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규칙과 규범이 21세기의 현실 앞에서 흔들리는 가운데, 세 가지 핵심 개혁은 이미 실현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 군중들. 출처: Kaden Taylor, Unsplash
이 글은 원래 《반 레이저 미디어》(Barn Raiser Media)에 실렸다.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 독립선언문과 그 안에 담긴 평등, 자유, 민주적 쇄신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가치들은 미국이 스스로 약속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비추는 등대다. 재산이 얼마나 많든, 어디에 살든, 모든 사람의 표가 동등한 가치를 갖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다. 민주주의는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20세기의 규칙과 규범은 21세기의 현실, 즉 심화하는 정치적 양극화, 약화하는 언론, 커지는 경제적 불평등, 정당과 통치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 속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인들은 권위주의와 도둑정치(kleptocracy)의 경계를 밀어붙일 준비가 된 대통령을 선출했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은 나온다. 미국 민주주의를 유지하려면 지금, 이 순간에 맞는 새로운 대규모 변화의 물결이 필요하다.
다음은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개혁안과 각 개혁이 미국 농촌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한 내용이다.
대통령을 국민투표로 선출하기
선거인단제(Electoral College)는 바뀌어야 한다. 각 주에서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출한 선거인들이 대통령을 뽑는 제도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더 이상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 제도는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전국 득표에서 분명히 패하고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선거마다 심각한 불공정을 낳는다. 2024년 대선에서 양측 선거캠프는 단 7개 경합주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전체 유권자의 80%, 특히 농촌 지역 주의 유권자들은 사실상 선거에서 배제됐다.
전국득표 주간협약(National Popular Vote interstate compact)은 이르면 2028년부터 이 제도를 뒤집을 수 있다. 헌법이 보장한 주정부의 권한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협약에 가입한 주들은 50개 주와 워싱턴 D.C.를 합친 전국 득표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자주의 선거인단 표를 모두 주기로 합의한다. 협약이 발효되면 전국 득표 1위 후보가 반드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
이를 보장하려면 협약에 가입한 주들이 합쳐서 선거인단 과반인 270표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18개 주와 워싱턴 D.C.가 협약에 가입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버지니아가 합류했다. 이들이 보유한 선거인단은 총 222표다. 오는 11월 선거 이후 애리조나,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여러 주가 협약에 새롭게 가입할 수 있으며, 이들이 합류하면 발효에 필요한 48표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이후 미국 선거제도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이제 현실적인 범위 안에 들어왔다.
선호순위투표제
선호순위투표제(Ranked Choice Voting·RCV)는 흥미로운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 알래스카(Alaska), 메인(Maine), 워싱턴 D.C.에서 실제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으며 주지사, 연방의원, 대도시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RCV는 유권자에게 더 공정한 결과를 제공하며 출구조사에서도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유권자가 후보들에게 선호 순위를 매기도록 함으로써 다수결 원칙을 강화한다. 또한 소수 후보가 표를 갈라 결과를 뒤집는, 이른바 ‘스포일러 효과’를 없애고, 무소속과 소수정당 후보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게 하며, 정치에서 거액 자금이 행사하는 영향력도 의미 있게 견제한다.
RCV를 대규모로 확대하려면 선거관리 측면에서 이를 ‘턴키(turnkey)’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선거관리 당국이 비-RCV 선거만큼 빠르고 쉽고 투명하게 RCV 선거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은 이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결국 문제는 정치적 의지다.
인구 10만 명이 넘는 세 도시, 하와이 호놀룰루, 캘리포니아 어바인, 콜로라도 롱몬트는 오는 11월 RCV 도입 여부를 투표에 부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도시 단위 투표에서 RCV 도입안은 30회 넘게 연속으로 승리했으며, 여기에는 콜로라도 카본데일, 미시간 캘러머주, 버몬트 같은 인구가 적은 도시들도 포함된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계속 쌓일 것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emocratic National Committee·DNC)가 주 정당들의 의견을 받아들여2028년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RCV 사용을 금지하려던 제안을 철회했기 때문에, 알래스카, 메인, 와이오밍 같은 농촌 주의 민주당 유권자들은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이 큰 2028년 경선에서 RCV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50세 미만 유권자들이 RCV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만큼, 2029년에는 의회가 RCV의 행정적 장벽을 없애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투표를 단순히 한 명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라 후보에게 순위를 매기고 투표용지에서 접하는 후보군 자체를 다양화하는 과정으로 다시 상상하게 될 것이다.
