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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전환으로 비정규직 문제해결?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전환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지난 9월 5일,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2013-2015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65,711명이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2011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이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해고 위협은 여전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고용관행 개선에 공공부문이 앞장서겠다”며,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의지를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전환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인데,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만 정해져있지 않을 뿐, 임금은 비정규직과 거의 차이가 없으며 노동조건 차별・해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이 아니라 ‘중규직’ 또는 ‘이름만 다른 비정규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번 발표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34,000여 명에 대해 일한 기간이 2년이 아닌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얼핏 보면 기간제법이 정한 2년보다 빨리 고용을 보장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과부가 조사한 2013년 학교비정규직 계약해지 실태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1,118명이 해고 됐다. 전체 계약해지자 6,457명 중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또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한 계약해지 사례도 있다. 무기계약 전환이 결코 고용의 안전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기계약직이 차별해소는 이루지 못하지만 고용안정이 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봤던 일부의 시각과는 다르게 고용마저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편법은 눈감고 기관 권한만 키우는 정부 지침

또한 이번 계획에는 간접고용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다. 공공기관은 일정 기간이 지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지침을 지키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다. 직접고용이 아니라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용역업체가 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여러 복잡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정부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정규직 857명에 간접고용은 5,960여 명으로 전체의 87%가 간접고용이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2006년 64,822명에서 2012년 110,641명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현실에 눈감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지침은 이전 정부 때부터 문제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12년 1월 발표된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에는 전환대상자 선정 시 근무성적, 직무수행능력 및 태도를 평가하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 등 해당 기관이 자체 평가기준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는 전환 제외” 할 수 있다. 현행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넘게 같은 일을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발생하는데, 기간제법에 의해 정규직 전환 요건이 되더라도 기관의 판단에 따라 제외할 수 있는 것이다.

하반기, 한 판 싸움이 다가온다

올해 4월, 10만 여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호봉제 도입 등 처우개선을 위해 ‘공공부문비정규연대회의’를 구성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의 무기계약직 전환발표를 비판하며 “공공부문에 만연한 외주화 확산을 금지·규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조사와 정규직화 방안을 제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각종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올해 하반기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9월 28일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대회에 이어 10월에는 인천공항지역지부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화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생색내기, 허점투성이의 비정규직 대책은 우리의 대안일 수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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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공공기관 , 공공부문 , 무기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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