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가을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자산이 10억 달러를 넘는 사람들에게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놓고 투표한다. 극소수의 초부유층에게 상당한 규모의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다.
일각에서는 이 초부유층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만, 세금을 내고도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재산이 남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산이 50억 달러인 억만장자는 세금으로 2억 5천만 달러를 내지만, 그래도 47억 5천만 달러가 남는다. 이 사람들이 푸드스탬프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여전히 없을 듯하다.
이 세금의 지지자들은 이를 통해 1천억 달러를 걷을 수 있다고 계산한다. 일회성 세금이지만 5년에 걸쳐 납부할 수 있다. 이 금액은 트럼프 행정부가 같은 기간에 걸쳐 시행한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액과 대략 맞먹는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훌륭한 방안이다. 주정부는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에게서 걷으면 되지 않겠는가?
물론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부자들은 자기 돈을 몹시 아끼며, 생활수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금액이라 해도 일부를 캘리포니아주에 넘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자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쓴 뒤에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팟캐스트 <투데이 익스플레인드>는 지난주 이 문제를 흥미롭게 다뤘다. 이 방송에는 이 문제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 두 명의 견해도 담겼다.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조슈아 라우(Joshua Rauh)와 코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크리스토발 영(Cristobal Young)이다. 라우는 보수 성향이고 영은 진보 성향이다. 두 사람 모두 부유층 과세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해왔다.
예상할 수 있듯 라우는 부유세에 반대했다. 그는 이 세금 때문에 오히려 세수가 순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세금은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에 거주한 억만장자들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이미 주를 떠난 경우가 아니라면 이후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라우는 이미 떠난 억만장자들에게서 앞으로 걷지 못하게 될 소득세와, 캘리포니아에 남거나 애초에 이주해 오지 않는 억만장자들에게서 줄어들 세수를 합치면, 부유세로 걷는 세수보다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우가 제기한 문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부 억만장자는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이들은 세금을 피할 방법을 찾아내는 데도 매우 능하다. 라우는 몇 년 전 발표한 논문에서 고소득층의 최고세율을 3%포인트 올렸을 때 부유층이 당초 예상했던 세수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지 않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세율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면 실제로 세수가 줄어드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는 탈세와 조세 회피가 늘어나기 때문이며, 세금이 경제활동의 유인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일부 있다. 다만 후자는 이 문제에서 훨씬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라우의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이미 그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최고 한계세율은 13%다.
라우가 부유세에 반대한다는 점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영 역시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놀랐다. 영은 부자들이 주정부의 세율 인상을 피해 다른 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를 상당히 많이 해왔다. 그렇다면 영은 부유세를 피하려 억만장자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법했다.
하지만 영은 다른 이유로 이 세금에 반대했다. 그는 부유세를 통해 5년에 걸쳐 일회성 세수가 들어오더라도, 그 세수가 끊기는 5년 뒤에는 다시 재정 공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트럼프 치하의 미국에서 5년은 영원처럼 긴 시간이다. 5년 뒤에는 연방정부가 다시 어느 정도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고 국민에게 실제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를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재정 부족 문제도 사라진다. 반대로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이 계속 권력을 잡고 있다면, 아마 우리가 대비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은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올해가 시작되기 전에 캘리포니아를 떠났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억만장자들도 여럿 있으며, 이들은 그 덕분에 이 세금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결과 부유세 세수가 줄고, 앞으로 캘리포니아주가 걷을 소득세도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벌어진 일이라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다.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부유층에게 세금을 매길 더 좋은 방법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은 연방 차원의 부유세가 필요하다며 주정부의 부유세에 반대했다. 어쩌면 연방 부유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실제로 논의하는 방안은 주정부의 부유세다. 부자 증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 방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부유세가 부결된다고 해서 캘리포니아가 곧바로 영이나 다른 누군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유층 과세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없다. 이 세금이 무산되면 캘리포니아에서 초부유층에 대한 또 다른 세금이 법제화 직전까지 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는 오래전부터 경제의 구조 자체를 바꿔 부자들에게 돈이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부여하는특허권과 저작권 독점의 기간을 줄이고 권리를 약화하는 것부터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모펀드 파트너들이 자신들이 파산시킨 기업을 떠나면서도 거액을 챙겨갈 수 없도록 파산법을 개정하는방안도 있다. 금융거래에 적당한 수준의 거래세를 부과하면금융 부문의 규모를 줄이고 월스트리트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거대 재산도 없앨 수 있다.
이 문제는 내 책 《리그드》(Rigged)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자본주의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체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부자들이 자신들에게 모든 돈이 돌아가도록 자본주의의 구조를 짜게 내버려뒀다.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문제다. 그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애초에 그들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편이 더 낫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부유세에 반대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보 진영도 시장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출처] California’s Wealth Tax Is Not Perfect, But It’s Damn Goo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