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위장된 의료민영화, 원격의료

원격의료 추진시도 중단하라


11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부터 진행한 원격의료서비스 시범사업의 결과를 공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신시장 창출전략』을 발표했다.
원격의료란 음성 녹음, 비디오, 심전도와 같은 환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원격지에 있는 의료전문가에게 전자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의료 전문가가 다시 환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원격의료서비스의 의학적·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이 결과는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의학적 타당성과 관련해서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의 치료에 원격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했으며, 경제적 타당성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원격의료 인프라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며 향후 7,370~8,84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고령화를 대비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유헬스(u-health) 산업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융합기술을 주요 국가 정책수단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의학적·경제적 타당성이 과장되어 있으며, 결과 보고서 및 보고회가 모두 공개되지 않는 등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산업적 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원격의료 도입은 보건의료체계를 왜곡할 것이라는 점이다.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한 유헬스 산업 활성화는 만성 질환 관리 부문을 대형병원과 IT기업 중심으로 재편하여 의료의 시장적 성격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누가 어떻게 추진하는가

원격의료는 서비스산업선진화로부터 창조경제론까지 정부의 서비스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왔다.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은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늘리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론’이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보건의료다. 그 중에서도 삼성, SK텔레콤 등 IT 재벌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이 장기적 수익 확대를 위해 진출하고 있는 유헬스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유헬스 서비스를 ①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 ②65세 이상의 노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요양, ③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 분야로 분류하고, 각 분야별 전략을 제시한다. 이 중 시장확대 혹은 시장창출을 목표로 하는 핵심 분야가 치료와 건강관리 분야, 즉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다.
건강관리는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차 예방은 건강증진, 환경 위생, 안전 관리로 이루어지며 2차 예방은 건강 검진, 조기 치료 등이 포함된다. 3차 예방은 만성질환 관리 및 재활치료 등을 포함한다. 현재 한국의료체계에서 1차 예방 및 2차 예방은 보건소와 같은 공공의료에서 주도하고 있다. 3차 예방 부문은 대부분 의원급 민간 일차의료기관에서 주도하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란 개인이나 법인, 의료인 또는 비의료인이 건강관리서비스 제공기관을 개설하여 일반인들에게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이 담당했던 1차, 2차 예방 분야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 민간부문에게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 주도의 건강증진서비스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의료혜택이 차별적으로 주어짐을 의미한다.


원격의료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3차 예방, 만성질환 관리 부문을 상급종합병원과 IT기업들 중심으로 전환하여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독과점적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이다. 원격의료의 타당성을 검증하기위해 지식경제부가 시작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의 파트너는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상급종합병원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IT기업들이다. 이 외에도 서울대병원은 SK텔레콤과 ‘헬스커넥트’라는 합작 기업을 만들어 원격의료를 추진하기 위한 설비투자와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타당성을 믿기 어려운 시범사업 결과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에 따라 보건의료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사업이었다. 따라서 절차부터 결과까지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을 뿐 임상시험의 설계구조나 피험자의 특성과 같이 연구 자체의 타당성을 밝혀줄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나마 공개된 내용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11월 13일 논평을 통해 의학적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범사업에서 원격의료서비스의 효과라고 주장하는 당화혈색소(혈당) 개선 정도가 막대한 비용에 비해 임상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또 최초 임상시험은 484명이 시작하였지만, 6개월에는 361명(75%), 12개월에는 83명(17%)으로 중도 탈락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지속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이 아주 적은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는 것은 열심히 치료받은 환자들만 끝까지 남아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355억 원이 투입된 시범사업의 결과가 83명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강원도 공공 u-헬스 서비스 운영 성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결과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진다. 이 연구에서는 강원도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당 관리의 척도가 되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측정하였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비교군을 ①‘원격관리 + 혈당관리군’ ②‘원격관리 + 혈당 비관리군’ ③‘비원격관리 + 혈당 비측정군’으로 선정했다. 원격의료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상식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들 중 원격관리와 비원격관리를 나눠서 비교해야 하지만, ‘비원격관리 + 혈당 관리군’은 아예 연구대상에 없었다. 세 실험군 중 ‘원격관리 + 혈당 관리군’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혈당이 떨어졌는데, 이는 원격관리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기적 혈당관리진료법의 유효성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허술한 시범사업의 결론과는 달리 원격의료는 이미 효과성과 비용-효과성에서 전통적 대면치료에 비해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최근 국제적 연구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는 추세다. 예일대학에서는 1,658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 연구에서 원격의료의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발표되었고, 이 논문은 2010년 최고 권위를 가진 의학잡지에 게재되었다.

보건의료체계를 왜곡하고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켜

지금도 환자들은 가벼운 질환에도 대형종합병원을 찾는다. 만약 원격의료 시스템이 구현된다면 만성질환 관리 역시 1차 의료기관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현재도 심각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전체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만성질환 관리의 중심이 되어야 할 1차 의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과잉 경쟁 속에서 영리화하거나 몰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의료취약지 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원격의료가 오히려 의료공백을 더 심화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원격의료는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켜 민중의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더라도 만성질환자들은 결국 대면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원격진료는 추가적 의료비 부담을 만든다. 원격의료 도입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은 비급여 혹은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환자에게 전가된다. 또한 산업 활성화의 논리로 추진되는 원격의료의 도입은 의료민영화로 이어지게 되는데,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 ‘유헬스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유헬스 활성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의료기관의 영리행위 허용과 의료서비스 알선·중재 행위 허용을 주장한 바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미국식 민간보험 시장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기술적·전문적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과학기술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민중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돈벌이 기술로만 사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민중적 통제는 첨단 의학 기술이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과정에도 개입해야 한다. 보건의료체계를 왜곡하고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의료민영화의 일부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