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OTT, 버퍼링을 끝내고 스트리밍을 시작할 때

브라질 공공 스트리밍 플랫폼 Tela Brasil 오픈

지난 75일 독립예술영화 유통 활성화 정책 포럼이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에 열렸다. 독립예술영화는 상업영화와 마찬가지로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 관객수에 큰 타격을 입은 후,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특정 영화로의 관객 쏠림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대형 OTT의 급부상과 독점 콘텐츠 중심 공급으로 인해 독립예술영화 자체를 발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몇몇 국내 중소 OTT의 경우 적자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설상가상 네이버, 다음과 같은 주요 포털의 영화서비스는 이미 종료된 상황이다.

이러한 주변 환경 속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공공 OTT 플랫폼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결과와 구축방향이 제시되었다. 지금은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이하여 사회 전반에 공공성 기반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이때야말로 문화예술과 정보통신의 융합이 가속되면 공공성이 결여되는 아이러니한 국내 문화예술 콘텐츠 유통 구조를 점검할 시점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공공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한 브라질의 경우 500여 편의 다양한 브라질 영화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며, 6월 한 달 동안 95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성공적인 런칭을 마쳤다. 해당 플랫폼에 대해 살펴보면서 국내 공공 OTT 플랫폼 구축을 위한 타산지석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출처: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공공 스트리밍 플랫폼 'Tela Brasil'

브라질 공공 스트리밍플랫폼 ‘Tela Brasil’이 지난 530일 오픈했다. Tela Brasil은 브라질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로, 브라질 국민 또는 브라질 거주 외국인 중 브라질 연방정부 공식 사이트인 gov.br 계정을 보유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73일에는 IOS 앱과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하여 모바일 앱으로 채널을 확장한 상태이다.

콘텐츠는 단편, 중편, 장편 영화 및 시리즈 등 다양한 길이와 장르의 영화와 브라질 문화부 소장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500여 편의 영화 및 TV 시리즈 등이 서비스되고 있으며, 1080p FHD 화질까지 시청 가능하다.

메뉴는 여느 OTT와 비슷하게 초기 화면에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으되, 1910년대 고전영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라질 영화를 선보이므로, 카테고리와 장르 메뉴의 하위를 세분화하고 있다. 우선 카테고리 하위 메뉴는 문화부’, ‘문화다양성’, ‘아동’, ‘청소년’, ‘예술’, ‘브라질 정체성’, ‘역사와 미학의 총 7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카테고리 구성으로 볼 때 1) 고전영화 등 문화부 산하 소장 작품이 다수 차지, 2) 문화다양성과 브라질 문화에 대한 인식 확대의 중요성, 3) 아동, 청소년 등 교육적 목적으로의 활용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르의 경우 1차 구분에서 픽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4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르별로 세부 장르가 추가로 구분되어 있다. ‘픽션하위에는 드라마’, ‘공포 & 서스펜스’, ‘판타지 & SF’, ‘코미디’, ‘로맨스’, ‘아프로퓨처리스트’, ‘뮤지컬’, ‘액션 & 모험이 있다. 참고로 아프로퓨처리스트는 흑인 문화와 역사에 과학기술과 SF 판타지를 결합하여 아프리카 중심 미래를 상상하는 장르를 일컫는다. ‘다큐멘터리하위에는 설명 & 관찰’, ‘참여형’, ‘탐사’, ‘융합’, ‘전기 & 역사’, ‘에세이 & 로 구성되어 있으며, ‘애니메이션하위는 스톱모션’, ‘2D’, ‘3D’, ‘융합 & 기타 기술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실험영화의 경우 비디오아트’, ‘기타’, ‘비디오 시로 구분되어 있다. 장르 구분은 대체로 국내에서도 통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아프로퓨처리스트라든가 시적 비디오 표현 반영 등은 색다른 특징을 나타낸다.

출처: 위키피디아

계정의 멤버십은 일반(시민)’회원과 단체(지정)’회원으로 나뉘는데, 일반(시민)회원은 개인 사용자가 접속하여 일반 스트리밍 서비스와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단체(지정)회원은 스크리닝 네트워크라고도 불리는데, 도서관, 박물관, 학교, 축제, 각종 비영리 문화센터 등에서 단체 상영을 목표로 별도의 상영료 지급 없이 상영이 가능한 회원을 의미한다.

해당 플랫폼에 대한 구축 비용은 콘텐츠 수급 및 개발을 포함하여 2년에 걸쳐 900만 헤알(대한민국 원화로 약 26억 원에 해당)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액 브라질연방정부 문화부에서 지급한다. 운영을 위한 클라우드서비스 역시 정부 데이터 처리국에서 운영하는 국가 소유 IT기업을 이용하고 있다. 실상 문화부 1년 예산이 32~33억 헤알 규모인 걸 감안할 때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국내영화 및 영상 콘텐츠를 집대성한 공공플랫폼을 오픈한 셈이다.

실제 홍보마케팅은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없으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의 경우 이미 팔로워가 9만 명을 넘었다. 내용 역시 오픈 소개, 개별 영화나 인물 소개, 댓글 이벤트, 기념일 연계, 큐레이션 패키지 등 다양하게 구성하여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실제 이미지 속 텍스트는 ‘72, 브라질의 기억은 스크린 속에서 계속 된다, 182297일 브라질 독립선언 후 실제 포르투갈군을 완전히 몰아낸 182372Bahia 민중투쟁을 의미한다.

