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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통합: 노동운동위기의 대안인가?

통합신화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9월 6일 양대노총 통합논의 해프닝

9월 7일자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양대노총 위원장'의 전격적 통합논의 시작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다음날 양대노총 위원장은 왜곡보도의 정정하는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양대노총 통합논의는 또 한번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건을 일회성 해프닝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도 왜 통합논의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는지, 또 왜 언론은 이 문제를 그토록 예민하게 다루는가? 그리고 양대노총 위원장들은 서둘러 성명서를 통해 자기변명을 해야 하는가? 거의 대부분의 언론과 수많은 세칭 노동전문가들이 양대노총 통합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 누구도 양대노총 통합의 대의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는가?


통합논의의 배경 - 2007년 복수노조 시대

오보라고 철회되었지만,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에 의하면 "2007년엔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는 만큼 두 노조 통합은 내년 안에 마무리돼야" 하며 "있을 수 있는 분열을 예방하고, 노동운동의 단결을 위해 노총 단일화는 당위의 문제"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통합논의의 직접적 배경은 2007년 복수노조 유예규정 철회이다.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한 양대노총의 공동대응을 통해, 제3, 제4의 노총이 잇달아 생기면서 심화될 노동운동의 분열에 마침표를 찍자는 제안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18개 산별 연맹에 조합원 70만명, 한국노총은 24개 산별에 조합원 90여만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으며, 자본의 공세 아래 노조조직률은 11%대에 머물고 있다. 양대노총 통합을 통해 상급단체 사이의 조직경쟁이 전체 노동운동의 장애가 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고자 하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양대노총 위원장은 "조직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함을 이유로 과장보도를 비난하면서도, "'1국1노총'의 조직운동 방향"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은 강조하고 있다. 즉 2007년 복수노조시대에 대비하여 통합논의의 대원칙에 대해 동의하되, 절차적 필요성을 이유로 섣부른 통합시도에 대한 오해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양대노총 통합은 한국노총이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항간의 분석에 의하면 복수노조와 맞물려 전임자문제에서 취약점을 가진 한국노총이 조직상의 위기의식 속에서 공세적 통합제안을 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노총의 딜레마

2004년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민노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에 맞서, 녹색사민당을 급조하여 총선에 대응하였다. 그러나 한국노총식 정치세력화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과거 어용노조로서 정부여당의 들러리 역할을 탈각하고 자신 조직을 통해 자립하려던 정치세력화 프로젝트는 한국노총의 조직적 실상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급조된 녹색사민당은 민주노총과의 경쟁 속에서 최소한의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고유지책이었다. 그러나 1) 한국노총 내에는 정치세력화의 정치적 전통과 경험이 없고, 2) 아래로부터 정치적 동원력이 부재한 조직의 현실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총선후 녹색사민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한 2005년 1월 한국노총이 발표한 '2004 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9월부터 11월말까지 조합원 1193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에 의하면, 지지정당은 민주노동당 25.2%, 독자정당 녹색사민당 18.5%, 한나라당 18.1%, 열린우리당 10%, 민주당 1.7%, 자민련 0.3%, 무응답 26.2% 등으로 드러났다. 전체적 정치의식은 다양한 정치적 지지도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으며, 그 자체로는 특정정당 지지가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구도이지만, 지지정당 가운데에서는 민노당 지지가 가장 높았다는 점은 한국노총측으로선 딜레마였다.
한국노총 개혁지도부의 정치논리에 따르면 민노당 지지를 불가피한 수순으로 강제되고 있다. 이에 대한 선택은 1) 다양한 의견분포를 이유로 특정정당 지지입장을 유보하는 "중립주의" 노선을 채택하는 방법, 2) 유명무실한 녹색사민당을 고수하는 방법, 3)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방법 등으로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세 번째 방법은 녹색사민당과 민노당의 당대당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민주노총과의 통합논의와 맞물리면서 복잡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합론의 논리 - 양대노총 통합은 계급적 단결을 보장하는가?

