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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대의원대회 - 사회적 교섭 철회하고, 총파업을 조직하라!

74호 커버스토리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

사회적 교섭 안을 둘러싼 2월 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물리적 충돌은 더 이상 찬반 문제를 노동운동사회만의 이슈로 머물 수 없게 만들었다. 이 확대된 문제는 터져 버린 사건의 전면화가 아니라 전초전의 전면화로 이후의 본격적인 대립을 예고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다시 2월 22일 3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34차 대의원대회도 마찬가지였지만, 35차 또한 대의원대회 소집에 대한 규약상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다분히 감정적인 소집이었다.
한편으로 반대파의 폭력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대변인의 명의로 찬성파의 폭력을 조장하는 문건이 공개되었다. 물론 전노투를 비롯한 반대세력들의 주장 또한 전혀 굽힘없이 사회적 교섭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2월 22일 35차 대의원대회는 개회선언도 하기 전에 물리적 전면전이 예상되었다. 찬성과 반대의 결정이 대의원대회에서 학급회의식으로 판가름나기엔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진보적 교수들의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 성명에 대해 민주노총 집행부는 자신의 히스테릭한 상태를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은 민주노총 내부의 이런 혼란을 틈타 비정규개악을 미끼로 온갖 장난질을 해댔다. 35차 대의원대회 또는 물리적 대충돌이 3일전으로 다가왔을 때, 집행부는 대의원대회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정권과 자본의 미끼에 입질한 꼴이 되었다.
2월 23일, 한나라당은 그들의 특기인 사기술을 오랜만에 제대로 성공시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전체를 긴장시키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민주노총은 그렇게 뇌수술 당하고도 비정규개악을 4월로 연기시킨 성과(?)를 자랑삼았다. 히스테릭한 상태를 넘어서서 사회적 합의 편집증과 비정규직 정신 분열증이라 할 만 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대의원대회 연기를 통해 벌어놓은 시간에 더 이상 대화로 풀 수 없는 문제를 다시 토론하자고 잠시 후퇴하기도 했다. 전노투는 벌어진 시간에 사회적 합의 반대를 위한 활동가대회를 힘있게 개최하고 어떻게 반대를 관철할지 따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매 순간이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고, 정권과 자본에겐 더없이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예상대로 무산된 35차 임시대의원대회

3.15 대의원대회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예상대로 대의원대회는 개회되지 않은 초유의 대의원대회가 되었다. 역사에서 2005년 3월 15일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라 기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의원대회가 시작되기 전 대회장인 교통회관 주변에는 전운과도 같은 긴장감이 충만했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작전회의' 같은 것을 하며 이쪽 저쪽 떠도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소통하고 있었다. 대회장 입구 쪽 접수대 주위로 '질서' 완장을 찬 사람들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었다.
1시 30분이 지나, 교통회관 앞에서 전노투는 간략한 사전집회 뒤 곧바로 대회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이 접수대 앞으로 왔을 때, 질서완장들은 이미 방어준비를 하고 있었고, 첫 충돌이 벌어졌다. 양쪽의 밀기 시합은 중간 중간에서 터지는 주먹질로 균형이 깨지고, 어느새 대회장 입구로 전선이 이동됐다. 한쪽 문은 폐쇄되고, 남은 한쪽 문안에서 질서완장들이 완강하게 방어했고, 문 앞에서는 진입하려는 쪽과 질서완장들과 난투가 한동안 벌어졌다. 그동안 한쪽 옆으로 난 비상구를 통해 20여명이 진입을 시도했고, 무대쪽 비상구에서 규모가 작은 전선이 형성됐다. 그러다가 대회장이 뚫린 곳은 엉뚱한 곳이었고, 대회장 옆문으로 첫 진입이 시작된 지 10여분만에 대회장은 완전히 개봉되었다.
대회장 안은 대부분 사회적 교섭 반대파들이 자리를 잡았고, 단상에는 집행부 몇과 반대파가 자리를 잡고 실랑이를 벌였다. 한 때 찬성파에서 동원한 조합원들이 단상 앞에 스크럼을 짜고 "질서 유지, 폭력 반대" 등을 외쳤고, 질서완장들이 단상 옆에서 하이에나처럼 점거자들을 뜯어내 린치를 가하기도 했다. 집행부는 상황을 진압해보려고 시도했지만, 대회장을 가득 매운 조합원들의 "사회적 교섭 폐기하고, 총파업을 조직하라"는 구호에 진압되고 말았다.
이후 중집회의가 열렸고, 곧 이석행 사무총장이 "일주일 내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겠다"고 마이크를 잡고 밝혔지만, 집행부가 퇴장할 때까지 대회장 안의 조합원 대부분은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몰라 기자들을 붙잡고 "뭐라고 그랬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집행부가 마이크를 잡아도 계속 구호만 외쳤기 때문이다. 이 집행부의 지도력은 이렇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 시간이 3시 15분이었으니, 2월 1일 대의원대회와 비교하면 단시간에 상황이 정리된 셈이다. 그러나 집행부는 문제를 여전히 남겨두었다.
집행부가 퇴장하고 대회장은 자연스럽게 전노투 활동가대회 플래카드가 걸리고 '사회적 교섭 반대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가 끝나고 교통회관 2층 로비에서는 전노투 간담회가 열려 '사회적 교섭 반대'와 '즉각적 총파업 조직'에 대한 의견들이 오가며 토론이 진행되었다.

