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국민연금 주식투자확대, 누구에게 이득인가

노동자를 위한 국민연금을 만들자

주식시장의 ‘큰 손’이 되어가는 국민연금기금

국민연금은 현재 400조 원을 넘어선 기금 자산 중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을 향후 더 높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29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중기(2014~18년) 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하였다. 이 내용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기금운용의 목표 수익률은 6.1%이고 이를 위해 2018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30%이상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채권투자 비중은 60% 미만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2012년 말 주식투자 비중이 26.7%, 대체투자 비중이 8.4%이므로 향후에 채권투자는 줄이고 주식투자, 대표적 대체투자인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부동산투자를 늘린다는 의미다. 채권에서도 해외채권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언론에서는 ‘국민연금 주식투자 200조원 시대’가 열린다고 보도한다. 2012년 말 연금기금 중 주식투자 금액은 104.8조 원이다. 2018년 연금기금이 669조 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 중 주식투자 비중이 30%라면 200조원이 넘는 것이다. 200조원은 현재 코스피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에 가깝다. 5대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주식을 모두 사고도 남는 돈이다.


기금고갈을 걱정하면서 주식투자를 늘린다?

왜 연금기금이 주식투자를 늘리는 것일까? 정부는 투자다변화를 통해 연금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재테크 상식’으로도 틀리지 않은 말처럼 보인다. 자산을 분산해서 투자하면 한 곳의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러한 논리의 근거가 된다. 지난 3월의 재정 추계 결과에서도 “국민연금 2060년 고갈”이 강조되었다. 현재 보험료와 연금 급여 수준이 유지된다고 했을 때, 2045년부터 적자가 커지면서 2060년에 쌓아둔 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2060년은 현재 18세의 청소년이 연금을 지급받는 65세가 되는 시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자신들이 모아놓은 기금의 운용 수익이 높아지면 기금 고갈을 막거나 최소한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연기금이 축적될수록 금융자본에게 이득

그러나 정부는 기금이 고갈되어도 연금은 지급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금고갈을 걱정하기 전에 연금의 원리인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의 차이를 이해해야한다. 부과방식은 한 해에 노인들에게 지급될 연금 재원을 그 해의 자본의 이윤과 노동자의 소득으로부터 거두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노인 비율이 높아지고 성장률이 악화될수록 부담이 커진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적립방식이 제기된다. 적립방식은 기금을 축적해서 그 기금의 운용 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완전적립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은 부분적립방식을 도입했다. 운용 수익만 가지고 연금을 지급할 수 없는 부분적립방식 역시 노인 비율이 높아지고 성장률이 악화되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적자로 인해 기금이 고갈되면 그 때부터는 그 해 돈을 거둬서 그 해에 사용하는 부과방식으로 연금의 운영원리를 바꾸면 된다.
적립방식은 금융자본의 이해관계와 직접 관련이 된다. 연기금은 증시가 침체할 때마다 주식 매수를 통해 ‘주식 구원투수’로 불려 왔다. 이렇게 자본시장이 활성화 될수록 금융자본이 거래를 중계하면서 얻는 수익은 커지게 된다. 또한 연기금을 위탁받아 직접 운영하면서 막대한 운영수수료를 챙기는 등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연기금이 커지고 주식투자가 확대될수록 금융자본에게 더 이득이 되는 것이다. 2012년 주식과 채권의 국내위탁운용 규모는 60조 원에 달한다. 50조의 해외 주식, 해외 채권 역시 대부분 해외운용사에 위탁운용이 된다. 해외운용사의 위탁수수료만 1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운용사 역시 이득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돈놀이, 노동자에게 이득일까?

국민연금이 높은 운용 수익을 올린다고 노동자 개개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노후에 받는 연금은 연금에 가입한 기간과 자신이 낸 보험료에 따라 연금급여는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운용 수익이 많을수록 기금이 더 쌓이고, 기금 고갈 시기가 늦어질 것이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높은 위험성 또한 동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코스피 지수는 1000에서 2000을 널뛰기 해왔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사회보장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더욱 노출시키는 것이다.
또한 연기금 주식투자의 확대는 주주행동주의, 즉 기업이 단기적 이윤추구를 최우선시하는 경영 방식을 강화시킨다. 노동자들의 사회보장을 위한 자금이 오히려 주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리해고, 인력감축, 비용절감, 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하는 부메랑이 되어 노동자의 삶을 더 궁핍하게 만든다.

노동자를 위한 국민연금을 만들자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기금운용 뿐만 아니라 제도 전반이 모두 금융자본의 이해에 종속되어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매년 소득보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을 강화할 계획은 없이 퇴직연금, 민간보험에 가입해서 개인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할 때 국민연금 가입자를 차별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국민연금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재정적으로,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연금을 사회적 연대의 원리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노후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확립해야 한다.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서 국민연금의 공적 성격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통해 노후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 연기금의 운용방향 역시 이러한 투쟁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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