양대노총 통합론은 일차적으로 2007년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문제는 현안 정세적 요소와의 관련 속에서 제기되지만, 통합의 명분과 논리는 1국 1노총론과 노동운동의 단결론이다.
국제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각국의 노동운동은 나름의 특수성을 갖고 있어, 일정한 유형화는 가능하지만, 전면적 일반화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분류하자면, 전국적 지도부(national center)로서의 노총은 크게 '정파노총'과 '통합노총'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한 나라에서 정치노선에 따라 여러 노총이 공존·경쟁하는 경우이며(프랑스의 경우 공산당계 CGT, 사회당계 CFDT, 우파 FO, 독립노조 SUD, 이탈리아아의 경우 공산당계 CGIL, 사회당계 UIL, 카톨릭계 CISL 등), 후자는 하나의 노총만이 존재하는 경우(대표적으로 영국의 노조회의[TUC])이다.
따라서 1국 1노총론은 '통합노조'론에 기반한 것이다. 정파노조의 경우 보통 공산당계, 사회당계, 기독교계 노조 등으로 나뉘며, 이는 각국의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며, 20세기 후반에는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한 냉전시대 반공주의 공세에 의해 단일 통합노조를 분열시켜 정파노조 구조를 만들어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통합노조를 실현한 미국노총 AFL-CIO가 미국무부 및 CIA와의 긴밀한 협력아래 수많은 통합노조를 정파노조로 분열시킨 장본인이라는 것은 20세기 노동운동의 비극적 역설이다.
형식논리상으로 통합노조가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유리한 구조를 가지는 반면, 정파노조는 노조가 분열·난립하면서 하나의 노총이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고, 노조 간의 경쟁이 계급적 단결을 방해하고 노동운동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 그러나 파란만장한 19-20세기 노동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일반론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경우에 통합노조는 노골적으로 노사협조주의(미국의 AFL-CIO) 또는 사회적 합의주의(독일 DGB, 스웨덴 LO 등) 노선을 취함으로써 스스로 노동운동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 경우, 노동운동의 노선대립은 단일조직 내에서 정파간 대립이 전개되는데, 많은 경우 다수파의 관료주의 하에서 노동조합 민주주의가 형식적인 수의 논리로 압살되곤 했다. 소수파 노조에 대한 징계와 탈퇴 등 통합노조 하에서도 노동운동의 분열은 제도적으로 봉쇄되기 보다는 관료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1국1노총은 형식논리상 노동운동의 발전과 조직의 강화로 합리화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경우에 1국1노조 유형의 통합노조에서도 대표성의 위기와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말살이 자행되었고, 이는 현시기 전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 앞에서 노동조합운동이 무기력하게 굴복하는 주된 역사적 원인이 되고 있다.
국제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아래로부터의 충분한 토론과 논의 없이 진행되는 무차별적 통합론은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의 역사적 선례처럼, 20세기 노동운동의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통합론 제기의 정치적 조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무슨 차이가 있는가?" 최근 활동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말이 투쟁 속에 단련된 활동가들 입에서 서슴지 않고 나온다. 현재 당면한 노동위기의 한 대목이다. 어용노조의 상징으로 간주되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등치시키는 논리에 정서적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한마디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치적 분화와 그에 따른 지속적 우경화 현상이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대표성의 위기 측면도 있지만 지도력의 위기도 심각한 현상으로 존재한다. 이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관료화와 맞물리면서, 계급성, 자주성, 민주성, 현장성, 전투성을 기치로 한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 위기로 전화되면서 총체적 위기를 낳았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런 총체적 위기가 바로 양대노총 통합론의 풍부한 토양이 되고 있다는 역설적 상황이다.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으로 선회하면서 이수호 집행부는 사회적 교섭과 사회적 합의주의를 통해 당면현안을 해결하는 노선을 추구했지만, 한편에서 정부와 자본측의 기만적 대응 때문에, 다른 한편에서 아래로부터의 비판에 직면하여 좌충우돌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조직혁신안이 대표적인 예이다.
피상적 위기진단으로 시작된 조직혁신안은 관료주의와 기회주의로 동맥경화에 걸린 조직을 혁신하기는커녕, 정파적 논리에 따라 관료주의를 구조화·체질화시키는 미봉책과 대증요법으로 가득차 있다. 현장의 동력과 지역연대투쟁의 전통을 외면하는 형식논리적 접근은 민주노조를 혁신하기보다는 관료화시킬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 위기는 대표성의 위기로 등치된 채, 민주노총의 우경화로 인한 양대노총간 정치적 차이의 축소, 사회적 교섭노선으로 선회에 따른 협력부면의 증대, 지도부간의 유착 등을 통해 통합의 정치적 조건은 성숙하고 있다. 이런 조건 하에서의 통합은 통합노총 내에서 민주파의 고립화와 조직의 관료화를 통해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안락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대노총통합 지지론의 구도와 세력

