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대 연준 2026: 미국 국채시장의 ‘배틀 로얄’

정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두 핵심 기관이 일관된 역할 분담을 하지 못하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정부의 중심부에 근본적인 의견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여전히 달러 체제의 중심축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 당사자가 연방준비제도와 미 재무부이며, 양측이 맞붙는 무대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유동성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32조 달러 규모의 미 국채 시장이라면, 그야말로 배틀 로얄이 벌어질 조건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트럼프주의의 재정·통화정책을 우려해 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말과 법적 수단을 동원해 연준을 공격해 왔다. 케빈 워시가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말로 하는 공격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법적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20268월 연준과 미 재무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자 시장과 논평가들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갈등을 고조시킨 것은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이다. 장기 금리는 재정의 펀더멘털 문제에 더해 이란 전쟁이 몰고 온 새로운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이 겹치면서 상당한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변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케빈 워시가 연준에서 새로운 보수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애쓰는 때와 맞물렸다. 장기적으로 워시는 연준이 시장과의 소통을 자제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낮은 인플레이션과 적정 수준의 채권 금리가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올여름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다시 3.7%까지 상승했고, 장기 국채 금리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올라갔다.

당장 어느 정도라도 숨통을 틔우고 싶었던 나머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벌어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미 국채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2008년 이후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하는 모습에는 익숙해졌다. 그러나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서 추진하는 핵심 과제는 연준이 바로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채권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며, 동시에 정부의 시장 개입을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하는 조치다.

에버코어 ISI(Evercore ISI)의 부회장 크리슈나 구하(Krishna Guha)는 재무부의 조치가 투자자들뿐 아니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사들까지 불안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베선트는 국채시장이 펀더멘털에서 벗어나 있으며, 자신은 정부의 핵심 내부자로서 정보 측면에서 비대칭적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 개입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두 주장은 정책을 시장으로부터 분리하고, 연준 스스로 보유한 정보의 비대칭적 우위를 활용하는 일을 제한하며, ‘진정한시장의 힘이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연준의 새로운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사태는 리즈 트러스(Liz Truss)와 영란은행의 충돌, 이른바 바보 프리미엄(moron premium)’, 영국 국채 시장의 격변조차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의 위기로 번질 소지가 있다.

역사적으로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충돌은 재정·통화 체제의 성격을 규정해왔다. 1951년 연준-재무부 협정(Fed-Treasury Accord)이 그랬고, 1980~1990년대 유럽이 독일연방은행 모델을 따라 독립적인 중앙은행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2026년에는 대규모 충돌을 위한 무대가 마련된 듯하다.

등장인물들 역시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없다. 베선트와 워시는 모두 전설적인 거시경제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의 옛 제자들이다. 그런데 드러켄밀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지면을 통해 베선트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나섰다.

재무부는 819일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한 차례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만기 10~30년 구간이며, 99일부터 114일까지 시행한다. 재무부는 30년물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런 발표를 내놓았다. 발표 직후 몇 분 만에 금리가 떨어졌다. 그러나 다음 날 오후가 되자 금리는 다시 출발점보다 높은 수준까지 되돌아갔다. 시장은 신속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렸다. 이것은 유동성 관리가 아니라 가격 관리였으며, 40억 달러라는 숫자가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큰 실책이었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를 확대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강력한 수요를 보이는구간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력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은 오히려 시장이 건전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다. 국채 입찰이 실패한 것도 아니고, 딜러들의 대차대조표가 마비된 것도 아니며, 강제적인 포지션 청산도 없었다. 20203월 미 국채 시장이나 20229월 영국 국채 시장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은,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할 진정한 시장 기능 장애는 전혀 없었다. 변동성은 통제된 수준이었고 거래도 질서 있게 이뤄졌다. 기계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기계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기계가 무엇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인플레이션은 3~4% 수준이며 2021년 이후 계속 연준 목표치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4.1%,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완전고용 상태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이르고 있는데, 미국이 평시의 완전고용 상태에서 이런 적자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올여름 매도세 이후에도 10년물 금리는 경제의 명목성장률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완전고용 상태에서 GDP6%에 이르는 적자를 내고 인플레이션마저 목표치를 웃도는 차입자, 즉 연방정부가 여전히 경제성장률과 대략 비슷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 일부에서 주장하듯 채권시장이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으로 행동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너무 순응적이었던 채권시장이 이제야 헛기침하기 시작했을 뿐인데, 재무부는 그 작은 목소리마저 잠재우려 했다.

