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건설노조 2차 총파업, 조직화와 민주노조 사수의 희망

건설기계노동자들의 투쟁에 주목하자

건설기계노동자의 현실

건설현장을 둘러보면 타워 크레인, 덤프트럭과 레미콘, 불도저 등 수많은 기계장비들이 움직인다. 이를 통칭해서 건설기계라고 한다. 정확히는 건설기계관리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정해진 총 27종의 기계를 일컫는다. 그리고 이러한 장비들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건설기계노동자들이다. 법적으로 건설기계노동자들은 건설산업의 사업주들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이들은 건설기계임대차 계약을 맺고 그에 따라 정하는 임대료 단가를 받으며 일을 하고, 건설기계의 소유와 정비 등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된다. 하지만 건설현장에 투입되어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현장 관계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잠깐 점심을 먹을 때에만 차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보니 근로기준법에 명시하고 있는 근무시간 및 정기적인 휴일이 없으며, 4대 보험 또한 적용되지 않고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여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가진 사람들로 흔히 ‘노가다’라 불리는 토목건축 노동자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1억 원이 넘는 장비를 가지고 일하는 건설기계노동자들 역시 일 한 건수대로 돈을 받는‘탕튀기’를 해야 하며, 더 많은 횟수를 운행하기 위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일하고, 건설기계를 마련하기 위해 진 빚을 갚으려면 건설 자본가들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또 건설기계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무자비한 경쟁에 내몰리기 쉽다. 더 많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임대료 단가를 낮춰야 하는 것은 물론, 상식 밖의 노동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건설기계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본과 정권에 맞선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11월 28일, 덤프야 가자!

건설노조는 11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번 총파업은 건설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덤프트럭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가 발단이 되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장비는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장비들뿐이다. 그런데 일부 화물차량들이 차량을 개조하여 불법적으로 골재와 토사 등 건설자재를 운반하고 있다. 화물차량들은 정부로부터 유가보조금을 받으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좀 더 낮은 임대료 단가를 받아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덤프트럭은 현재 55,000여대 정도가 되는데, 건설현장에 들어오는 화물차량들이 1만 여대 정도 된다. 이러한 차량으로 인해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YTN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룬‘불법 운행에 유가보조금도 줄줄’이라는 보도를 하였고, 이에 국토교통부는 10월 30일 성명을 내고 개조 화물차량들이 건축자재를 운반하는 것이 곧 불법은 아니라고 발표하였다. 전체 수급조절을 담당해야 하는 정부가 각 행정부서들 사이의 문제를 조율해야 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며 노동자들의 바닥을 향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저단가 경쟁을 하지 않으려면 우선 정부가 제대로 된 단속을 하고 건설현장에 들어오는 개조 화물차량에 대한 유가보조금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덤프노동자들은 이를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파업이 단순히 정부에 화물차량 운행 단속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노조는 조직화를 병행하여 현장장악력을 강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총파업 투쟁, 조직화의 계기로

덤프트럭은 적재용량에 따라 크게 15t 덤프트럭과 25t 덤프트럭(일명 ‘앞사발이’)으로 나뉜다. 개조된 화물차량들이 건설현장에 들어옴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비슷한 업역의 일을 하는 25t 덤프트럭 노동자들이다. 25t 덤프트럭들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건설기계시장에 진입하였고, 건설노조에 가입해 있는 조합원의 숫자도 적다.
미조직된 건설노동자, 건설기계노동자들이 많을수록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고용도 적정한 생계유지가 가능한 임금도 보장받기 힘들다. 자본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저단가로 부리면서 노동조합에게도 저임금 일자리를 강요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고용 자체를 거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지역의 건설노동자들을 조직하여 현장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본이 고용을 무기로 강요하는 저단가에 굴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건설노조 총파업을 25t 덤프트럭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건설노조 차원의 투쟁은 아니지만, 건설노동자 전체가 주목할 만한 중요한 문제가 있다. 11월 14일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은 휴업선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수도권 97개 레미콘 제조사 차량 3,600대가 전면 운행중단에 나섰다. 레미콘 노동자들이 8년 동안 오르지 않은 현재의 낮은 운송료 체계에서 한 달에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150만원 안팎이다. 또한 노비계약서나 다름없는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며, 장시간의 조출야간작업을 감내하고 각종 사고의 책임은 자신들이 져야 한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자신들 차량의 번호판을 목에 걸고 서울 시내를 누비며, 노동기본권과 적정운송료, 조출・야간・연장노동 수당, 표준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많은 투쟁이 있었지만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과 탄압 속에서 조직이 와해되고 단결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을 특히 강력히 짓밟는 이유에는, 레미콘이 다른 공정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콘크리트펌프카같은 건설기계와도, 목수나 타설공 등의 토목건축노동자와도 함께 공정을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레미콘이 멈추면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도 작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레미콘 노동자 조직화 투쟁이 타 업종, 토목건축노동자 조직화와도 연계될 수 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레미콘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이것이 건설기계노동자를 포함한 건설노동자 전체의 단결된 힘과 조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는 보편적 투쟁

건설노조의 이번 총파업투쟁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선 투쟁이라는 의미도 있다. 지난 6월 건설노조-플랜트건설노조의 총파업 투쟁 당시, 국토교통부는 화물자동차와 자가용차량을 건설현장에 들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약속을 뒤집는 것은 건설노조의 조직된 힘과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건설기계노동자들과의 약속을 무시한 정부가, 다른 분야 건설노동자들의 대정부교섭 합의안을 이행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건설노조의 합의안이 무력화될 경우 건설기계노동자들만이 아니라 토목건축, 전기, 플랜트 노동자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금 건설노조 조직의 힘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최근에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하며 노동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교사와 공무원이 희생양이 된 것은 근로기준법과 노사관계법 등 각종 노동관련 법규를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정권의 다음 목표는 특수고용노동자, 특히 대규모로 조직되어 있는 건설기계노동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건설노조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2009년부터 노동부로부터 시정요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번 합의 불이행은, 건설기계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11월 28일부터 진행될 건설노조 총파업은 단지 건설기계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특수한 투쟁이 아니며, 현재의 노동탄압에 맞서는 보편적인 투쟁이기도 하다.

건설노조 2차 총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건설노동자들은 모두 기본적인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서도 극단적인 고용유연화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조합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건설기계노동자들은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들로 분류된다. 실제로 이들의 고용형태나 노동조건, 임금(단가)체계나 적용법 등을 보면 특수한 사항들이 많다. 그리고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으며, 따라서 온갖 문제를 개인이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토목건축이나 전기, 플랜트 노동자들 역시 일용직의 불안한 삶 속에서, 자신들이 겪는 부당한 현실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삶과 투쟁 역시 특수한 영역으로 여겨지고, 전 사회적인 연대와 관심이 모아지지 않았다.
엄혹한 정세에서 싸우는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지지와 연대가 절실하다. 그리고 이번 건설노조 총파업 투쟁에서의 승리는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권과 자본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키고 조직화를 확산하려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중요한 돌파구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