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2014년, 삼성재벌을 넘는 승리의 해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 그 의미와 과제

지난 12월 24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열사의 장례가 ‘전국민주노동자장’으로 치러졌다. 지난 10월 31일 열사가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지 55일만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문제의 책임자지만 끝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명목상 협력업체 사장단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을 내세웠다. 경총 교섭대표는 ▲노동조합 활동 보장 ▲생활임금 보장, 업무차량 리스, 유류비 실비 지급 ▲건당수수료 및 월급제를 임단협에서 성실 논의 ▲노조 측에 민형사상 책임 묻지 않으며 향후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을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합의하고, 삼성전자서비스는 ▲유족에 대한 보상 ▲천안센터 이제근 사장에 대한 귀책사항을 재계약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합의사항의 내용은 스스로 임금 액수나 지급방식을 결정할 수도, 노조를 인정할 권한도 없는, 오로지 본사의 정책과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협력업체 ‘바지사장’들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결국 합의테이블을 만든 것도, 합의사항을 결정한 것도 본사인 것이다. 즉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이 삼성에 상당한 압박이 되었다는 방증이다. 또한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실패했으며, 삼성 자본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는 최초의 대규모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최종범 열사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모든 조합원과 유족들이 흔들림 없이 투쟁한 결과다. 이번 투쟁을 통해 전 사회적으로 최종범 열사 이름 석 자와 삼성AS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알려졌다. 지회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상승되었고, 조합원들의 마음속에 “최종범의 꿈, 민주노조 승리”라는 목표가 깊게 새겨졌다.
이제 지난 성과를 갈무리하며, 2라운드 투쟁을 준비할 때다. 2라운드 투쟁은 노조와 사측 모두에게 사활을 건 투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보다 준비된 모습으로 임해야 한다.


불법파견 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재벌의 심장을 겨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법적으로는 삼성전자서비스(주)가 아닌 협력업체의 직원들이다. 따라서 삼성그룹과 계열사의 중심부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이다. 실제로는 삼성을 위해 일하며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의 최전선에 서있지만, 삼성 노동자로서의 대우와 권리는 모조리 박탈당했다는 분노가 조직화의 중요한 기폭제가 되었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의 고용형태는 삼성전자가 외주화를 거듭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서비스사업부를 분리하여 현재의 삼성전자서비스(주)를 설립했다. 당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가 법제화되면서 삼성 외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해고와 외주화를 쉽게 할 목적으로 서비스나 판매 부분을 분리해 별도법인을 설립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주식의 99.3%는 삼성전자 소유이고, 운영과 매출구조 등도 사실상 삼성전자의 서비스사업부와 다름없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이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설립목적에 충실하게 직고용 인원을 줄이고 외주화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2013년 현재 약 176개의 서비스센터 중 직영센터는 7개에 불과하며, 96%가 외주센터이다. 직고용 인원은 1천 4백 명,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인원은 1만여 명으로 간접고용 비율이 88%에 달한다.
삼성과 현대차를 필두로 한 재벌대기업들이 자신들을 정점으로 하청, 외주화를 통해 만든 수직계열화 구조는 노동시장에 저임금, 간접고용 일자리를 양산한다. 대자본은 점점 더 많은 부를 자신들의 곳간에 채우면서도 고용에 대한 책임과 일자리 창출비용, 적정한 임금과 노동조건에 필요한 비용은 외부로 전가한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이러한 수탈구조는 노동자를 심각한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협력업체과 삼성전자서비스를 넘어 삼성전자 이건희와 이재용에게 책임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재벌 하청체계의 피해자들이, 재벌을 향해 활시위를 겨누고 있다.

