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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에서 여성주의 전략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74호 특집

지난해 기존 노동운동이 포괄하지 못했던 여성적인 쟁점과 조직화 방식을 고민하면서 설립된 전국여성노조가 창립된 지 5년을 맞이했다. 이들은 5년 전 4백 명으로 시작해 이제 그 열 배가 넘는 5천명이 되었다며, 대공장 50만보다 훨씬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들은 특수고용과 최저임금, 학교비정규직 문제 등을 내걸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하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조직을 넓혀온 것이다. 여성독자노조는 이렇듯 5년 전 자신의 독자적인 운동 방향을 설정하고, 힘들지만 의미 있는 행군을 하고 있다. 서울여성노조가 내부 민주주의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데 반해 전국여성노조의 양적인 성장은 일단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이 글에서는 여성독자노조의 자기조직화 실천을 존중하면서도 그 테두리를 넘어서는 전체 노동운동의 과제 측면에서 노동운동에서 여성주의 전략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제안해보려 한다.

'가족임금', '젠더 이데올로기' 효과부터 극복해야

노동운동이 이른바 '여성주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자본주의 역사가 '가족임금'이라는 '이데올로기'로 가부장제와 공명한 남성노동자와 자본가의 공모가 만들어놓은 역사라는 점은 전혀 새롭지도 않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표준생계비는 여전히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을 따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민주노총조차 '공·사 영역분리'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까닭이다. 뿐만 아니다.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의 일자리 지키기는 자본가의 여성우선해고와 맞물려 '성차별적 구조조정'을 일상화시키는 몰계급적이고 반여성적인 결과를 빚었다. '가족임금론'은 가족과 사회적 생산 사이의 근대적 관계의 발달, 그리고 특히 산업생산에서 성에 따라 구조화된 노동시장과 여성의 주변적 위치와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다. 가족임금의 도입과정에서 '젠더 이데올로기'의 역할은 한층 강조되었다. 역사적 자본주의 아래서 가족임금은 하나의 신화다. 가족임금은 가부장의 권력을 재구조화했다. 가장의 임금은 노동력 가치를 보장하는데 불충분했다. 노동자계급 가족의 대다수는 결코 하나의 소득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남성가족부양은 허구적 신화다.

이로부터 여성은 매우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했는데 가족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그러나 가족임금에 따라 여성은 피부양자로 간주되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며, 고용의 불안정성에 취약한 상황으로 전락했다.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고 때문에 여성은 자발적으로 파트타임이나 임시직, 가내노동 등의 비정규직이나 비공식부문에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성은 가족 내 권력관계에서도 여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성이 가정의 일을 더욱 많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데 더욱 불리한 상황을 가져오고, 이것 자체가 여성에게는 반복되는 악순환인 것이다.

가족임금은 노동자계급의 전투성을 약화시키고 노동시장에서 남녀간 갈등조건을 창출하며, 노동력의 재생산이 노동자 개인의 책임이라는 임금계약의 도덕주의와 결탁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을 끊임없이 분리시키고 약화시켰다. 그러하기에 바렛은 "가족임금은 노동자계급의 투쟁 목표와 이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여성노동에 대한 성적차별을 통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공모가 지속된다. 노동운동이 과감히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고자 나서지 않는다면 여성노동의 사회화, 재생산노동(가사노동, 육아, 보살핌 노동)의 사회화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자본주의 가부장제 그 자체에 대한 직격탄을 날리지는 못할 것이다.

