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피 묻은 옷을 입을 수는 없다

노동탄압을 수출하는 한국자본, 노동자 국제연대로 저항하자

동시다발 유혈참사

1월 3일 캄보디아 의류제조 공단에서 벌어진 최저임금 인상시위에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무차별 발포를 하여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한국대사관과 한국기업들이 있었다. 뻔뻔하게도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기업들과 함께 수경사령부에 직접 군대 투입을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1월 9일에는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공단에 있는 영원무역(노스페이스 생산)의 신발공장에서 수당 축소에 항의하는 노동자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여성노동자 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영원무역에서는 2010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시위가 일어나 3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쳤다. 한편, 1월 9일 베트남 북부 삼성전자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삼성 용역경비업체가 출입구를 뛰어넘으려는 베트남 노동자를 전자봉으로 구타해 기절시켜, 분노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용역경비,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세 사건은 한국자본의 성격, 국외 노동자에 대한 태도, 해당 국가 정부와의 관계가 어떠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저임금 착취와 인권 무시

이러한 사태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일차적으로 한국기업들이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남아시아 각 국의 최저임금은 캄보디아 월 80달러(2월부터는 100달러), 방글라데시 38달러(1월부터 68달러), 베트남 148달러, 인도네시아 239달러 등 한국 돈으로 7만원~25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최저임금은 생계를 전혀 보장하지 못한다. 물가가 뛰어 현재 임금으로는 집세와 수도‧전기세 등 공과금을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캄보디아 정부가 구성한 자문위조차 최저임금을 155~177달러로 인상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심각한 저임금 속에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해 저항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강력한 최저임금 인상 시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한국기업이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요구는 160달러로, 정부 자문위 권고안의 범위 내였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 노동권을 무시한다. 캄보디아 유혈참사에서도 드러났듯이 5명이 사망해도 이에 대한 유감표명조차 없고 오히려 시위를 주도한 노조와 야당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말처럼 국내에서 저지르는 온갖 노동탄압을 국외에 가서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외국투자기업이라는 위세를 앞세워 해당 국가의 정부를 압박하고 로비하여 군대까지 동원해 기업경비를 서게 만드는 현실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노동자들의 요구안이 아니라 손해배상, 용역폭력, 노동탄압을 수출하는 한국자본의 태도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3천명이 항의집회 개최

유혈참사 이후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노동자들의 저항이 조직되었다. ‘캄보디아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시위 유혈진압 규탄 이주노동자 행동의 날’ 집회가 지난 12일에 보신각에서 열렸고, 시청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여기에 전국에서 3천여 명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국내 약 3만1천 명의 캄보디아 이주민 중 10%나 모인 것이다. 이들은 29년간 장기 집권한 캄보디아 훈센 정부의 퇴진과 노동자탄압 중단,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종일관 열띤 분위기 속에 집회하고 행진했다. 대부분이 20대 청년노동자들인 이들은 민주와 정의에 대한 생생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연대사를 통해 투쟁을 함께 할 것을 다짐하고 여러 국제단체들과 국제조사단을 구성해 캄보디아 현지 노동탄압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노동자들도 집회에 참석하여 캄보디아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표명했다.

노동자 국제연대 구축하는 계기로

일련의 사태들은 노동자 국제연대가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함을 웅변하고 있다. 한국자본이 국내에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국외에 진출해서도 이를 자행하는 것에 맞서 노동운동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이번 캄보디아 사태에 대해서 한국,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영국, 말레이시아, 미국, 독일, 터키 등에서 항의시위가 조직된 것처럼, 또한 철도파업과 민주노총 침탈사태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연대행동이 벌어진 것처럼 노동자 국제연대가 일상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국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노동인권 탄압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초국적기업 감시 네트워크(ATNC)가 이러한 활동을 대표하며, 이와 연계하여 여러 단체들이 함께하는 ‘해외한국기업감시(KTNC WATCH)’ 네트워크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이 자본의 횡포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역량을 확대하고 연대를 넓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본의 진출과 이주노동이 연관되어 있고 한국기업의 진출국이 대부분 한국으로 이주노동자를 보내는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본국에서의 투쟁과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의 연대 그리고 한국 노동운동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지원 및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캄보디아 사례처럼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노동자투쟁이 결합되어 있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들 역시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면서도 본국의 투쟁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노동자운동은 한 축으로 캄보디아 현지 노동자운동과 연대하고 다른 한 축으로 국내 이주노동자들과의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
1월 18일 집회에 민주노총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발언을 배치했다. 이에 그치지 말고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베트남의 문제에 대해 공동의 투쟁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계기업 본사 앞 한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 등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주노조는 2월 25일 국민총파업 집회에도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민총파업에서 국외진출기업의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고 함께 요구하자. 한국정부와 자본의 국내‧국외에서의 노동 착취와 탄압에 대해 노동자 국제연대로 저항하자.