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인종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반대한다

이주운동의 반격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른바 한민족의 단일민족 사회라는 환상을 통해 국민과 국민이 아닌 자들을 구분해왔다. 하지만 단일민족 사회라는 믿음은 현실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는다. 한국에 살고 있는 체류 이주민은 2005년 75만 명에서 두 배에 가까이 늘어나 2012년 140만 명을 넘어섰고 향후 2020년 250만 명, 2050년 32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수많은 이주민들이 지닌 비자의 종류는 수십 종에 달하며 그 권리와 의무 역시 제각각 천지차이다. 정부는 이주민들에게 결코 ‘국민’이라는 칭호를 쉽게 주지 않고 선별적으로 포섭할 대상과 대다수의 배제할 대상을 나누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5년, 그리고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건너온 것은 80년대 후반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이 관광비자등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건너온 것이 그 시초이지만 한국정부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포괄적인 대책을 세운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2006년 노무현 정부 때였다. 해외투자법인 연수제도, 산업기술연수제도,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까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반적인 노동정책이 마련됨에 따라 대규모의 이주노동자 유입이 가능해졌다. 또한 한국정부는 단순노무 인력뿐만 아니라 투자외국인, 결혼이민자, 재중동포, 숙련생산기능인력 등 다양한 이주민에 대해 통합적인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만들고자 했다. 이후 몇 차례 논의를 통해 외국인정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등을 거쳐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이하 1차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의 정책목표는 △적극적 이민허용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질 높은 사회통합 △질서 있는 이민행정 구현 △외국인 인권옹호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가 실질적인 목적이었으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가족결합금지 및 단속강화 정책이나 결혼이주민에 대한 동화정책 등 인종주의와 혈통주의, 그리고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들이 유지되었다.
1차 계획은 이명박 정부의 임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되었다. 1차 계획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후 박근혜정부의 임기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이하 2차 계획)이 실시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2차 계획이 ‘1차 계획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외국인 정책에 대한 국민의 다양하고 상반된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고, ‘질서와 안전, 이민자의 책임과 기여를 강조하는 균형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정책목표는 △(개방)경제활성화 지원과 인재유치 △(통합)“대한민국의 공동가치가 존중되는 사회통합” △(인권)“차별방지와 문화다양성 존중” △(안전)“국민과 외국인이 안전한 사회구현” △(협력)“국제사회와의 공동발전”으로 제시되었다.

다문화라는 장식물마저 내팽개친 정부

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과 비교할 때 새롭게 추가된 정책목표라고 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해 정부는 유럽 주요 선진국들의 ‘다문화주의 실패선언’을 인용하면서 외국인 유입에 따른 국민들의 인종, 문화, 정체성 갈등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1차 계획에서 허울 좋은 문구로나마 표방하고 있었던 다문화와 인권이라는 용어 대신 2차 계획에서는 책임, 기여, 균형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대한민국의 공동가치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등록체류자에 대한 강제단속추방 통계를 살펴보면 2008년 30,576명, 2009년 29,043명, 2010년 13,474명, 2011년 18,034명, 2012년 18,248명으로 매년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이 지속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2년 8월 시행된 고용노동부의 사업장변경내부지침은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변경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심지어 지난 10월에는 한국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다니고 있던 몽골 청소년에게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수갑을 채워 추방한 사건도 있었다. 이 외에도 정부의 단속 정책으로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중국동포 결혼 이주여성의 사망 사건 등은 한국이주민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인권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었던 한국정부는 이제 다문화라는 허울 좋은 구호마저도 벗어던지고 대한민국 공동가치를 존중하라는 요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문제점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었던 것이 바로 영주권 전치주의이다. 2012년 8월에 법무부는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을 위한 국적법개정안과 출입국관리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주권과 귀화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기존 제도와 달리 개정안은 이주민이 귀화신청을 하기 전에 반드시 영주자격을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 중에 이주노동자와 난민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2012년 시행된 성실근로자재입국제도로 인하여 한국에 최대 9년 8개월까지 거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화는커녕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영주자격에 대한 기본적인 시민적, 사회적 권리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영주권전치주의를 시행한다는 것은 이주민이 영주권과 귀화심사라는 이중심사를 통해 한국 구성원이 되는 것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2차 계획은 자립과 통합을 위한 국적 및 영주제도 개선(?)으로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는 미등록체류자들을 철저하게 국가의 경계로 내모는 단속 추방을 강화하고 있다. 2차 계획은 불법체류자 단속 패러다임을 다변화하고 외국인밀집지역에 단속사전예고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올 1월 경찰청은 주요 외국인 밀집지역 대상 집중 검문검색 등 치안활동을 강화한다고 발표하고 2월 초까지 외국인범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외국인 범죄가 잠재적 위협요인이 아니라 현시적 위협요인이라고 판단한다는 경찰청의 입장발표는 이주민 자체를 이미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는 인종차별적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인간사냥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광역단속시스템 및 기동단속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운동의 반격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동안 시행될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내내 이주노동자들을 억압해왔던 1차 계획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가치,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 등에서 알 수 있듯, 박근혜 정부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주민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며 국민들을 호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부 각 부처별로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나오고 있진 않지만, 이미 작년 법무부가 영주권전치주의 도입을 예고했고 고용노동부가 사업장변경내부지침 등을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 2차 계획은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5년 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이주운동을 포함한 전체 민중운동이 이주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먼저 작년 사업장변경내부지침 철폐투쟁으로 결집되었던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 활동을 올 한해 더욱 활성화하면서 이주노조를 중심으로 각 지역노조들의 이주노동자 조직화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이주여성, 이주아동,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각개약진해온 다양한 이주운동들이 정부의 총체적인 공세에 맞서 공동투쟁을 조직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중운동이 강제추방이나 사망사건과 같은 긴박한 사안이 터져 나온 뒤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 보다 공세적으로 이주운동들과 투쟁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