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2035년, 한국은 핵발전소 천국이 된다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비판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2차 계획) 정부안이 확정되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원별, 부문별 에너지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계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정하는 에너지정책 관련 최상위 계획으로,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된다. 이번 2차 계획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성이 의심받고, 밀양 송전탑 문제에서 드러나듯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시민들의 의사와 반할 뿐 아니라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며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시점에서 마련되었다. 즉 2차 계획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대답은 에너지정책의 기존 방향을 전혀 수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명백한 핵발전 확대 정책

그 동안의 핵발전소 사고는 단 한 기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특히 노후화된 핵발전소가 많고, 밀집도도 높아 그 위험성이 더하다.
그러나 2차 계획에서 핵발전 설비비중은 현재 26%에서 2035년까지 29%까지 높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이 핵발전 비중 29%는 에너지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현재 건설‧계획 중인 핵발전소를 제외하고도 700만kw의 핵발전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명확히 몇 기를 추가로 건설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 핵발전소 6~8기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35년에는 현재 23기에 더해 16~18기가 추가로 건설되어 한국은 핵발전소 천국이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 합동 워킹그룹이 권고했던 22~29%내에서 결정했다는 점을 여전히 강조한다. 그러나 이번 계획이 핵발전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명백한 핵발전 확대 정책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요관리?

핵발전 확대 정책 외에도 문제점은 많다. 첫 번째로 수요관리와 관련된 문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수요관리는 탈핵운동단체들이 그간 강조해 온 것으로, 정부는 2차 계획에 이를 반영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2차 계획의 수요관리 대책은 대부분 전기요금 인상에 치우쳐 있어 실효성도 낮을뿐더러 오히려 에너지 저소비층의 부담을 늘릴 것이다.
2차 계획에서 정부는 ‘전기요금 현실화’로 에너지를 적게 쓰게 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이미 단가 이상으로 현실화되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단가 이하인 것은 사실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수출경쟁력을 명목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어, 주택용의 67%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용 전기요금으로 산업용 전기를 보조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2001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유류비용보다 낮아서 에너지원이 유류에서 전기로 바뀌는 ‘전력화’ 추세가 나타났는데,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볼 때 이는 상당한 낭비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굳이 전반적인 가격인상을 언급한다. 전반적으로 전기요금이 오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정부는 주택용 누진세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역시 저소비 구간의 요금 인상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에너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의 ‘분산형 전원’은 무엇을 말하는가

분산형 전원은 대규모 수요처 인근에 발전소를 건설하여 송배전망 건설을 줄이고 지역별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분산형 전원이 늘어나면 대도시로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탑을 줄일 수 있어 밀양과 같은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 핵에너지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임과 동시에, 분산형 전원이라는 점이 그 특징이다.
2차 계획에서는 2035년 발전량 중 15% 이상을 분산형 전원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내용만 보면 역시 탈핵운동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분산형 전원 확대 계획의 실 내용은 민자발전회사 육성과 지원, 즉 민영화이다. 정부는 포스코 사례를 모범 사례로 제시하면서 기술개발, 보조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민자발전 4대 메이저 회사 중 하나로, 민자발전회사 중 가장 높은 설비용량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전력 거래 과정에서 특혜 지원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해주었는데,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의 에너지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제 새로운 계획을 기다릴 순 없다

2차 계획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핵발전소는 계속 늘어나고, 에너지 불평등은 확대되며, 에너지 민영화마저 추진될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로 인해 당장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가스요금‧전기요금이 무서워 냉골방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도 이번 2차 계획은 이러한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제 정부의 새로운 계획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 폐쇄와 에너지 빈곤 문제의 해결, 대안에너지 체제를 만들기 위한 사회운동의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