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에 맞서 구호선단에 올라 평화 항해에 나섰던 한국 활동가 해초·승준 씨가 이스라엘군에 납치됐다. 지난 18일 김동현 활동가가 탑승한 ‘키리아코스 엑스호(Kyriakos X)’가 나포된 데 이어, 20일 새벽 해초·승준 활동가가 탄 ‘리나 알 나불시(Lina al-Nabulsi)’호까지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 나포되면서, 이번 항해에 나선 한국 활동가 3명 모두가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는 20일 성명을 내고 “집단학살범, 테러리스트 집단 이스라엘의 항해 활동가 납치를 규탄한다”며 한국 정부가 김동현·승준·해초 활동가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KFFP에 따르면 한국 시간 20일 새벽 2시 50분경, 자유선단연합(FFC) 소속 구호선단 리나 알 나불시호는 가자지구로부터 118해리, 약 218.5km 떨어진 지중해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의 공격을 받아 나포됐다. 배에 타고 있던 승준·해초 활동가를 포함한 모든 탑승자도 함께 납치됐다고 한다.
20일 새벽 이스라엘 점령군에 나포된 리나 알 나불시호에 탑승했던 해초, 승준 활동가와 동료들의 모습. KFFP
20일 오전 외교부도 참세상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한국 활동가들이 탑승한 선박의 나포 사실을 확인했다. 참세상은 전날 외교부에 구호선단 탑승 활동가들의 소재와 안전 확인 여부, 석방 및 안전 보장을 위한 외교적 조치 계획, 해초(김아현) 활동가의 여권 효력 복구 요구에 대한 입장 등을 질의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20일 오전 참세상에 “가자지구 구호선단 측 홈페이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우리 국민 김아현(해초 활동가)이 탑승한 선박 Lina Al-Nabulsi호가 5월 20일 새벽 이스라엘 측에 나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동 선박에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빅토르 리(승준 활동가)도 동승"했으며, 김동현 활동가가 탑승한 키리아코스 엑스호는 한국 시간 18일 오후 나포됐다고 확인했다.
외교부는 또한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탑승한 선박이 나포될 경우 동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최단기간 내 석방·추방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이스라엘 당국에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상기 우리 국민들에 대해 필요한 영사조력을 계속해서 적극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참세상이 질의한 활동가들의 구체적인 소재와 안전 확인 여부, 석방과 안전 보장을 위한 구체적 조치 계획에 대해서는 별도로 답하지 않았다.
해초 활동가의 여권 효력 복구 요구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복구 계획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는 “김아현의 경우, 현지 공관을 통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귀국할 수 있도록 적극 조력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해초 활동가의 여권 효력을 실효시킨 상태가 구금·추방·이동 과정에서 활동가를 더 취약한 처지에 놓이게 할 수 있다며, 여권 효력 복구를 요구해왔다.
해초와 승준 활동가가 탑승했던 리나 알 나불시 호의 모습. KFFP
해초와 승준 활동가는 지난 5월 2일 리나 알 나불시호에 올라 가자지구를 향한 항해에 나섰다. 리나 알 나불시는 1976년 5월 15일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이스라엘군에 살해당한 17세 팔레스타인 소녀의 이름이다. 김동현 활동가는 5월 8일 반전 평화 운동을 했던 그리스 무정부주의 활동가 고 키리아코스 시미티리스(Kyriakos Xymitiris)를 기리는 키리아코스 엑스호에 탑승했다.
이들이 바다로 나선 것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과 육해공 봉쇄, 군사점령이 이른바 ‘휴전 협정’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KFFP는 설명해왔다.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제도들이 이스라엘의 범죄를 멈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시민들이 국제법상 보장된 자유항행의 권리로 가자 봉쇄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이번 나포로 가자지구를 향한 구호선단 항해에 참여한 KFFP 소속 활동가 3명은 모두 이스라엘군에 붙잡힌 상태가 됐다. 해초 활동가는 지난해에도 국제 활동가들과 함께 가자지구로 향하는 항해에 나섰다가 이스라엘군에 한 차례 나포된 뒤 풀려난 바 있다. 올해 다시 항해에 오른 해초 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여권 효력을 실효시킨 상태에서 또다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KFFP는 이스라엘의 민간 구호선단 나포가 반복적이고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4월 29일 가자지구로부터 약 1,000km 떨어진 그리스 크레타섬 인근 해역에서 글로벌수무드선단(GSF) 소속 선박 22척을 나포하고 활동가들을 구금·고문했다. 이어 18일에는 키프로스 인근 해역에서 김동현 활동가가 탄 키리아코스 엑스호를 포함한 FFC·GSF 선박 23척을 나포했고, 20일 새벽 리나 알 나불시호까지 나포했다는 것이다.
성명은 리나 알 나불시호가 나머지 선박들이 나포된 뒤에도 마지막까지 이스라엘 점령군의 추격을 피하며 항해를 이어가려 했으나 끝내 붙잡혔다고 밝혔다. 이번 항해에 참여한 선박 가운데 후방 지원선과 조기 종료한 4척을 제외한 모든 선박, 즉 GSF 45척과 FFC 5척이 공해상에서 나포됐고, 40여 개국에서 온 참여자 428명이 이스라엘 점령군에게 납치됐다고도 전했다.
이들의 구체적인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활동가들은 해군 상륙정이나 화물선 등 ‘수상 감옥’ 역할을 하는 선박에 구금돼 이스라엘 아슈도드 항으로 이송된 뒤, 취조와 추방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KFFP는 이를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노골적인 해상 테러행위, 불법 해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지난 18년간 가자지구 봉쇄를 이어가며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감옥”을 만들었고, 2023년 10월 이후 확인된 팔레스타인 사망자만 7만 2천 명이 넘는 집단학살 작전으로 가자지구를 초토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비무장 민간 인도주의 행동에 사르 5급 미사일 초계함을 비롯한 다수의 해군 함정과 완전무장한 병사들을 동원해 군사적으로 대응했다며, 활동가들이 “식민 감옥”에 수감돼 고문의 위협에 노출되게 됐다고 우려했다. 또한 자국 수색구조구역에서 발신된 항해자들의 구조신호를 묵살하고 나포행위를 지원한 그리스와 키프로스 당국의 책임도 함께 지적했다.
시민사회가 강조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책임이다. 구호선단에 오른 한국 활동가들이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납치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들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고 조속한 석방을 위한 외교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초 활동가의 경우 정부가 여권 효력을 실효시킨 당사자인 만큼, 지금이라도 여권 효력을 복구해 최소한의 국가 보호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KFFP는 한국 정부에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해초 활동가의 여권 효력을 즉각 복구할 것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에 항의하고 한국인 활동가를 포함한 탑승 활동가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할 것 △체포된 한국인 활동가에게 신속한 영사 보호를 제공할 것 △이스라엘의 민간 구호선단 나포를 규탄하는 외무장관 공동성명에 참여할 것 △이스라엘에 가자 집단학살과 주변국 침략 종식을 촉구하고, 집단학살·전쟁범죄·식민점령에 대한 국제법적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성명은 튀르키예, 브라질, 스페인, 파키스탄 등 10개국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의 항해자들에 대한 불법 공격을 규탄하고 자유항행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며, 한국 정부도 이같은 적극적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KFFP는 오늘(20일) 오후 7시 서울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긴급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의 항해 활동가 납치를 규탄하며 해초·승준·동현 활동가의 조속한 석방과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외교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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