나는 50년 동안 하나의 단순한 전제를 바탕으로 거래해 왔다. 시장은 어떤 위원회도 보유하지 못한 정보를 종합하며, 가격은 그 정보를 의사결정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전제다. 장기 미 국채 금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이다. 동시에 미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재정 규율 장치이기도 하다. 어느 정당도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다. 양당 모두 지난 10년 동안 숫자의 현실을 외면하면서 정부의 지출 약속을 확대해 왔다.

민주주의 국가는 예산 담당 기관이 표 하나를 발표한다고 재정을 바로잡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때만 재정을 바로잡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국채 입찰 결과가 나빠지고,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치러야 할 정치적 대가가 지출을 손보는 정치적 대가보다 커질 때 비로소 움직인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억누르는 모든 1bp(베이시스포인트)는 문제 해결을 미루는 행위에 지급하는 보조금과 같다. 금리 관리는 언제나 기술적인 조치로 시작하지만 결국 정책적 약속으로 끝난다.

1942년부터 1951년까지 연준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장기 국채 금리에 상한을 설정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금리 상한제는 살아남았고, 통화 발행으로 재정적자를 충당하면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에 이르러서야 금리 상한제를 철폐할 수 있었고, 그 뒤로 수년 동안 금융억압이 이어지면서 한 세대의 저축자들에게 사실상의 세금을 부과했다.

미국 정책 당국자들이 부채 관리와 가격 관리를 가르는 장벽을 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개입은 그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발표 하루 만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개입 규모를 4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고, 분석가들은 재무부가 이를 다시 두 배, 또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협에도 채권시장이 반응하지 않자 재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재무부가 재무부 일반계정(Treasury General Account·TGA)을 동원해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시장이 재무부가 특정 가격을 방어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 금리가 오를 때마다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험을 견디려면 개입 규모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

2026년 답게 드러켄밀러의 글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AI)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조사가 필요하지 않았다. 드러켄밀러 본인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내용에 그가 분명 동의하는 듯하며,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다. 알고리즘이 이런 논리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이것은 로켓과학도 아니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일도 아니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보수주의적 관점에서 재정·통화 체제를 이해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들이다.

이에 대응해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은 베선트의 조치를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억누르는 금융억압이라고 규정했다.

비판적 거시금융을 연구해 온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은 오랫동안 금융억압이 실제로 앞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동시에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리의 예측이 이런 형태로 현실화하리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역사는 때때로 기묘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번 주 후반 워시는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모이는 비공개 고위급 행사인 잭슨홀(Jackson Hole) 회의에 참석해 연준 의장 취임 후 첫 연설을 한다. 그는 무슨 말을 할까? 미국 재무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맞설까? 시장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PGIM 크레딧(PGIM Credit)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나는 재무부가 내세우는 논리와 이런 식의 시장 개입을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고 자멸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워시가 무언가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가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다 보니 금융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충격을 금융 픽션(Fin-Fi(ction))의 멜로드라마로 증폭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진지한 경제학자들은 미 국채를 과연 어떤 의미에서든 안전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이것은 달러 체제가 종말로 향하는 시작인가? 어느새 차트북 미니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는 다음 글에서 이 문제를 더 다루겠다.

하지만 먼저 2026년으로 돌아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상황이 현실인지 확인해 보자. 다른 누구도 아닌 스콧 베선트가 중대한 정책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과연 그럴듯한가?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들이 정말 금융사의 거인들인가?

어리석거나 허풍을 떠는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관해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이들은 목소리는 크게 내지만 실제로 손에 든 몽둥이는 아주 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첫해에 나는 MAGA 진영의 금융 책사들이 늘어놓는 거창한 주장보다 마러라고(Mar-a-Lago)의 수영장과 보톡스로 상징되는 문화를 전략적 사고를 이해하는 지침으로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6년에는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에서 드러난 어설프고 일관성 없는 모습을 우리의 분석 틀로 삼아야 할 때인가?

대규모 군사작전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채권시장에 개입하면 실제로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Kuroda Haruhiko)가 이끌던 일본은행, 벤 버냉키와 제롬 파월이 이끌던 연준, 마리오 드라기가 이끌던 유럽중앙은행(ECB)은 모두 채권 매입 규모를 엄청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20203월 연준은 하루에 1,000억 달러가 넘는 채권을 매입했다. 이 액수가 너무나 엄청나다 보니 존경받는 존 오서스(John Authers)조차 최근 글에서 이를 월간 매입액으로 잘못 기억했다. 월간이 아니라 하루 매입액이었다!