주변화된 여성노동, 빈곤의 여성화를 차단해야 한다

여성노동의 주변화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성차별적이며, 여성 억압적인 젠더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여성에게 이중노동을 부가함으로써 점점 더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세계경제의 지배적 질서로 등장한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는 기업의 재구조화를 중심으로 노동에서의 비용절감과 통제를 통한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고 있다. 자본의 이동성에 대한 무제한적 보장을 허용하는 노동유연화는 노동의 탈숙련화, 비공식화 그리고 노동의 여성화로 나아가고 있다. 여성노동의 주변부 안착화는 여성노동을 다양한 형태의 임시직으로 편재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주변화된 노동으로서 비정규직 문제는 부당노동행위를 동반하여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여성노동의 낮은 생산성과 임시성이라는 허구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는 여성노동에 대한 가치절하와 여성노동을 유연화된 노동력으로 대상화시키는 명백한 성별화된 노동착취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즉 전통적으로 여성의 노동영역은 가정이며, 가정에서의 여성의 노동은 재생산노동으로 생산성이 낮은 노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자본제적 논리에 의해 노동생산성이 정확하게 측정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여성노동에 대한 가치절하는 남성의 영역인 것으로 간주되는 생산노동에서 조차 생산성이 낮은 노동으로 평가되거나 임시적인 노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성노동의 임시성에 대한 확신 역시 가부장적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와 자본의 요구에 의해 유연화된 여성노동의 선택적 착취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가부장적 전략에 다름 아니다.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와 여성노동에 대한 성차별적 기제들이 여성노동을 낮은 임금, 낮은 지위로 전락시키고 있다. 공·사 영역 분리 이데올로기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여성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기제로 교묘히 작동한다.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은 한정되어 있고, 동시에 남성 직종에 비해 가치 절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노동권을 쟁취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 전제는 바로 '공·사 영역 분리-성별분업 이데올로기' 극복이다. 이것이 전제될 때 결과로서 여성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는 극복된다.

'재생산의 사회화'를 주장하라!

기존 노동과 착취에 대한 분석에 젠더(gender) 관계의 함수를 도입하거나, 여성이론에 노동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노동을 여성주의적으로 재개념화하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감정-서비스 노동을 육체-정신노동과 대별되는 노동의 한 영역으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다. 또 '사용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라는 차원에서 가사노동을 분석하기도 한다. 가사노동은 강제성을 띈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들이 주부라는 신분으로 직업화되었다.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한 역할들은 정서적 측면이 강조되는 인간관계들인데, 이러한 인간관계들이 직업을 구성하고 노동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계가족제도로 인해 여성은 남성의 가정에 일방적으로 편입하게 되고, 주부는 이 관계 속에서 육체적 노동 뿐 아니라, 이 속에서 생존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이론적 접근은 그 자체로 신선하면서도 '여성주의적 경제와 경제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여성의 시간을 무보수, 무노동, 무생산, 결국 무가치로 간주해온 남성 중심의 생산중심주의를 지탱해주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들, 대표적으로 가족이데올로기, 모성이데올로기, 순결이데올로기, 이성애주의 등을 극복해야 한다. 남성-근대적 시간 바깥에 놓인 '여성의 시간'을 깊이 천착해 들어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여성들의 활동은 노동이 아닌 것, 가치를 낳지 않는 것, 따라서 생산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여성을 사회적 활동에서 격리시키고, 이들의 활동을 가치가 없는 것, 또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만드는 이런 조건을 통해, 사회적인 영역에서나 가정적인 영역에서 성적인 차별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노동의 불안정화 관점에서 비판하면서 여성노동권 쟁취와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주장들이 정치적 상상력과 함께 쏟아져야 한다.

여성활동가들이 경험하는 운동사회의 가부장성을 일소해야 한다

끝으로, 노동운동의 성차별적 구조와 담론, 여성의제의 주변화와 보편·특수 담론,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여성 배제와 조직·개인의 이분법, 일상활동의 가부장성(비공식 노동-성역할 분담과 관련된 소외감, 성희롱과 성폭력, 의사소통에 있어 어려움, 학벌주의, 연고주의, 연령주의로 뒤얽힌 남성들간의 네트워크, 능력주의) 등 여성활동가들이 경험하는 운동사회의 가부장성을 일소해야 한다. 노동운동에서 몰성성(sex-blind)을 없애 나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부단히 경주되어야한다. 노동운동은 결코 성 중립적이지 않다. 노동운동 내 가부장제에 대한 문제의식의 결여는 비단 조직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여성문제에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될 경우 다른 사안에 있어 진보적이라 할지라도 보수적이고 성차별적인 조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여성억압의 양대 원천인 성차별과 성폭력을 노동운동에서 뿌리뽑기 위한 다양한 실천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운동은 성별화된 권리로서 여성권을 사고하고, 보편적 인권과 노동의 권리로서 여성노동권을 인정하여야한다. 운동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차별은 공적 영역 즉, 자본가를 상대로 한 투쟁에 집중되고, 사적 영역의 차별에 둔감하였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성평등 사회는 여성들의 노동권과 남성과는 독립된 자율적 행동권이 보장되는 속에서 앞당길 수 있다. 여성노동자들 스스로 여성들을 위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작업장과 노동조합에서 싸우고 자신의 관심사를 발언할 때, 남성에 의해 수동적이고 비독립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온 여성들의 이데올로기적 구조에 대해 정면도전 할 수 있다. 여성주의 운동은 근본적인 억압에 대한 저항이며, 모든 차별에 대한 철폐를 주장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여성주의 운동의 불굴의 저항이데올로기와 접합해야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여성 주체의 형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box) 문제해결을 향한 한 걸음 내딛기