양대노총 통합론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시부터 내부에 존재해 왔다. 특히 민주노총과의 경쟁에서 위기감을 느낀 한국노총이 개혁노선(?)으로 선회하면서 통합론은 서서히 강화되어 왔다. 물밑에 잠복하던 통합론은 1997-98년 경제위기시의 노동운동 노선논쟁, 2004-05년 사회적 합의주의 논쟁을 경과하면서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났다. 이는 이수호 집행부의 양대노총통합에 대한 긍정적 태도에서 확인되고 있다.
비록 민주노총 내부의 반대와 반발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표현되지만, 현 민주노총 집행부를 포함한 민주노조운동내 우파의 흐름에서는 단지 통합의 조건만 문제될 뿐 중장기적으로 양대노총 통합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노동운동내부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외곽의 사회적 합의주의 지지세력에 의해 지지·엄호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관변 연구소를 포함한 대다수의 노동연구소,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언론(한겨레,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등), 이른바 진보학술진영내의 노동관련 연구자들에 의해서도 대표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노동운동의 분열을 막는 방편으로 양대노총 통합이 주장되고 있다. 또한 민족주의 계열의 연구소(예를 들어 21세기 코리아) 등도 <2003년 평가>에서 양대노총 통합에 소극적인 민주노총을 비판하다가, <2004년 평가>에서는 양대노총의 공동연대투쟁 및 부문별투쟁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통합여건의 성숙을 환영하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통합지지론자들은 대부분 사회적합의주의 노선투쟁 당시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엄호했던 세력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장기적으로 양대노총 통합론은 사회적합의주의를 둘러싼 노선투쟁의 연장선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사활을 건 투쟁으로 비화될 내연성을 가진 의제이다.


통합반대론의 논리와 입장

최근에 불거진 이런 통합논의에 대한 비판도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되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대부분의 지도자들과 활동가들도 기본적으로 신중론을 전개하고 있으며, 대개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물론, 한국노총내 보수파 또는 반개혁파의 입장에서 통합반대론을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통합반대론 역시 크게 1) 원칙적 반대론, 2) 조건부 반대론으로 구별된다.
전자는 주로 민주노조운동내 좌파 또는 현장파의 입장으로 한국노총의 전면적 혁신이 없는 한, 통합노선은 한국노총의 계급협조주의에 대한 굴복이자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정하는 입장이다. 반면 후자는 현실적 어려움과 양노총 간의 차이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한국노총의 혁신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양노총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진> 그룹의 경우 원론적으로 통합반대입장을 되풀이하지만, 산별노조와 중앙교섭의 완성과 한국노총개혁의 완성되면 양대노총 통합에 대한 찬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전진 정치자료집)
통합논의와 관련하여 한 좌파활동가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민주노총 60만 조합원 가운데 30~40만명만 파업을 해도 투쟁은 힘을 발휘한다"며 "한국노총과 통합해 150만 조합원 중에 10만명만이 파업을 할 수는 없지 않냐"는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다. 반대론의 경우, 양노총 통합을 상식수준 이하의 문제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통합론의 쟁점들

산별노조: 양대노총 통합은 현상적으로 양노총 간의 상이한 산별구조와 조직상의 차이 때문에 통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위로부터 통합이 강제되면, 수직적 ·중앙집권적 산별노조 체계는 중앙교섭과 전국교섭을 통해 관료주의를 강화시킬 것이다. 형식상의 단결이 계급적 단결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사회적 교섭: 통합은 사회적 교섭의 절대적 조건이다. 정부와 자본 역시 통합노총을 대표성을 조건을 제기한다. 즉 사회적 교섭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내용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노총지도부의 능력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외형상 막강한 조직력을 가진 유럽의 주요 노총들이 신자유주의 공세 앞에 무력화된 것이 바로 사회적 합의주의 때문이었다.
한국노총은 과거 정부·여당의 압잡이로서 노동자들을 탄압했던 주체이며, 현재 개혁지도부 하에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자본 및 자본과의 계급협조주의 노선을 기본적 활동양식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양대노총의 통합은 노동운동의 독인 사회적 합의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시킬 것이다.