그렇다면 2026년 실제 채권시장 폭락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무장관이 세계 최대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당연히 천문학적인 규모의 개입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망신스러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그 역시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수개월에 걸쳐 수천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공급되는 순발행 물량을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법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내 지금이 2026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에픽 퓨리의 해다.

실제로 베선트가 발표한 국채 바이백 확대 규모는 너무나 미미해서 이를 설명하려면 별도의 그래픽까지 필요할 정도다.

토비 낸글(Toby Nangle)이 지적했듯이 이 정도 규모로는 국채 순발행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없으며, 시장의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전혀 없다.

베선트 자신도 이 난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

한편으로 그는 재무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며 긴장을 누그러뜨리려 한다. 재무부가 가진 자금력과 우월한 정보를 활용해 시장이 합리적으로 가격을 재조정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베선트는 실제로 대대적인 재정 건전화가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을 따라오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미미하고 투자심리가 대체로 안정적이라면 이런 신호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일종의 재정정책판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인 셈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워낙 크고 국채 발행 규모도 엄청난 현재 상황은 이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베선트는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의 반응으로 곤혹스러워진 재무부는 소식통을 통해 실제로는 재무부 일반계정(TGA)에서 최대 1조 달러를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흘렸다.

1조 달러는 엄청난 돈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에도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빈 위글스워스(Robin Wigglesworth)가 지적했듯이,

… 이런 주장은 재무부를 더욱 절박해 보이게 할 뿐이다. 마치 좋지 않은 패를 들고도 판돈을 두 배로 올리는 모습과 같다. TGA는 연준에 개설된 미국 정부의 당좌예금 계좌와 같다. 세수와 국채 발행 대금 등이 모두 이곳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그 돈 대부분은 미국 정부를 운영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용도가 정해져 있거나, 재앙적인 시장 붕괴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비상자금으로 남겨둔 것이다. 다시 한번 채권 거래에 손을 대고 싶은 재무장관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놀리고 있는 금융 화력이 아니다.

재무부가 연준에 보유한 당좌계정의 자금을 동원해 특정 가격을 방어하겠다고 나선다면, 결국 그 가격 방어선을 무너뜨릴 투기세력의 계좌에 수익을 퍼주는 꼴이 될 뿐이다. 미 국채시장의 하루 거래액은 12,000억 달러가 넘는다. 물론 연준이 재무부에 당좌대월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정부는 하나의 금융 단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오랫동안 유지해온 제도적 방화벽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 현행 체제에서 진정으로 제약 없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관은 중앙은행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은 채권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워시가 이끄는 연준이 한 가지 원칙만큼은 확고하게 지키려 한다면, 명백하고 치명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런 시장 조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 재무부가 보여준 이 기묘한 행보가 결국 어떤 결과를 낳을까?

재무부가 금리의 방향을 바꾸고 실제로 새로운 금융억압 시대를 연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워시가 잭슨홀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한다면 그 역시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베선트의 판단이 옳았고, 미국에서 실제로 재정 건전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체제 전환은 일어나지 않는 대신 재무부가 신뢰를 잃고, 이른바 ‘MAGA 프리미엄이 차입 비용을 더 끌어올리면서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그 결과 채권시장의 압박이 한층 더 심해지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Morgan Stanley Wealth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 리사 샬렛(Lisa Shalett)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렇게 말했다.

금리가 오른다는 이유로 짜증이 나서국채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은 설득력 있는 논리가 아니며 변덕스럽다는 인상만 풍긴다.” 이어 그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재무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사용한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재무부가 금융 체제를 바꾸고 새로운 금융억압 시대를 열기 직전의 막강한 역사적 세력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금융 픽션식 멜로드라마에 빠지는 것이다. 문제는 베선트가 이끄는 재무부가 짜증을 내고(cranky)’, ‘예측할 수 없으며(unpredictable)’, ‘변덕스럽다(whimsical)’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에픽 퓨리 작전의 해인 2026년에 걸맞은 모습인 듯하다. 미국이 이란에 실질적인 파괴를 가한 뒤, 막강한 항공모함 전단이 헐값의 드론에 무력화되고, 교도소 급의 형편없는 음식과 막힌 화장실 때문에 승조원들이 거의 반란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 바로 그해 말이다.

[출처] Chartbook 470 Treasury v. Fed 2026: Battle Royale or “Epic Fury” in the bond marke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