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반복이다.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 그랬다. 지난 20일 청와대 춘추관장에 김회승 전 한겨레 논설위원이 임명됐다. 한겨레에서 김회승 춘추관장의 사표가 제출·수리된 때는 지난 13일이었다고 한다. 김회승 춘추관장은 임명 8일 전(12일)까지 사설을 송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말은 해당 사설은 후보자 검증 기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후보자 검증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당사자가 사전 인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처: 한겨레TV
한겨레는 21일 <김회승 전 논설위원의 춘추관장 임명에 대한 한겨레신문사 입장>을 게재하며 유감을 표했다. 한겨레는 “(한겨레는) 그동안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을 훼손하고, 독자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커 현직 언론인의 정부 및 정치권 직행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면서 “특히 최소한의 유예기간 없이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이직한 것에 대한 비판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한겨레 지부도 “권력을 비평하던 사람이 곧바로 그 권력의 언론 대응을 맡는다면 재직 중 내놓은 논설과 판단의 독립성까지 의심받게 되고, 그 부담은 한겨레에 남아 권력을 취재하고 비판해야 하는 구성원들이 떠안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측에 ‘공직 제안이나 지원 사실에 대한 사전 신고 및 취재와 논평 업무 배제’ 등의 윤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겨레에서 곧바로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승회 씨의 행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보탤 말도 없다. 한겨레 구성원들의 지적 그대로 모든 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짚을 부분은 김회승 씨의 청와대 직행을 두고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한겨레는 건강한 언론이라는 점이다.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반복돼 왔다
‘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동안 언론인의 정치권행은 반복돼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언론사 구성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JTBC 이정헌 기자(현 국회의원)와 YTN 안귀령 앵커(현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를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이정헌 기자는 JTBC에서 4년간 <뉴스 아침&>를, 안귀령 앵커는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하며 얼굴을 알린 바 있다. 그러다 정치권으로 직행했다. 이와 관련해 JTBC노동조합은 “지난주 낸 사표는 아직 잉크조차 마르지 않았다”라면서 “이 전 기자에 대해 ‘선배’라는 호칭을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 역시 “당분간 쉬고 싶다며 앵커 자리에서 내려온 지 불과 열흘 만의 캠프 직행”이라며 “공정방송을 위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윤석열이 정계 진출을 선언한 다음 날 앵커브리핑에서 “범이 내려온다”라고 논평해 윤비어천가라고 비판받았다. 그 후, TV조선에서 사표가 수리된 지 10일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총선에서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을에 단수공천 받았다. TV조선 박정훈 시사제작국장 또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지도를 쌓고, 국민의힘 배지를 달았다. 강인선 조선일보 부국장은 사표 수리 3일 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신대변인으로 합류했다가 대통령실 대변인에 임명된 사례다. 조선일보 홍영림 데이터저널리즘 팀장 역시 퇴직 하루 만에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내부 비판이 컸다.
윤석열의 대통령실도 언론인들이 채웠다. 조선일보 강인선 부국장 외에도 KBS 김기흥 앵커는 사표가 수리되자마자 윤석열 캠프 부대변인으로 직행했고,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대변인실 행정관으로 선임됐다. YTN 이기정 기자 또한 퇴직 사흘 만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내정됐다. 이재명 채널A 앵커가 대통령실 부대변인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KBS 천효정 기자 또한 사표 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이전 정권 역시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MBC 윤도한 논설위원과 여현호 한겨레 선임기자가 각각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됐다. 그리고 신임 대변인에는 강민석 기자(중앙일보 부국장)를 영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KBS 민경욱 앵커의 일화는 유명하다. 2015년 2월 5일, 당일 오전까지 KBS 보도본부 편집회의에 참석했던 민경욱 앵커는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돼 논란이 됐다. MBC 정연국 시사제작국장이 사표를 낸 이틀 뒤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이동했다. 이명박 정부 때 역시 MBC 김은혜 앵커 역시 사직과 동시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언론사 자체규정은 힘이 없다
폴리널리스트(Polinalist)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논리가 방패로 등장한다. 그러나 변명에 불과하다. 언론인이라고 해서 무작정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평생 일반 기업에 취업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언론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해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공직자의 경우, 담당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을 제한(「공직자윤리법」 제17조)하고 있다. 공직에서 퇴임하나 변호사들 역시 전관예우 논란 이후 수임 제한 기간(「변호사법」 제31조)을 두고 있기도 하다. 직업 선택의 자유‘만’ 있었다면, 이런 법도 만들어지지 못했다.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둬 공공의 영역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퇴직공직자들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과 언론인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유사한 속성을 지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에서 언론인에 대해 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할 때 90일 전 직을 그만두도록 규정한 이유일 것이다.
언론사마다 자체적인 내부규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KBS <윤리강령> 제3조는 “TV 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 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미디어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힘이 없다. 윤리강령을 위반한들 개인에게 페널티는 없다. 이미 그만둔 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행만의 문제도 아니다. 때로는 자신이 취재해왔던 기업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한겨레 노사는 김회승 씨의 청와대 직행을 두고 내부 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언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언론사에 비해 권력기관의 문제의식이 떨어진다.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인을 영입하는 건 남는 장사다. 국민이 언론인에 가지는 신뢰도를 손쉽게 얻는 방법이며, 인지도는 덤이다. 그 인물을 통해 언론을 통제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문제는 권력기관에서 언론인을 손쉽게 픽(Pick)하는 구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폴리널리스트를 법으로 금지하자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청와대도 문제의식을 느끼도록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언론과 권력이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다. 청와대의 김회승 씨 영입은 그 긴장 관계를 무너뜨린 사건이다. 그것은 어떤 말로 포장하더라도 언론의 신뢰도를 깎는 행위다. 향후, 한겨레에서 나오는 정치 관련 기사는 어떤 식으로든 공정성 논란이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장악(통제)의 또 다른 형태라는 걸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이 점이 중요하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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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