감정적 오판

두 차례에 걸친 대의원대회 유예와 이번의 대의원대회 무산으로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안은 패배한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정도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의원 표결에만 의존한 사회적 교섭안이 실질적 민주주의의 힘인 조합원 대중을 돌파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민주노조 운동의 전투성이 썩어도 준치라는 것을 보여 주었고, 사라진 듯한 전투적 민주노조 운동이 전열을 가다듬은 계기가 되었다. 이 정도 되면, 집행부는 살아나는 대중의 전투성을 총파업으로 조직하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노총의 지도력을 복구해야 하여, 현안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와 노무현 정권의 신노사관계 로드맵 분쇄 투쟁에 매진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살길이고, 노동자계급의 살길이다.
그러나 현 집행부는 3.15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뒤, 술에 취해 전해투 사무실을 폭력으로 침탈하고 강○○ 회원을 끌고 나가 비인간적으로 집단 구타하는 만행을 벌였다. 전해투가 어떤 조직이던가? 1995년 한국노총을 점거농성 했던 역사를 가진 전해투에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 것은 용기(?)는 가상했지만, 민주노총의 역사에 가장 저열한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다음날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흰소리를 하고, 이수호 위원장의 재신임을 자진철회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상집회의를 통해 일주일 내로 예고한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하지 않고, 위원장 직권으로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직권조인한 지도부가 대중과 운동사회에서 어떻게 매장되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엄중한 정국을 해쳐나갈 돌파구는 총파업이다

정치권도 4월 정기국회를 통해 비정규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집행부가 구상하던 교섭을 통한 비정규개악 저지 또한 시도조차 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물론 시도해 봤자, 그 시도 자체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로 끝날 것이지만.
어쨌든 민주노총은 4월 정기국회에 대한 경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현 집행부의 상태를 봐서는 4월 1일 경고 총파업을 조직할 것이라 믿긴 힘든 상황이다. 비정규개악안은 여전히 민주노총에겐 훌륭한 미끼로 작용하고 있고, 이미 위원장 직권으로 사회적 교섭기구에 들어가겠다고 방침을 통해 다시 미끼를 물었다. 예상컨대, 정권과 자본은 노사정 위원회에서 위신이 땅바닥에 추락한 민주노총을 고양이가 쥐 잡듯이, 데리고 놀다 결국엔 물어뜯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것은 현 집행부의 파산을 넘어, 노동자계급 전체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다.
돌파구는 총파업을 제대로 조직하는 길뿐이다. 현재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이 전국적 총파업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그러나 전국적 총파업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기대를 걸어서도 안되는 상황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상황을 이용한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완성판이 신노사관계 로드맵의 관철로 드러나고 있고,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악랄한 책동이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이에 맞서 각각의 현장 상황에 맞는 투쟁을 조직해야만 한다. 그리고 전국적인 비정규개악 저지 투쟁과 연결시켜야 한다.
위기는 항상 기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 엄중한 위기의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총파업은 간단한 답이지만, 대단히 어려운 답이기도 하다. 더 이상 현 집행부의 총파업 의지는 형식적 지침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거대 사업장의 투쟁만 바라봐서도 안된다. 전국의 계급적 활동가들이 자신의 현장의 문제로 자신의 현장을 조직하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총파업이 아니라 하나하나 일궈서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총파업을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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