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lex Shuper, Unsplash+
웜홀은 흔히 공간이나 시간을 가로지르는 터널, 즉 우주를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상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네이선 로젠의 연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되었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로젠은 극한 중력 영역에서 입자의 거동을 연구하던 중 자신들이 ‘브리지(bridge)’라고 부른 구조를 제안했다. 이는 완전히 대칭적인 두 개의 시공간 사본을 연결하는 수학적 연결 구조였다. 이 개념은 여행을 위한 통로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 중력과 양자물리학 사이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방법이었다. 이후에야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Einstein–Rosen bridge)는 원래 개념과 거의 관계가 없음에도 웜홀과 연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연구팀은 새로운 연구에서 원래의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가 웜홀보다 훨씬 더 기묘하고 더 근본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과 로젠이 해결하려 한 문제는 우주여행이 아니라 곡률을 가진 시공간에서 양자장이 어떻게 거동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는 시공간 속 거울처럼 작동한다. 즉 두 개의 미시적 시간 화살(time arrow)을 연결하는 구조다.
양자역학은 입자와 같은 가장 작은 규모의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과 시공간에 적용한다. 이 두 이론을 통합하는 일은 여전히 물리학의 가장 깊은 난제 가운데 하나다. 흥미롭게도 우리의 새로운 해석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오해받은 유산
‘웜홀’이라는 해석은 아인슈타인과 로젠의 연구가 나온 수십 년 뒤에 등장했다. 물리학자들은 시공간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가능성을 추측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1980년대 후반 연구에서 이러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같은 분석은 동시에 이 개념이 얼마나 가설적인지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일반상대성이론 안에서는 이러한 이동이 불가능하다. 브리지는 빛이 통과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닫히므로 실제로 통과할 수 없다. 따라서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는 불안정하며 관측할 수 없는 수학적 구조일 뿐, 실제 통로가 아니다.
그럼에도 웜홀이라는 은유는 대중문화와 이론물리학에서 널리 퍼졌다. 블랙홀이 우주의 먼 영역을 연결하거나 심지어 시간 기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수많은 논문, 책, 영화에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거시적 웜홀의 존재를 보여주는 관측 증거는 전혀 없으며, 아인슈타인의 이론 안에서 그러한 구조를 기대해야 할 설득력 있는 이론적 이유도 없다. 이국적 물질이나 일반상대성이론의 수정과 같은 여러 가설적 확장 이론이 이러한 구조를 뒷받침하려고 제안되었지만, 아직 검증하지 못했으며 추측 수준에 머물러 있다.
두 개의 시간 화살
우리의 최근 연구는 스라반 쿠마르(Sravan Kumar)와 주앙 마르투(João Marto)가 발전시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대 양자역학적 시간 해석을 이용해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 문제를 다시 다룬다.
물리학 대부분의 기본 법칙은 과거와 미래, 혹은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지 않는다. 방정식에서 시간이나 공간의 방향을 뒤집어도 법칙은 여전히 성립한다. 이러한 대칭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게 된다.
이 구조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터널이 아니라 양자 상태의 상보적인 두 구성 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시간이 앞으로 흐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거울에 반사된 위치에서 시간이 뒤로 흐른다.
이러한 대칭성은 단순한 철학적 선호가 아니다. 무한대를 배제하면 양자 진화는 중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미시적 수준에서 완전하고 가역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브리지’는 완전한 물리계를 기술하려면 두 시간 성분이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물리학자들은 하나의 시간 화살만 선택해 시간 반전 성분을 무시한다.
그러나 블랙홀 근처나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에서는 일관된 양자 기술을 위해 두 방향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정보 역설의 해결
미시적 수준에서 이 브리지는 우리에게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즉 되돌아올 수 없는 경계처럼 보이는 영역을 가로질러 정보가 전달되게 한다.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반대 방향의 거울 시간 축을 따라 계속 진화한다.
이 틀은 유명한 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을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1974년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열복사를 방출하며 결국 증발할 수 있다고 보여주었다. 이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 모든 정보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며, 양자역학의 ‘정보 보존’ 원리와 충돌한다.
이 역설은 우리가 사건의 지평선을 단 하나의 일방향 시간 화살로만 기술하려 할 때 발생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이러한 가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전한 양자 기술이 두 시간 방향을 모두 포함한다면 실제로 사라지는 정보는 없다. 정보는 우리의 시간 방향을 떠나 반대 시간 방향을 따라 다시 나타난다. 이 과정은 이국적인 새로운 물리학을 도입하지 않고도 완전성과 인과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개념은 우리가 거시적 존재이며 오직 하나의 시간 방향만 경험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적 규모에서 무질서, 즉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질서정연한 상태는 자연스럽게 무질서한 상태로 진화하며, 반대 방향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간 화살을 부여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더 미묘한 거동을 허용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숨겨진 구조의 증거는 이미 존재할 수도 있다. 빅뱅의 잔광인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는 작지만, 지속적인 비대칭성을 보인다. 즉 거울상보다 특정 공간 방향을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 이상 현상은 20년 동안 우주론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표준 모형은 이를 매우 낮은 확률 현상으로 간주하지만, 거울 양자 성분을 포함하면 설명할 수 있다.
이전 우주의 메아리인가?
이 그림은 더 깊은 가능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리가 ‘빅뱅(Big Bang)’이라고 부르는 사건은 절대적인 시작이 아니라, 시간 반전된 두 우주 진화 단계 사이에서 일어난 양자적 반동일 수 있다.
빅뱅이 정말 시작이었을까? 출차: Osarugue Igbinoba, Unsplash+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블랙홀은 단지 시간 방향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우주론적 시대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우주는 또 다른 ‘부모 우주(parent cosmos)’에서 형성된 블랙홀 내부일 가능성도 있다. 닫힌 시공간 영역이 붕괴한 뒤 반동하며 다시 팽창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가 되었을 수 있다.
만약 이 그림이 옳다면 관측을 통해 이를 검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동 이전 단계에서 남은 흔적, 예를 들어 작은 블랙홀은 전이 과정을 살아남아 오늘날 팽창하는 우주에서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암흑물질(dark matter)로 여기는 보이지 않는 물질 일부는 실제로 이러한 잔해 블랙홀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관점에서 빅뱅은 이전 수축 단계의 조건에서 진화한 결과다. 웜홀은 필요하지 않다. 브리지는 공간적 구조가 아니라 시간적 구조이며, 빅뱅은 시작점이 아니라 일종의 관문이 된다.
이러한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의 재해석은 은하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이나 시간 여행, 공상과학 영화 속 웜홀이나 초공간(hyperspace)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제시한다. 시공간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 사이의 균형을 구현하는 일관된 양자 중력 그림을 제시하며, 우리의 우주가 빅뱅 이전의 역사를 가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해석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물리학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을 완성한다. 물리학의 다음 혁명은 우리를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시 세계와 반동 우주 깊은 곳에서 시간이 양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다.
[출처] Wormholes may not exist – we’ve found they reveal something deeper about time and the univers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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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가스타냐가(Enrique Gaztanaga)는 포츠머스 대학교(University of Portsmouth) 우주론 및 중력 연구소(Institute of Cosmology and Gravitation) 천체물리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