연방의회와 주의회에 비례대표제 도입하기
미국의 승자독식식 연방의회 선거제도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다. 양당은 각자의 지역적 강세 지역에 틀어박힌 채 행동과 반작용이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점점 더 극단적으로 양극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연방제에서 필요한 타협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의회를 깊이 불신하지만, 여전히 ‘두 악 가운데 덜 나쁜 쪽’을 고르는 데 갇혀 있다고 느낀다. 여성의 대표성은 여전히 낮다. 전반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한 농촌 지역은 특히 정치적으로 고립돼 있다.
지난 1년 동안 상황은 훨씬 더 악화했다. 먼저 공화당은 10년 주기의 중간에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뜨렸고, 이 때문에 여러 주가 경쟁적으로 게리맨더링에 나섰다. 유권자들은 당파적 전쟁의 장기말로 전락했고, 경쟁이 가능한 선거구는 더 줄었다. 이어 연방대법원은 민권운동 시대의 가장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인 투표권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소수인종 유권자가 다수인 연방의회 선거구를 없애기 훨씬 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테네시는 이미 소수인종의 정치적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방식으로 연방의회 선거구를 다시 그렸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더 퇴행적인 선거구 개편이 뒤따를 것이다.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PR)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과 유사한 민주국가들이 채택한 비례대표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득표율에 비례해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미국에서도 이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같은 지역에서 비례대표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투표권법에 따른 시정책으로, 성공적으로 사용해 온 오랜 역사도 있다. 의회는 법률을 통해 각 주의 연방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제 형태를 도입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미국 전역에서 건전한 다당제 경쟁과 공동 대표성을 활성화할 수 있다.
페어보트(FairVote), 프로텍트 데모크라시(Protect Democracy), 뉴 아메리카(New America), 모어 이퀴터블 데모크라시(More Equitable Democracy), 리프리젠트 위민(Represent Women) 같은 단체들이 변화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이끌고 있다. PR 허브(PR Hub)는 주 단위 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6,00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조성했다. 메릴랜드주(Maryland)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제이미 래스킨(Jamie Raskin)은 모든 주가 비례형 선호순위투표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하는 공정대표법(Fair Representation Act)을 진보 코커스가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데 기여했으며, 동료 의원들이 이 문제를 더 배우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핵심 질문 하나에 답해야 한다. 후보 중심의 비례형 RCV와 유럽식 정당 중심 비례대표제 가운데 어느 제도가 의원과 유권자의 지지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는가다. 그러나 비례대표제 운동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희망의 단계에 들어섰으며, 미국 역시 완전히 새로운 필요의 단계에 들어섰다.
연방대법원 개혁, 상원 필리버스터, 헌법상 투표권, 새로운 주 편입, 그리고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판결 뒤집기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면 내가 회장으로 있는 익스팬드 데모크라시(Expand Democracy)뉴스레터에서 소개해 온 100개가 넘는 아이디어 가운데 여러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특히 가능성이 큰 몇 가지 분야를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연방대법원은 권력을 중앙집중화하고 기존 판례를 뒤집으며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해 의회의 감시 기능을 약화하고 형사기소 면책까지 인정한 급진적 다수파에게 장악됐다. 앞으로 의회가 대법관 임기 제한과 윤리개혁을 제안하고, 특히 문제가 심각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법률이나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개혁과 다른 민주주의 강화 연방법을 통과시키려면 미 상원도 개혁해야 한다. 오리건주 민주당 상원의원 제프 머클리(Jeff Merkley)는 상원의 가장 중요한 의제를 단순 과반으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필리버스터를 개혁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상원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회가 워싱턴 D.C.와 푸에르토리코에 주 지위를 부여하도록 요구하는 운동도 힘을 얻고 있다.
정치자금은 원래부터 불평등의 원천이었지만, 연방대법원이 선거자금 개혁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린 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심각해졌다. 그러나 아메리칸 프로미스(American Promise)의 지원 아래 25개 주가 주정부가 선거비용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개정안을 지지했다. 이는 헌법개정에 필요한 38개 주에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더 단기적으로는 몬태나주(Montana)에서 기업 정관에 대한 주정부 권한을 활용해 출처를 알 수 없는 ‘다크머니’를 규제하려는 새로운 캠페인이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오른다.
지난 250년 동안 미국인의 투표권은 크게 확대해 왔다. 앞으로 의회와 주·지방정부가 투표권법을 복원하고, 유권자의 투표 접근성을 보호하며, 우리가 투표하는 방식과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식, 정부에 참여하는 방식을 혁신하려는 조치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진전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출처] The Coming Revolution in American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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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리치(Rob Richie)는 페어보트(FairVote)의 공동 설립자이자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유망한 아이디어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 익스팬드 데모크라시(Expand Democracy)의 회장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