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가열의 위기는 여러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우리는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극적인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기후위기를 생각하는 편이었다.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에서는 허리케인과 폭풍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7월 파리에서 나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정말 높은 기온이 사람을 질식시키고, 온몸을 뒤덮고, 숨통을 조이고, 모든 활동을 억누르는 힘이었다. 중동 일부 지역이 겪은 섭씨 50도가 넘는 더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낄 정도였다. 자기 피부 속에서 몸이 말라가거나 익어가는 듯했고, 어쩌면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듯했다.
“<역사상 가장 혹독한 폭염(낮 52℃ / 밤 39℃)>. 중동에서 세계 기후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쿠웨이트시티는 최저기온이 38℃에 달한 데 이어 5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세웠다. 이란 델호란은 최저기온이 무려 38.7℃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는 최저기온 35.0℃로 8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헬 지역에서도 기록을 경신했다. 니제르 응기그미는 최저기온 29.5℃를 기록했다.”
HARSHEST HEAT WAVE IN HISTORY
— Extreme Temperatures Around The World (@extremetemps) August 12, 2026
52c DAY/39c NIGHT
World climatic history is being rewritten in Middle East
52C KUWAIT CITY all time record after a MIN. of 38C
Crazy MIN 38.7C Delhoran IRAN
35.0 Makkah,SAUDI ARABIA (August record)
Record also in The Sahel
Min 29.5 Nguigmi,NIGER pic.twitter.com/T5XSG7XaqC
내가 특히 강하게 느낀 차이는 이렇다. 이전까지 내가 상상한 기후위기는 역동적이었다. 거센 바람과 막을 수 없는 폭풍 해일 속에서 엄청난 힘이 분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경험한 극심한 더위는 정반대였다. 움직임도, 소리도, 사람도 없었다.
태양의 ‘압력’ 아래에서는 사람도 사물도 움직이지 않았다. 적어도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움직이지 않았다. 파리의 거리 풍경과 유동인구, 영세 자영업자들이 받은 충격은 극적이었다. 마치 폭염이 강제로 코로나19 봉쇄령을 내린 듯했다.
「미친개와 영국인」(Mad Dogs and Englishmen) — 노엘 카워드(Noël Coward), 레이 노블과 그의 오케스트라(Ray Noble & His Orchestra) (이 노래의 후렴에는 "미친개와 영국인들만 한낮의 땡볕에 나간다"는 가사가 나온다.)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찾아보다가 나는 《르몽드》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물 에너지 성능’ 전문가 가운데 한 명과 진행한 암울한 인터뷰를 발견했다. 그는 프랑스의 주택 재고, 특히 20세기 후반에 지은 주택들을 죽음의 덫이라고 표현했다. 단열은 잘되어 있지만 환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 안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지만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
이런 찜통 같은 아파트를 가리키는 속어가 ‘휘파람 주전자(whistling kettles)’라고 한다. 사람이 들어 있는 주전자다.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가 그린 지옥의 환상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광경이다.

유럽 보험사들은 오래전부터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비용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환산하려는 작업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올해 엘니뇨가 가져온 충격은 개인이 가입하는 보험으로 합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올해 5월 뮌헨에 본사를 둔 대형 보험그룹 알리안츠(Allianz)는 그 비용이 얼마나 극단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열 스트레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선형적이며, 섭씨 30도 안팎에 임계점이 존재한다. 이 온도를 넘어서면 생산성 손실이 급격하게 커진다. 이 온도 아래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난방비가 줄고 생산성이 소폭 향상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 수준을 넘으면 관계가 역전되며,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두 경로 모두 상황이 악화된다. 가장 큰 영향은 노동을 통해 나타난다. 섭씨 30~35도 구간에서는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시간당 생산액이 약 1.3달러(구매력평가 기준 불변가격으로, 2014~2024년 표본의 평균 시간당 생산액 가운데 약 3%) 감소한다. 임금은 생산성 변화에 시차를 두고 조정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비용을 불균형하게 떠안으며, 이후 그 부담이 점차 가계소득과 소비로 전달된다. 두 번째로 규모가 작은 경로는 에너지를 통해 나타난다.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에너지 소비가 약 1.2% 증가하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는 바로 그 온도에서 기업의 투입비용도 상승한다.
거시경제적으로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가늠하기 위해, 우리는 각국에서 2014~2024년 사이 관측한 가장 더운 다섯 해가 2026~2030년에 더위의 강도가 높아지는 순서대로 재현되는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즉 2026년에는 다섯 번째로 더웠던 해, 2027년에는 네 번째로 더운 해가 재현되고, 이런 식으로 이어져 2030년에는 해당 국가의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재현된다고 가정했다.이런 경로를 따른다면 기후 노출도가 가장 높은 경제권에서는 2026~2030년 누적 GDP 손실이 5~7%에 이를 수 있다. 프랑스는 2,400억 달러, 일본은 3,540억 달러, 이탈리아는 1,470억 달러, 독일은 1,310억 달러, 스페인은 1,2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장기 성장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런 시나리오에서 고정자본형성 감소폭이 소비 감소폭을 지속적으로 웃돌며, 영향을 받는 국가에서 평균 8%에 이른다는 점이다. 폭염이 자본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면 투자가 감소하고, 그 결과 미래의 생산능력도 축소되면서 스스로 악화하는 성장 둔화가 나타난다. 더욱이 물가와 실업률이 함께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통화당국은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 특히 단일 정책금리로 기후위기 노출 정도가 크게 다른 여러 경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유로존에서는 이러한 딜레마가 더욱 심각하다.

