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의 광풍이 거세게 몰려온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진단


임기 말 민영화 러쉬와 깜깜한 인수위

국토해양부가 대선 이후 KTX 민영화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9일 국가 위탁 관제업무를 철도공사에서 철도시설공단으로 변경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1월 중 수서발 KTX 사업자 모집공고 실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의 ‘인수위 주요 보고 사항’ 문건을 보면, 국토해양부는 “1월 중 수서발 KTX의 사업자 모집공고를 추진하되 선정은 새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고,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대한 빨리 사업자를 선정해 2015년 1월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 노선의 민간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시나리오다. 국토해양부는 이례적으로 산하 기관의 운영 문제점을 담은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뿌리며 KTX 민영화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있다. 국토부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관련 내용을 내부에서 검토하다가 인수위 보고 때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예의 ‘깜깜’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월 10일 윤창중 인수위대변인이 인수위는 “새로운 정책을 생성하지 않는다”며 “박근혜 당선인과 김용준 위원장 및 제가 말한 것을 항상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임기 말 정부의 민영화 러쉬가 차기 정부와의 물밑 교감에 기반을 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KTX를 비롯한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 방식이 보다 신중해야 함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당선인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의 민영화 관련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철도, 가스, 공항, 항만, 방송 등 국가 기간망은 국민생활과 산업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산업인 만큼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이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일률적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민영화를 원칙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아니었다. 오히려 국민여론을 고려하여 시기를 달리해 선택적, 전략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민영화 정책은 선택적, 전략적으로 추진 될 것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지속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 ‘신재생에너지 보급 제도 혁신 및 에너지 수요 관리 확대' 항목에는 “전력, 가스 등 독점 구조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공정경쟁 체제가 이끄는 건실한 수급 시장 형성”이라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지난 14일 <머니투데이>는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가 “전력 산업 비효율을 제거하고 안정적 수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 판매 시장을 경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며 한국전력의 전기판매 부분이 분할 민영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8년 촛불시위로 제동이 걸린 이명박 정부의 전력 민영화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판매 부분이 분할 민영화되면 포스코, SK, GS처럼 이미 발전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에너지 재벌들이 전력 유통 및 판매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한전의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민자발전의 확대, 전력거래제도의 개선, 요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민영화 확대의 토대를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에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사실상 전력 민영화를 확대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한국의 전력산업은 2년 단위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장기전망, 전력설비 건설계획과 전력수요관리 등에 대한 사항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 6차 계획에는 상당한 규모의 민자발전 건설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의향을 밝힌 민간 자본의 수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사업의 규모도 석탄화력 등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민간발전이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을 넘게 된다. 민간발전사는 특혜계약과 전력거래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해 높은 수익을 창출해 온 반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떠맡아 왔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민간 발전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준 셈이다.
전력뿐만 아니라 가스나 의료의 경우에도 커다란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경실련과 의사협회의 영리병원에 대한 질의에 대해 현 정부의 정책을 존중하되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추후 정책 추진 방향을 판단한다고 밝혔다.

MB정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계승

인수위는 각 정부부처 업무보고 시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윤창중 대변인은 이에 대해 "(공공기관 합리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역시 정권 초기에 공공기관 개혁을 주요 과제로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공기관 개혁의 초점은 재정감축이다. 대선공약에서도 부채 급증 등으로 공공부문 전반의 재정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기관 부채를 항목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공공부문 부채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별 구분회계를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대형사업에 대해서는 사전 타당성 심사와 함께 사후 심층평가도 강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재정감축의 주요 방안은 이명박 정권의 ‘선진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인건비 절감, 정원 감축 등 노동에 대한 구조조정이 중심이 될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재정 확대로 민영화 압력 증가

증세 없는 복지재정 확대로 인한 재정압박은 결국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의 확대,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기업 부채 증가가 문제가 되면서 민영화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현재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연간 26조 3,000억 원, 5년 간 131조 4,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수위는 이 중 62%에 달하는 81조 5,000억 원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금액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탈세·탈루 차단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세출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 예산 중 절반 가량은 공적연금 등 정부가 손댈 수 없는 경직성 예산이다. 이 때문에 나머지 재량 지출 180조 원 중 9%를 줄여야한다. 한국 경제가 당분간 저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에서 세수 확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박근혜는 공약의 일부를 폐기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재정의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지 공약의 축소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나 민영화를 통한 재정감축 중 어느 쪽이 중서민층 반발의 부담이 적을지를 두고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재전건정성, 현 수준의 세금 유지, 복지재정 확대라는 3가지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손쉬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근혜 시대, 민영화의 광풍이 더욱 거세게 몰려온다

이명박의 공공부문 정책의 대부분이 박근혜로 계승되고 있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더욱 전략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적으로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이다. 공공부문의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수 있겠지만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후퇴할 것이다. 국민의 반발이 덜 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민영화가 확대될 것이다.
박근혜 시대,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노동조건의 후퇴를 막기 위한 한판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이 싸움은 공공부문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전기, 가스, 의료, 물, 교통 등 다수 대중들의 기본적이고 인간다운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공부문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