- 운동사회 내 성폭력 철폐운동: 민주노총 규약에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언어폭력, 상징적 폭력, 환경적 폭력) 등 일체의 여성억압과 차별적인 행동에 대한 <규정> 명시, 징계 규정 명시
- 총자본의 노동력 관리(생산/재생산노동)에 대한 총노동의 투쟁
- 여성노동운동의 주류화전략 극복, 부문운동화 극복
- 여성운동과 계급적 노동운동의 연대 강화
- 가부장성, 가족주의 이데올로기, 권위주의 철폐운동
- 여성관련 노동법 개악저지투쟁, 여성노동권 쟁취투쟁
- 여성단협 모델협약 관철
- 성별노동분업 극복, 성차별 철폐운동
- 가사노동의 노동력가치 인정, 여성노동의 적극적인 가치평가, 사적노동(가사노동, 육아, 간병노동, 보살핌 노동, 가내노동 등)으로 취급되는 재생산노동의 사회적노동화, 여성의 생산/재생산 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가능한 사회로
- 여성위원회의 전국적 네트워크 구축
- 여성이 조직적, 정치적 주체로. 형식적 할당제를 넘어 조직의 실질적 책임주체로. 형식적 제도화 극복
- 이탈리아에서와 같이 '150시간 교육시간' 따내기 투쟁: 여성노동자들의 의식화와 조직화, 정치화를 위한 교육시간 확보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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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1 "여성들의 일터를 국가가 보장해줘야 하는데…"
- 고려대 청소용역 노동자들
백일자 | 노동자의 힘 편집국장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파견업종의 확대는 여성노동자들을 가장 열악한 고용형태인 간접고용으로 몰아넣고, '여성의 빈곤화'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용역전환, 분사, 아웃소싱, 계약직 전환, 소상장제 도입 등과 같은 방식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과 사회적 비판이라는 문제를 피하면서, 정리해고 못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노동유연화 방식이다. 그중 가장 오랫동안 간접고용화를 겪어 온 게 바로 청소용역 노동자들이다. 90년대 이전 공공부문, 빌딩, 아파트, 대학 등의 청소노동자는 대부분 직고용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청소업무가 용역직으로 전환되었다.

고려대의 경우 155명 조합원 중에서 여성 조합원의 비율은 85%가 넘는다. 대부분이 60대 전후의 여성 노동자이고, 70대의 조합원도 있다. 고려대 청소용역 이영숙 지부장은 "IMF 전만 해도 두 명이 하던 일은 지금은 혼자서 해요. 1인당 청소면적이 500여평 정도 돼요. 새벽 6시부터 4시까지가 업무시간인데, 사람들이 5시면 출근해요. 8시면 학생들이 강의실에 오기에, 그 안에 아침 청소를 끝내야 해서 그래요"란다. 생리휴가를 쓸 수는 있게 되었지만, 생휴는 커녕 인원이 모자라 휴가도 맘대로 쓸 수 없다. 고려대의 경우도 예전에는 정규직이었던 미화업무가 용역화 된지 십여 년이 되었다. 용역화가 되었을 때부터 고려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방전식 조합원(64세)은 "처음에는 집안 청소 정도로 생각했는데, 와서보니 어마어마했어요. 하루종일 청소하고, 집에 가서는 또 집안일 하고… 몸살이 안 나는 날이 없을 정도에요. 십 년 전에는 38만원 받고 일했는데, 노조 생기고 나서는 그나마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도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해서 얼마나 맘이 불안한지 몰라요"란다. 청소용역지부는 고대 학생들의 도움을 시작으로 04년에 설립되었다. 04년 처음으로 본관도 점거하고, 고용승계를 따냈다. 간접고용으로 인한 이중 착취에 대해 조합원들은 "용역회사는 반드시 때려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법에 대해 몰랐을 때는 억울하게 당한 것이 너무 많단다. 민영애 부지부장은 "명문대라면서 즈그는 주 5일제하고, 우리보고는 365일 학교가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나오래요. 노조가 없을 때만 해도 노예 같은 날들이었죠. 바른 소리하면 쫓겨나고, 성희롱을 당해도 짤리는 것이 무서워서 묵묵히 시키는 대로 일만 했죠. 우리 나이 때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집에서 손주 보거나, 미화원일 밖에 없어요. 조합원들이 대부분 자식이 있더라도,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라 일은 해야 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명언이다. "여성들의 일터는 국가가 보장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뭔가 잘 못 되도 한참 잘못되었죠. 그래서 우리가 투쟁할 수밖에 없어요."