유럽인다운 면모를 보인 알리안츠의 경제학자들은 이어 재정 부담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재정적 충격은 이를 감당할 능력이 가장 부족한 경제에 가장 무겁게 떨어진다. 폭염으로 경제적 산출이 감소하면 세수도 줄어든다. 연간 세수 손실은 프랑스에서 1.8%,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1.3%, 독일에서 0.7%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누진세제에서는 경제적 산출보다 세수가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표면적인 GDP 손실보다 재정 부담이 더 커진다. 동시에 물가연동형 이전지출과 의료비, 긴급 인프라 복구비가 공공지출을 늘린다. 재정수지는 연평균 GDP의 약 0.5%만큼 악화한다. 폭염 관련 부담까지 반영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마스트리히트(Maastricht) 재정적자 상한선을 다시 위반할 위험이 있다. 이미 GDP 대비 -4.9%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프랑스는 폭염으로 2.2%의 추가 부담을 떠안는다.
알리안츠가 합리적으로 지적하듯,
보험으로 보상하는 손실은 전체 피해에서 여전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이는 폭염이 파괴하는 대상과 기존 보험이 보장하도록 설계한 대상 사이에 구조적인 불일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훨씬 더 전면적인 적응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 네 분야에서 조율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노동 규제
· 건축물
· 공공재정
· 가계
제대로 작동하는 산업안전 제도를 마련하려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기온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작업을 제한하며, 일하지 못한 시간에 대해 유급 보상을 제공하고, 기간제·계절·플랫폼 노동자까지 보호해야 한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춘 나라는 없으며, 특히 마지막 항목에서 가장 큰 공백이 나타난다. 기존 보호제도는 표준적인 고용계약을 전제로 설계했기 때문에 폭염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노동자 상당수가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예방 조치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 근무시간 조정과 부분적 기계화, 실내 냉방은 여전히 드물다. 건축물에서는 네 가지 요소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신축 건물의 과열 방지 기준, 리모델링 시 의무적인 패시브 냉방, 취약계층 가구가 사회적 권리로서 냉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여름철 냉방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발전설비가 고온으로 출력 저하를 겪는 상황까지 고려한 전력망 적정성 계획이다. 개정한 유럽연합(EU) 건물에너지성능지침은 첫 번째 요소를 마련했다. 문제는 나머지 세 가지다. 바로 이 세 가지가 실내 온도와 사망률, 최대전력수요를 실제로 낮추는 데 필요하다. 재정 체계를 보면 유럽 주요국은 모두 국가 차원의 기후적응 전략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다년간의 예산계획으로 구체화한 국가는 거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결국 임시방편적인 긴급지원책에 의존한다. 그리고 폭염이 닥칠 때마다 다음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 적응에 투입할 수 있었던 재정 여력을 조금씩 소진한다. 여기서 빠진 또 하나의 축이 가계다. EU 가계는 약 40조 유로에 이르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막대한 예금도 포함된다. 반면 유럽의 상당수 주택은 더 뜨거워진 여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리모델링과 패시브 냉방, 저렴한 지수형 보험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계자산 가운데 적지만 정확하게 표적화한 부분을 동원한다면 공공예산만으로 메우지 못하는 격차의 일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민간금융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폭염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가계와 유동성 저축을 가장 많이 보유한 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 보증과 보조금, 분배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가계자산을 불평등 심화가 아닌 기후 회복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보험으로 보장할 수 없는 영역에서조차 민간자본이 이윤을 얻으려는 시도를 막지는 못한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듯이, 헤지펀드들은 올해 엘니뇨가 가져온 예상 밖의 영향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앞다퉈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투자회사 모어턴 캐피털 파트너스(Moreton Capital Partners)는 태평양의 기온 변화를 일으키는 엘니뇨 주기에서 이익을 얻는다는 이례적인 목표를 내세운 신규 펀드를 위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이 헤지펀드는 최근 몇 주 사이 시작됐으며 여러 대륙에서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는 엘니뇨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른 투자자들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주목하는 곳은 모어턴만이 아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수확량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트레이더들이 움직이면서 최근 몇 주 동안 커피와 코코아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투자은행들은 시장에 미칠 영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자료를 고객들에게 내놓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엘니뇨로 국제 식량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엘니뇨는 자연적으로 반복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 엘니뇨는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섭씨 1.4도 높아진 인간 활동에 따른 온난화에 ‘겹쳐서’ 나타났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세계 비료 공급망까지 교란된 상황과 맞물렸다. 이로 인해 “농작물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엘니뇨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도상국에서 그 충격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국들이 가뭄 위험에 한층 더 크게 노출되면서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6월 초 이후 37% 상승했다. 