삼성의 무노조 전략, 이번엔 반드시 넘자

한국에서 삼성을 넘지 못한다면 노동조합 조직률 상승과 노동권 보장은 요원하다. 삼성은 한국경제의 30%를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자신의 계열사와 간접고용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전자산업 전체에 삼성식 수탈을 구조화한다. 또한 무노조전략으로 대표되는 삼성식 노무관리는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는 인식을 확산하고 노동자들을 무권리 상태로 내몰며 노동자로서의 자존감을 박탈한다. 삼성이 바뀌어야 일터가 바뀌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지위가 바뀐다.
노동자운동이 삼성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삼성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다면, 삼성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삼성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힘을 키워나간다면, 민주노조운동의 자신감과 정당성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또한 실제 삼성과 싸우는 경험을 통해 향후 조직화와 투쟁전략도 보다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삼성노동자들에게도 ‘조직하여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것이다.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삼성의 무노조 전략을 넘어선다면 동종업계 노동자와 삼성그룹 계열사‧하청사 노동자들도 조직화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재벌 개혁의 중심에 노동권 확보를

민주노총은 2014년 사업기조로 “모든 투쟁을 反박근혜, 對삼성투쟁 전선으로!”를 내놓았다. 민중의 삶을 파탄 내는 정권과 삼성을 필두로 한 재벌에 민주노총이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기조다.
한국사회에서 재벌의 악행은 종종 인구에 회자되고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곤 하지만, ‘결국 한국사회는 재벌이 먹여 살린다’는 인식 또한 강력하다. 특히 삼성은 국내에서도 국외에서도 한국을 상징하는 재벌이다. 전자제품은 무조건 삼성이 제일 좋다는 삼성사랑, 외국여행 중에 삼성간판을 볼 때의 뿌듯함,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부동의 1위 등, 한국인들에게 삼성의 지위는 굳건하다.
삼성은 오랜 시간 ‘노조가 없이도 직원들의 높은 임금과 복지를 보장하는,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라고 공언하며 무노조 경영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이는 아주 일부의 삼성 ‘중심부’ 직원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삼성의 영광을 만들어온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지에서 무권리 상태로 일하고 있다. 삼성의 성장이 일자리 창출이나 국민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재벌들이 수출을 아무리 늘려도 낙수효과는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국민의 사랑과 희생’으로 자란 삼성이 현재 ‘국민의 삶의 악화’를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어느 기업보다 삼성에서 노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삼성의 영광을 만들어온 노동자들에게 그 이득이 돌아갈 수 있으려면, 노조가 설립되어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하면서 삼성의 탐욕과 부정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재벌에게 빼앗긴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의 ‘대 삼성 투쟁’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노동자운동, 노조와 연대하는 시민운동!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해있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접촉면이 매우 넓다는 것이다. 누구나 삼성제품 AS를 받아본 경험이 있고, 고객과 AS기사가 면대면 서비스로 직접 만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친밀도와 개방성은 투쟁의 가장 큰 무기이다. 삼성 제품을 쓰는 고객들이 삼성에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삼성에게 가장 큰 압박일 테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은 노동자운동이 시민들과 하나 되어 싸우는 모습이어야 한다. 삼성을 이기려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기존 자원과 조직력만으로는 안 된다. 고객들과 교감하고, 시민사회와 호흡하며 넓고 큰 사회운동을 만들자. 이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의 출범 등으로 시작되고 있는 ‘삼바(삼성을 바꾸자)운동’이 지향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노동자가 공감하며 함께 싸울 수 있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투쟁의 방식도 최대한 시민들에게 열린 방식으로 해야 한다.

금속노조, 조직화의 지평을 확대하자!

공장 생산직 중심인 금속노조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금속노조에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더욱 소중한 존재다. 금속노조가 제조업에서 조직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직만이 아니라 이제 다양한 사무직, 서비스직을 포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 직업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제조업에서 다수는 이미 생산직이 아닌 사무•영업•개발관련 직종이다. 생산직은 제조업에서 약 45%정도로 줄었다.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을 조직하지 않고서는 제조업에서 조직률을 높이는데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제대로 금속노조에 융합된다면 금속노조가 제조업의 변화에 맞는 조직화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금속노조 강화는 한국 노동자운동의 강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