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경영성과급과 인공지능(AI)·자동화 설비 도입 등 경영상 결정의 일부를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는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내놓자, 금속노조가 노동3권을 제한하는 행정지침이라며 폐기를 요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3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에 대해 “대외적 구속력조차 없는 일개 행정지침에 불과하면서도 노사 자율교섭의 토대를 뒤흔들고 사용자의 부당한 교섭 거부를 방조하기 위한 졸속 꼼수”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가 문제 삼은 핵심은 정부가 행정지침을 통해 단체교섭과 노동쟁의의 범위를 제한하려 한다는 점이다. 노조는 행정지침이 법규명령이 아니어서 사법부나 노동자를 구속하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 일선 노동관서와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영성과급을 둘러싼 해석에 반발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정부 지침은 기업 이익과 연동한 경영성과급 요구를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노조는 “임금과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해 기업 성과를 나누는 교섭은 헌법상 보장된 중요한 노동권 중 하나”라며 근로복지기본법 제84조가 경영목표를 초과 달성한 경우, 그 성과를 노동자에게 지급하거나 복지 증진에 사용하도록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와 자동화 설비 도입, 구조조정 등 사업경영상 결정의 교섭 범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속노조는 개정 노조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한 만큼 인적 구조조정과 영업양도, 사업 재편뿐 아니라 노동조건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AI·자동화 설비 도입 역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 지침이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오히려 좁게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청교섭 역시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일은 교섭 대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의 실질적인 교섭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제98호 협약도 근거로 들었다. 금속노조는 교섭 의제를 당국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보장하는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교섭 당사자에게 교섭 의제 선택의 완전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을 둘러싼 논란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쟁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노정 간 해석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경영성과급뿐 아니라 AI·자동화 도입과 구조조정처럼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이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를 어느 범위까지 교섭과 쟁의 대상으로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금속노조는 “지침에 어떤 구속력도 없다”며 “금속 노동자는 지침에 개의치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침이 사용자의 교섭 거부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정부에 시행지침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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