와 위기에 선 민주 세력

태국 총선 기간 인민당(People’s Party) 당 대표 낫타퐁 르엉빤야웃(Natthaphong Ruengpanyawut)와 그 지지자들출처People’s Party

태국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Anutin Charnvirakul)은 지난주 총선에서 그의 보수 정당인 품짜이타이당(Bhumjaithai Party)이 하원 최다 의석을 확보하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거의 확실하게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번 결과는 진보 성향 인민당(People’s Party)과 더 넓게는 태국의 친민주 운동에 또 하나의 중대한 타격을 안겼다.

인민당이 선거운동에서 일부 실책을 범하긴 했지만이번 선거는 친군부·친왕실 세력이 정치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에서 진보·민주 정당이 마주하는 거대한 장벽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인민당은 대부분의 사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2위로 마감했다인민당은 이제 제1야당이 된다.

한때 강력한 세력이었던 프아타이당(Pheu Thai Party)은 크게 뒤처진 3위를 기록했고품짜이타이당이 이끄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태국의 향방에 무엇을 의미하나그리고 수년간 개혁을 추진해 온 친민주 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아누틴 찬위라꾼은 누구인가

아누틴은 2014년 부친으로부터 품짜이타이당을 물려받았다그의 부친은 총리 권한대행을 지낸 인물이다그는 이미 태국 최대 건설기업 중 하나인 가업을 이어받았다.

아누틴은 대마초를 비범죄화한 합법화 정책의 핵심 후원자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지만이후 보수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 사안과 거리를 뒀다.

품짜이타이당 대표이자 태국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Anutin Charnvirakul). 출처Anutin Charnvirakul 페이스북

그는 지난해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에서 지나치게 유화적이었다는 이유로 파면된 패통탄 친나왓(Paetongtarn Shinawatra)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올랐다.

아누틴은 헌법 개혁을 약속하는 대가로 인민당의 전격적인 지지를 받아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됐다.

이로써 그동안 지방 기반에 머물렀던 품짜이타이당은 전국 정당으로 도약했다그는 다른 정당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끌어들여 입지를 강화했다.

그의 정부는 태국 남부 홍수 대응 실패와 초국적 사기 범죄 조직과의 연루 의혹으로 12월 초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후 아누틴은 국경 분쟁을 둘러싸고 캄보디아에 선제 공습을 감행했다그는 이를 통해 대중의 민족주의 정서를 고양하고 국내 압박에서 시선을 돌렸다.

인민당이 연립정부 지지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자아누틴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공습과 드론 공격지상 교전은 이후 수주간 국경에서 이어졌고국가안보가 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이는 보수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했고인민당에는 부담이 됐다.

태국에서 진보 세력은 기회가 있나

인민당의 많은 문제는 전신 정당들이 태국 정치에서 발판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2023년 총선에서 전진당(Move Forward Party)은 최다 의석을 얻었지만보수 세력은 인기 지도자의 총리 취임을 저지했다.

이후 태국 헌법재판소는 전진당을 해산했다이는 2019년 총선에서 선전한 미래전진당(Future Forward Party)을 해산한 전례를 반복한 것이다.

지난주 투표 종료 24시간 만에 국가반부패위원회는 전진당 소속 전직 의원 44명이 형법 112조 개정을 제안해 중대한 윤리 위반을 저질렀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형법 112조는 왕실을 모독하거나 비방할 경우 중형을 부과하는 불경죄 조항이다.

여기에는 인민당 대표 낫타퐁 르엉빤야웃(Natthaphong Ruengpanyawut)과 새로 당선된 의원 14명도 포함됐고이들은 종신 정치 활동 금지에 직면할 수 있다.

태국에서 40명이 넘는 진보 성향 정치인들이 엄격한 왕실 모독죄 법 개정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일과 관련해 국가반부패위원회가 윤리 기준 위반을 인정하면서 종신 정치 활동 금지에 직면했다.

 

인민당 지지는 붕괴했나

품짜이타이당은 하원 500석 중 약 200석을 확보하며 손쉽게 승리했지만인민당 지지가 품짜이타이당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투표 데이터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군부가 작성한 2017년 헌법에 따라 하원은 소선거구 400석과 비례대표 100석으로 구성한다.

품짜이타이당은 매표와 후견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강한 농촌·지역구에서 선전했다.

선거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단체는 전국 재검표와 투표소별 개표 결과 공개일부 지역 재선거를 요구했다.

수요일 오전 방콕 락시(Laksi) 지구에 있는 정부청사 단지에서 전국 재검표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이 단지에는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이 입주해 있다출처파타라퐁 차트파타라실(Pattarapong Chatpattarasill), Bangkok Post

그러나 인민당 대표는 설령 부정이 있었다 해도 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인민당은 방콕 등 교육 수준이 높은 도시 지역에서 소선거구 의석을 집중적으로 확보해 33석을 모두 휩쓸었지만농촌·지방에서는 고전했다.

반면 전국 비례대표 득표에서는 인민당이 약 30%를 얻어 18%에 그친 품짜이타이당을 크게 앞섰다.

이는 일부 유권자가 지역구에서는 품짜이타이당 후보를정당명부에서는 인민당을 지지하는 분할 투표를 했음을 시사한다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은 하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진보 진영에 작은 위안은 선거와 동시에 실시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무난히 통과한 점이다.

그러나 개헌 초안 작성과 승인 절차를 아누틴과 보수 진영이 장악했고이들은 이를 수년간 지연할 수 있다설령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진보 세력이 원하는 변화를 담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출처] What Thailand’s election means for the future of the country – and its beleaguered pro-democracy force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애덤 심프슨(Adam Simpson)은 애들레이드 대학교(Adelaide University) 사회·문화대학 국제학 선임강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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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당 아누틴 찬위라꾼 품짜이타이당 프아타이당 2026년 태국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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