정치세력화: 통합노총은 대개 사민당/노동당과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완성되었으며, 사민주의의 우경화는 노동조합의 우경화와 관료화, 제도화를 촉진했다. 통합된 노총의 우경화는 민노당의 우경화와 제도화를 더욱 촉진할 것이며, 계급대중으로부터 당의 자립화를 가속화시켜, 당과 노동조합의 동시적 우경화·관료화로 귀결될 것이다.


* 제3노총의 가능성
양대노총 통합논의와 맞물려 제기되는 것이 제3노총의 가능성이다. 복수노조의 설립이 자유화되면서, 다양한 제3노총의 가능성이 모색될 것이다. 현재까지 제3노총 논의는 대개 민주노총의 우경화를 노리는 세력들에 의해 음모적으로 제기되었다.
법적·제도적으로 제3노총의 설립이 보장된 만큼, 문제는 노총의 난립(?)이 어떤 정치적 구도 속에서 진행되는가이다. 정파적 이해에 따른 지도부의 농간으로 급조되는 제3노총은 대중적 심판을 받을 것이며, 자본과 정부의 사주를 받는 한국노총에 투쟁이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 그 자체였다. 또한 계급적 단결을 저해하는 종파주의적 제3노총론은 역시 대중투쟁을 통해 검증될 것이다.


양대노총 통합의 전제와 원칙

▶ 양대노총 대통합의 전제는 한국노총의 전면적 민주화이다.
▶ 통합과정은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조직되어야 한다.
▶ 통합과정은 민주노총의 공세적·주도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
▶ 통합은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발전과정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와 원칙에 근거하지 않는 양대노총 통합논의는 정치적 기만이며, 그 실질적 결과는 민주노조운동의 자살로 귀결될 것이다. 현시점의 통합논의는 그 어떤 전제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원칙한 통합논의는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원칙과 민주주의의 폐기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으로 민조노총은 한국노총 내부로부터의 개혁노선과 한국노총 외부로부터 새로운 대안적 노총건설노선 간의 투쟁 속에서 후자의 정치적 승리로 귀결된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성과물이며,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나 어느 정파가 감히 훼손할 수 없는 가치이다.
또한 민주노총의 건설과정은 한국노총 외부로부터의 조직화 외에도, 한국노총내 투쟁사업장에서 민주노총으로의 소속전환으로 보충되었다. 지난 20여년간 한국노총내 사업장에서 성공적 현장투쟁에 성공한 노동조합은 거의 대부분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경로를 밟아왔다.

내부적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이 강해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경계가 붕괴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은 희석화되고, 계급타협주의적 노동운동노선의 관료적 지배가 완성될 것이며, 특히 사회적 교섭과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통해 사회적 합의주의가 제도적으로 완성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의회주의적 정치세력화로 대표되는 민노당의 과잉대표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민노당이 서구 사민주의 정당이 걸었던 제도화와 우경화의 길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최근 브라질 노동자당(PT)이 부패스캔들로 최악의 조직적 위기를 겪는 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최근 장기투쟁 사업장인 하이닉스-매그너칩 사태에서 드러난 민주노총 사내하청노조와 한국노총 정규직노조 사이의 갈등은 현단계 양대노총 간의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구체적 현장의 실태, 역사적 경험에 대해서 애써 눈감으면서도, 당위의 논리로 양대노총 통합론을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정치적 기만이다.
양대노총은 "앞으로 민주적인 노사관계 발전은 물론 노동운동의 연대와 통일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며,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1천3백만 노동자의 뜻을 올곧게 대변해 나갈 수 있는 올바른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는 뻔한 수사를 늘어놓는 대신, 전면화되는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강력하게 투쟁할 뿐아니라, 노동운동 내부에 침투한 계급협조주의와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럴 때에만 양대노총 통합론은 그 진정성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것이다.
현재의 양대노총 통합논의는 한마디로 정치적으로 반동적이며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자해적이다. 노동운동의 대표성 위기를 돌파한다는 형식논리적 접근은 노동운동의 지도력의 위기를 더욱 증폭시킴과 동시에 민주적·계급투쟁적·노동해방적 전통과 가치, 원칙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자폭행위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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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수 |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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