출처 : Tela Brasil 공식 SNS

브라질 스트리밍 플랫폼 관련 현황

브라질은 이미 Sky BrasilClaro Brasil 같은 주요 유료 방송사업 및 통신사업자들이 2020년대 들어 급격한 시청자 감소를 목도하며 OTT 서비스로 전환했다. 대체로 기존 위성TVOTT 서비스를 보완 및 통합하기 위해 스마트TV와 같은 가상 다중 채널 플랫폼을 제공한다.

최대 방송국인 Globo 역시 기존 방송과 디지털 스트리밍 격차 해소를 위해 UHD(초고화질) 영상과 양방향 서비스를 결합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프로젝트 브라질 TV 3.0’2025년 채택한 바 있다. 참고로 브라질 TV 3.0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하고 미국 방송표준기구(ATSC)와 공동으로 제안한 기술이 전송 표준으로 채택된 플랫폼이다.

실제 브라질은 ICT 개발 지수 또한 전 세계 상위권에 해당하며, 2024OTT 시장 규모가 432,000만 달러로 전망된 바 있어 IT 활용과 OTT 사용에 다소 친근한 환경이라 볼 수 있다.

OTT 관련 법안으로는 상원에 계류 중인 2개의 법안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소위 스트리밍 법이라 불리는 법안 PL 8889/2017이다. 2017년 발의한 이 법안은 브라질 내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최소 10%의 국내 콘텐츠 편성 의무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대상은 크게 넷플릭스와 같은 전통 VOD 서비스, 유튜브 등 영상 공유 플랫폼, 그리고 스트리밍 채널 애플리케이션이 해당된다.

두번째 법안 PL 2331/2022는 영화산업진흥기금을 스트리밍 플랫폼 연간 총매출 기준으로 누진 적용하는 내용과 본사 소재지에 관계없이 브라질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스트리밍서비스에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연매출이 9,600만 헤알을 초과할 경우 3%의 세율을 적용받으며, 480만 헤알 미만은 세금이 없다. 만약 서비스 편성의 50%가 브라질 콘텐츠인 경우에는 50% 세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법안 모두 OTT 구독료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아직 완전히 통과되지 못한 상황이다. 극장 스크린쿼터제 뿐 아니라 플랫폼에서도 자국 콘텐츠에 대한 편성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서비스 안정성, 망 사용료 등으로 기울어진 논의 내용보다는 자국 콘텐츠 보호와 육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공공OTT 플랫폼을 위한 시사점

대형 OTT에서 국내 독립예술영화를 찾기 불가능한 시점부터 포털 영화서비스가 종료되기까지 독립예술영화는 마치 발견할 수 없다의 단계까지 내몰린 것 같은 형국이었다. 이는 비단 영화 관람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넘어 -메타 정보까지 막힌 상황에서- 영화 자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과정으로 일부 전이되고 있다.

최근 유의미한 관객수를 기록하는 독립예술영화가 다시 등장하지만, 플랫폼의 확장 속도만큼 독립예술영화의 유통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독립예술영화는 이제 장기적 안목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의 단계를 언제나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숨통이 열리는 과정만으로도 가장 실험에 열려있는 독립예술영화 본연의 모습과 실행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브라질은 자국 콘텐츠가 선보일 수 있는 기회에 주목한다. 강력한 힘의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들에 편성 의무화를 시도 중이며, 지붕이 더 기울기 전에 공공 스트리밍 플랫폼 오픈을 통해 콘텐츠의 발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주목할 만한 점은 Tela Brasil을 런칭하는 규모와 홍보 방식이다. 실제 530일 오픈 행사에는 룰라 대통령을 비롯하여 영부인, 문화부 장관, 산업부 장관이 참여하여 직접 설명하는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국내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시책의 일환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도했다. 웹서비스 런칭 후 1개월 만에 모바일 앱 출시를 완료했고, 단체 회원을 통해 플랫폼을 이용한 오프라인 상영 확장도 도모하고 있다.

국내에서 공공 플랫폼 구축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점은 대체로 서비스라는 단어에 휘둘려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다. 공공 스트리밍 플랫폼은 콘텐츠 수급에서 홍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반을 아울러 완벽을 기하고, 플랫폼의 효용성을 명확히 하여 크게 이슈화시킬 필요가 있다. 오픈 직후 자리매김이 플랫폼의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해외사례는 큰 영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Tela Brasil은 글로벌 대형 OTT가 독점을 가속하는 요즘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주목할만한 사례다. 국내에서도 다년간 관련 연구가 진행되어 독립예술영화 전용 OTT의 필요성이 점차 무르익어가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한국형 공공 OTT가 탄생하여 해외의 훌륭한 사례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출처 : 버라이어티

■ 참고 링크

Tela Brasil 공식 플랫폼

Tela Brasil 공식 SNS

브라질 문화부 Tela Brasil 서비스 안내 

지금은 브라질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규제해야 할 때, 애플 TV+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Tela Brasil 리뷰 

[정책브리핑] 한국-브라질, 방송미디어 분야 협력 추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2024] 정보통신방송(ICT) 해외진출 가이드 

덧붙이는 말

김지희는 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감독과 지역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가 가끔 플랫폼 연구에 참여한다. 문화예술, 독립영화, 정보통신이라는 3가지 축 안에서 넓게 맴돌며 사는 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