box2)
"노동기본권도 보장 안 되는데…여성문제는 이슈화가 어려워요"
- 평등노조 이주지부 라디카 동지
백일자 | 노동자의 힘 편집국장

한국에 온지 12년이 된 라디카는 본국의 아들과 친정어머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그녀는 03년 12월 명동성당 이주농성단에 결합해서, 끝까지 농성을 사수한 유일한 여성동지다. 한국에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많은데 비해, 농성단 결합이 적었을까? "우선은 여성들이 마음이 약하고 겁도 많아서 투쟁에 결합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렵게 농성을 결의했어도, 농성단 내에서 불편한 일이 많았어요. 처음에 인도네시아 여성 동지도 2명 있었는데, 중도에 농성을 포기했어요. 잠자리 문제나, 씻는 문제나 불편하기도 했고, 남자들이 안 좋게 하는 경우도 있었고…"
농성투쟁 이후에 심해진 단속으로 일자리도 많이 없었고, 건강도 좋지 않아 한 동안 일을 쉬었다는 그녀는, 얼마 전부터 동대문의 한 봉제공장에서 시다로 일하고 있다. "9시로 출근시간만 정해져 있고, 물량을 마쳐야 퇴근을 할 수 있어요. 하루에 15∼6시간 일해요. 그래야 한 달에 백여 만원 벌 수 있어요(처음 한국에 와서는 이렇게 일하고 35만원을 받았다)." 70년대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이 현재는 이주여성노동자들에게서 재현되고 있었다. 재작년까지는 봉제공장에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단속이 심해져서 동대문 봉제공장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이 도망가고 지금은 소수라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여성은 더욱 고통받는다. 같은 일은 해도, 혹은 여성 노동자가 일을 더 잘해도 남자 이주노동자에 비해 월급이 더 적다. 생휴는 쓸 수도 없고, 임신을 하게 되면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다. 놀이방에서는 이주노동자 아이들을 잘 받아주지 않고, 초등학교는 당연히 못 보낸단다. (학교는 한국인과 결혼해야만 보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주 여성 노동자의 경우 성폭력 피해를 당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성폭력을 당해도, 마땅히 신고할 때도 없고, 신고를 한다 해도 가해자가 출입국에 오히려 신고해서 출국 당하기 때문에 이주여성노동자의 성폭력 문제는 묻혀지고 있다. 가해자는 한국인도 있고, 같은 이주남성 노동자이기도 하단다. "96년도에 제가 부천공장에서 일할 때, 필리핀 여성 노동자 2명이 우리 공장으로 도망쳐 왔어요. 그 전에 양말공장에서 야간에 일하다가 성폭행을 당했대요. 출국 당할까봐 무서워서 얘기도 못했다던 그 노동자들은 결국 한 달도 안되어서 출입국 사람들에 의해서 끌려갔어요."
그러나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여성의 문제를 이슈화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필리핀과 몽고는, 여성들의 모임이 한 달에 한번 정도 있다. "이주지부 내에 활동하는 이주 여성노동자는 저 혼자예요. 이주지부 내에도 여성 문제를 얘기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지금은 어려운 조건이에요. 어떻게 할지도 잘 모르겠고…이주 여성노동자들과 얘기하려고 해도, 심해진 단속으로 움츠려 있어서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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