브라질 생산자들이 극심한 더위와 불규칙한 강우로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아라비카 커피 가격도 26%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막시모 토레로(Máximo Torero)에 따르면, 엘니뇨가 강우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호주의 밀 생산과 인도의 쌀 생산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인도의 핵심 몬순 기간 강우량은 지금까지 평균보다 10% 이상 적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인도의 생산이 타격을 받으면 국제 설탕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편 가뭄이 잠비아의 구리 채굴을 방해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칠레에서는 홍수가 구리 채굴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엘니뇨는 무역 물류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과거에도 그랬듯이 중앙아메리카의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의 수심이 낮아질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수위 저하에 대한 우려로 새로운 통항 제한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운하에서 통행량이 가장 많은 항로의 통항권 경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헤지펀드들은 그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베팅하는 듯하다. 반면 대형 은행들은 시장이 상황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모건스탠리 연구팀은 엘니뇨가 역사적으로 S&P 500 같은 지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세계 주요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편 캐피털 이코노믹스가 최근 실시한 분석에서도 엘니뇨와 세계 식품가격 인플레이션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 통계에만 주목한다면 엘니뇨가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영향을 간과하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하듯이 농업과 소득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곳은 유럽이나 알리안츠 연구가 초점을 맞춘 부유한 국가들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일 가능성이 크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엘니뇨로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에서 식품가격이 크게 상승할 위험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주 이번 엘니뇨로 최소 4,900만 명이 추가로 식량불안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충격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2023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대규모 엘니뇨가 수십 개국의 경제성장률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각 엘니뇨가 끝난 뒤에도 소득 손실이 수년 동안 지속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캘러핸(Callahan)과 맨킨(Mankin)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은 엘니뇨가 ‘글로벌 사우스’의 광범위한 지역에 실로 엄청난 충격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엘니뇨와 강하게 원격상관된, 즉 해류와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페루(Peru, tE=1.18)를 살펴보자. 페루의 1인당 GDP는 1998년 감소했고 이후 3년 동안 정체했다(그림 2A). 1997년 금융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1998년 페루의 성장 둔화를 전적으로 ENSO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1997~1998년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페루 경제는 더 빠르게 성장했을 것이다(연구방법 참조). 이 엘니뇨가 없었다면 5년 뒤인 2003년 페루 국민의 평균소득은 1,246달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산한다(신뢰구간: 853~1,793달러). 이는 19% 증가한 수준이다(그림 2A). 에콰도르,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열대 국가들도 1인당 GDP의 5~19%를 잃었다(보충그림 S11). 연구진은 1982~1983년과 1997~1998년 엘니뇨가 각각 전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추산했다(그림 2B 및 보충그림 S11). 연구진은 ENSO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반영했기 때문에 기존 연구보다 훨씬 큰 손실 규모를 산출했다. 한 연구에서는 1997~1998년 엘니뇨의 총비용을 360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계산한 1997~1998년 엘니뇨의 손실은 2003년까지 약 5조 7,000억 달러(신뢰구간: 2조 3,000억~9조 2,000억 달러)에 이르러 기존 추정치보다 두 자릿수의 자릿수 차이만큼 더 컸다. 앞서 발생한 1982~1983년 엘니뇨가 초래한 손실도 1988년까지 4조 1,000억 달러(신뢰구간: 2조3,000억~6조 달러)에 달했다. 1997~1998년 엘니뇨가 더 큰 비용을 초래한 이유는 엘니뇨 자체가 더 강력했을 뿐 아니라 세계경제 규모도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발생한 라니냐(La Niña)가 가져온 상쇄 효과가 없었다면 1982~1983년과 1997~1998년 엘니뇨는 각각 4조4,000억 달러와 8조 달러의 손실을 초래했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를 건조하게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금융시장이 엘니뇨 현상에 전보다 훨씬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엘니뇨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문제가 금융시장을 통하지 않더라도 선진국이 직접 체감하게 만드는 하나의 피드백 고리는 이주일 수 있다. 세계식량계획의 분석에 따르면 엘니뇨가 식량안보에 미치는 가장 극적인 충격은 미국 남부 국경으로 향하는 이주 압력의 주요 진원지인 중앙아메리카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식량불안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해 1,600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앙아메리카에서는 분석 대상 지역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인 83.1%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아프리카와 남부 아프리카도 상당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특히 앞으로 다가올 우기가 식량 생산에 결정적인 지역에서 위험이 크다. 1,800만 명 이상의 식량안보 상황이 악화할 수 있으며, 이는 26% 증가한 수치다.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많은 가구가 빗물에 의존하는 자급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특히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이미 취약한 여러 국가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약 820만 명이 추가로 급성 식량불안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한다.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도 위험에 처해 있다. 식량불안이 12% 증가해 약 600만 명이 추가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출처] Chartbook 467 "Mad dogs and ...": Heatwave economics - summer 2026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